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붉은 색 단풍이 예년에 비해 아름답지 못하였다고 한다. 단풍이 들만할 때 날씨가 가물어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노랑색 단풍은 별로 영향을 안 받은 것 같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면 노랑색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들이 쉽게 눈에 띈다. 특히 은행잎의 노랑색은 예년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 같다.
은행나무는 대략 2억3천 만년인 고생대 때부터 있었던 나무라고 한다. 아마 공룡 디노사우르스도 이 나뭇잎을 뜯어 먹었을 것이다. 그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공룡이 지능이 있었다면 가을이 되어 노랑색으로 물든 은행나무를 쳐다 보며 우수에 잠겼을지도 모른다. 은행나무는 빙하기에 유럽대륙에서 멸종하다시피 없어졌는데 중국에서 살아났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단단하고 수명이 길어 1000년도 더 살수 있는데 그 열매인 은행은 2000년에서 4000년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가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가졌는지는 1945년 8월 6일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 확인이 되었다. 히로시마시의 중심부에 있었던 은행나무들도 주변의 다른 동식물과 함께 모두 불타고 죽어 버렸는데 그 다음해에 은행나무만이 그 있던 자리에서 새 싹을 틔워서 잘 자라나고 그 뒤에 큰 나무로 성장했다고 한다. 놀라운 생명력이 아닐 수 없다.
은행잎과 열매는 약5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약으로 쓰여 왔지만 최근에는 특히, 유럽에서 노화와 관련된 약으로 쓰여지고 있다. 노인들의 정신작용 향상과 혈액 순환 촉진제로 쓰이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1980년 후반부터 은행잎에서 추출된 성분으로 노인들의 기억력 상실과 혈액순환 저하를 치료하기 위한 약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은행잎을 수출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기억력이 감퇴되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억력 감퇴와 관련된 요소들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정보의 과잉, 스트레스, 걱정, 근심, 불면, 조급증, 짜증 등이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요즈음 북핵사태에 따른 국론의 분열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력 감퇴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은행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은행은 암,수가 있어서 여성 은행나무에서만 은행이 열린다. 은행을 먹으려면 냄새가 고약한 껍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아마도 동물들이 쉽게 먹어 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안전장치일 것이다.
햇 은행을 불에 구우면 파란 초록색의 열매가 쫄깃하면서도 감칠 맛이 있다. 날로 먹으면 독성이 있다 하고 익혀 먹더라도 하루에 20알 이상 먹으면 안 좋다고 한다. 하지만 술안주로 생율과 은행을 내 놓는 술자리에서 제가 먹은 은행 수를 세어가며 먹는 일은 아무리 은행이 기억력을 좋게 해 준다 해도 쉽지 않다. 더구나 술이 취하면 더 어렵게 된다.
요즈음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 밑에서 은행을 줍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냥 놓아두면 쓰레기가 되거나 차에 깔려 깨어져 버릴 것이니 누군가 주워서 활용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다만 주을 때 교통 사고만 주의하면 말이다. 인건비를 생각하면 은행을 줍는 일이 수지가 맞을 수가 없을 것이니 관청에서도 단속할 일이 아니다.
몸에 좋은 은행을 구워서 노부모에게 드려보면 어떨까.
은행이 치매 환자의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설사 약효가 없더라도 옛날에 구워 먹던 은행의 맛이 그분들의 기억력을 되살리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