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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변호사의 생활 법률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있어서 사업시행 지역 내에 없어서는 않될 꼭 필요한 땅을 미리 사 놓고 사업시행자에게 이 땅의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게 불러서 파는 행위를 속칭 ‘알박기’라고 말한다.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는 그 땅을 빼 놓고서는 예정된 사업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세보다 몇 배의 가격을 주고서라도 사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행위이다.

이러한 속칭 ‘알박기’ 행위가 형법상 부당이득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349조 제1항에서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폭리행위를 사기죄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궁박한 상태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경제적인 곤궁상태에 한하지 않으며 생명이나 명예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곤궁상태도 포함된다.

경제적 곤궁상태도 생존의 위험에 이를 단계 즉 재산이 없게 될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않으며, 현저한 재산의 감소나 위험이 있으면 족하다. 또한 궁박한 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도 무관한데, 무경험이나 판단능력의 결함에 의한 것이든 의사의 박약에 의한 것이든 관계없다.

최근에 신문지 1장 정도 넓이의 땅으로 7억 8천여 만원을 챙긴 희대의 알박기 사범이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사건이 있지만 이러한 알박기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도 엄격하다.

즉 대법원은 ‘알박기는 당해 토지를 보유하게 된 경위 및 보유기간, 주변 부동산의 시가, 가격결정을 둘러싼 쌍방의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이익 등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신중하게 판정해야 하고, 또 토지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매도했더라도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그 토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면 부당이득죄가 성립될 수 없다’라고 한 판례가 있다.

이러한 판례의 엄격함으로 알박기 사례에 대해서는 최근 검찰 단계에서 구속 기소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람도 있고,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있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알박기가 형법상 부당이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위 대법원 판례를 보면 ‘토지를 보유하게 된 경위’를 고려하고 있다. 알박기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 질 개발 예정지를 투기의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사람들을 조사해서 기소하는 것이지 예전부터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보상금을 조금 더 받자고 버티고 있는 경우는 검찰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 지는 지역의 한 복판에 극히 일부분의 땅이지만 그 지역의 개발 사업에 없어서는 않 될 땅을 토착민들로부터 구입하여 사업시행자에게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팔려고 하는 알박기 사범은 ‘토지를 보유하게 된 경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엄청난 시세차익을 노리는 불순한 동기가 있다고 본다.

알박기에 대해 사법기관이 부당이득 혐의로 행위자를 구속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자 최근에는 기존 지주를 포섭해 버티기 작전을 전개하여 보상금을 수령하게 되면 일정 금액을 받아가는 이른바 ‘브로커’들이 대규모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

이 브로커들은 일부에서 점조직 형태로까지 발전하면서 해박한 법률지식까지 동원하여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벌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지주들을 포섭하고 선동하면서 사업시행자들의 사업시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알박기를 통한 졸부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개발이 진행되는 곳에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세를 못 고치면 바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지주들이 감정가 3배 이상의 과다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계약자는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매도청구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3개월간 예비 매도자와 성실하게 협상을 진행했다는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는데다, 만일 사업승인 후에 소송을 하게 될 경우 분양 시점이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미뤄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지주들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개발이익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개발 현장에서는 알박기 등이 횡행하고 있어 결국은 아파트의 분양가가 상승하게 되고 그 피해는 평생 내 집 한번 마련해 보고자 하는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무제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공공의 이익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개인의 이윤추구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에 비해 국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는 알박기와 같은 형태로 개인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질 좋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여 국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은 국가가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알박기에 대한 구체적 개념과 정의가 확립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에 대해서 처벌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형법상 규정되어 있는 부당이득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사법기관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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