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란 어떤 곳일까.
물가가 싸고 범죄율이 낮고 공기가 깨끗한 곳, 그리고 교통 체증이 없는 곳이 아닐까.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대도시에서는 교통흐름이 원활한 것이 으뜸이다. 그래야 물건값이 싼 대형 마트에 쇼핑하러 갈 수도 있고 공기 좋은 교외로 쉽게 드라이브를 다녀올 수도 있으며 범죄율이 낮은 주거지구에 살면서 교통지체 없이 출퇴근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도시에서도 교통의 흐름만 좋으면 얼마든지 품질 좋은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명절 때 차가 잘 빠지는 길을 다녀보면서 평소에도 이런 정도로 교통이 원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해 본다.
그런데 우리의 수도 서울시에서 하는 것을 보면 교통의 흐름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우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시의 중심부인 시청 앞에 잔디밭을 만들기 위해 주위의 간선도로가 꼬불꼬불 이상하게 돌아가도록 만든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녹지가 필요하면 그 옆의 덕수궁 담장을 헐어서 녹지를 만들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쓸모도 없는 광장을 만들어 교통의 흐름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 4년에 한번 있는 월드컵에 모여서 축구를 함께 보기 위한 광장이 필요해서라면 더더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수십만이 모이는 길거리 응원이 얼마나 오래 갈는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삼만 불만 넘어도 그런 모습이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위 아래로 수십 년간 써오던 길을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 버린 것도 그렇다. 고가 도로를 헐었으면 청계천로는 그대로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날이 복잡해지는 종로와 을지로, 퇴계로 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자연 그대로 복원한 것도 아니고 시멘트로 발라 놓은 인조하천 만들어 놓고 구경 나온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옛 것으로의 복원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세종로거리를 조선 시대 6조 거리로 복원시켜 민속촌같이 만들려고 해선 안 되는 이치와 같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잠수교에 차량통행을 금하고 공원처럼 만들고 그 위로는 물을 뿜는 분수를 만든다고 한다. 다리 하나를 없앤데다가 주변에 운전 중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강남.북 통행은 더 어렵게 될 것만 같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강은 자연스럽게 놓아 두는 것이 제일 좋고, 다리 위 운전 중 볼 거리도 어느 정도까지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 한강에 걸린 다리에 원색 네온 장식을 해 놓고 폭포를 만들어 아름다워 보인다고 좋아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왜 하필 차량 통행이 많은 교량에서 그렇게 해야 할까.
마치 지방에 가 보면 자기들만의 향토색을 살린다고 가로등이나 보도의 가드레일을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는 것 같다. 그걸 만든 사람들 눈에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외부의 방문객들의 눈에 결코 세련된 아름다움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이런 전시 행정은 그만하고 대도시에서 근본적인 것들, 당장은 눈에 안 뜨이더라도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과 시민들이 원칙만 알면 편하게 통행할 수 있는 원활한 교통 시스템을 만들어 편안하게 해 주는 것들을 해나가기 바란다. 주행중인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왼쪽으로 나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이상한 길은 더 이상 만들면 안 된다.
평평한 길 자꾸 파헤치고, 막아서 공원이나 유원지같이 만들어 쓸데 없이 길 다니기 어렵게 만들지 말고 차량통행이 원활해 지는 도시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