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우리나라의 얘기만은 아니지만 여자가 점치기를 좋아하는 것은 결혼에 의해 자기의 운명이 결정 되는 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남자들은 학교 때 능력에 따라 비슷한 길을 가는데 여자들은 결혼에 의해 의외의 인생 항로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얼굴과 몸매에 신경 쓰면서 점치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성형수술 열풍과 몸짱 선호에 따른 다이어트 열풍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점을 보아주는 사이트가 성업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들 중에도 은밀하게 점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마도 자기가 다음 번에 어떤 자리를 맡게 되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면 서로 비슷한 동기일 것이다.
이전의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마르코스와 그 부인 이멜다 여사는 유명한 점쟁이를 신뢰하여 그의 말을 잘 믿었다고 한다. 특히 이멜다 여사는 자기가 입던 옷이나 신발을 남에게 주면 복이 달아난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어서 그것들을 다 모아두었다는 것이다.
마르코스도 그에 못지 않아서 피라미드와 같은 삼각형 천정을 만들고 그것이 자기에게 힘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한다. 대통령자리에 있으면서도 미신을 믿는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원래 자기 힘과 역량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데서 미신이 발 붙이게 되는데 이렇게 미신에 근거한 행동이 하나, 둘 쌓이면 결국 기이한 행동양식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그들이 힘을 잃게 됐을 때 저자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돈, 명예, 권력 등을 자기 힘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무리하게 행운을 기대해 보지만 행운이란 것이 자기 맘대로 오는 것이 아니니까 점을 치게 되고 따라서 운세 보기 같은 사업이 더욱 성업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예측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점 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예컨대 대선을 불과 1년도 못 남겨 놓은 시점에 아직도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확신을 못하니 점치는 사람들이 신문, 잡지 등 매스컴에 나와서 이상한 말을 한다.
지금쯤은 누가 다음 번 대통령이 될지 짐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뒤늦게 누군가 새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서 판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고 믿는 국민들의 의식 때문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 번 선거에서 초판 지지도가 아주 낮았던 노무현 후보가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또 그런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하도 그런 현상에 저항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중에 후회 할 따름이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오랜 기간 정치적 능력과 인간됨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검증이란 것이 시중에 떠도는 루머나 사생활에 관한 의문들이 아니라 그가 “대통령감”이 되는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사생활에 관한 것은 일치감치 정치에 나올 때 이미 검증되고 걸러졌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면 부패하거나 부도덕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아예 공직자로 선출 될 생각을 말아야 한다.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나갈 비젼과 실력이 있지 않으면 괜히 유명세를 좀 타고 언론에 오르내렸다고 해서 대통령 선거에 나갈 생각 같은 것은 하면 안된다.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미신과 점쟁이들의 말이 들어설 곳이 없게 오랜 기간 예측 가능했던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을 깜짝 쇼 하듯이 뽑는 선거를 되풀이 하게 되면 결국 기업도, 사회도 예측가능성이 줄어들게 되고 그 쓴 열매는 국민이 두고 두고 거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