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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북핵실험 보는 법

북한의 핵실험 감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우리 시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때이니 어찌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미래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차분히 생각해 보면 불안감이 덜 할 수도 있다. 막연한 불안감이야말로 불안 심리를 증폭 시켜서 더 큰 화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북한의 지도층이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며 의사 결정이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와 합리성에 기초해서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에 대한 판단부터 시작하자.

“그럴 것이다”하면 다행스럽게 다음 단계 분석으로 넘어갈 것인데 “아니다”라고 하면 최악의 사태에 대비를 하여야 한다. 식량과 식수, 약품, 현금 등의 확보를 하고 그저 운이 좋아 살아 남기만 바래야 한다. 일단 북한의 의사결정이 논리와 합리성에 기초한다고 가정한다면 왜 저들이 핵실험을 했나 생각해야 한다. 경제적인 목적인지 정치적인 목적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만일 정치적인 목표라면 빠른 시일 내에 남한을 점령하여 통합 한 뒤 월남식으로 국제 사회에 재 등장하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한미 방위 조약이 아직도 굳건하고 유엔군의 주둔, 일본과 중국의 압력 등을 예상할 때 그렇게 빠르게 군사적으로 점령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지도자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만일 미군이 아직 있는데도 북이 무력에 의한 통일에 자신이 있었다면 그 동안 그토록 미군 철수를 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경제적인 목적이 최종 목표라고 본다면 이해가 가는 면이 많다. 왜냐하면 지난 10년간 북한의 경제는 나름대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2년도에 북한은 “경제 관리 개선” 조치를 단행해서 물가를 25배, 임금을 18배 인상하여 현실화하였고 환율은 불당 2.2원에서 153원으로 대폭 인상하였다. 또한 배급제를 폐지하고 경제특구를 확대하였다. 2003년에는 상업 유통 부분 개혁 조치를 단행하였으며 2004년에는 농업, 기업부분 세부개혁 조치를 취하고 외자 유치를 위해 쇼핑 및 백화점 투자를 허용하고 외국자본의 단독 투자 기업을 허용하였다.

북한으로써는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하였음에도 국민 소득이나 무역 총액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곡물이나 조강, 발전량 등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외자 부족으로 원유도입량은 10년 전에 비해 1/3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즉, 북한은 자력으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수렁에 빠졌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북한은 몫돈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에서 보내준 돈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지만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큰 돈이 필요한데 6자 회담이 순조롭게 나간다 해서 그만한 돈을 쉽게 받아 내기는 어렵다고 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담판으로 큰 돈을 지원 받고, 대일 청구권 자금과 남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유.무상 차관 및 투자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핵실험이라는 큰 카드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되어진다.

식민지 경영 경험이 적은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쩔쩔매는 터에 심각한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키고 전후에 관리할 자신도 없는 북한과의 전쟁 보다는 경제 지원이 훨씬 싸게 먹힐 것이다. 아마도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협상을 시작하라는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40년 전 남한에 지불해 준 청구권 자금을 생각할 때 북에 줘야 할 북의 권리인 “대일 청구권” 자금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을 우려해서 강경한 발언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줘야 할 돈을 후하게 주어서 후환을 없애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2008년도 세계 올림픽을 유치한 입장에서 북한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 도움이 안되니까 북이 말을 안 듣는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북한과의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북한 지역에 미군 기지가 생기는 일만 없으면 크게 반대하거나 찬성할 일이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크게 볼일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국민이 크게 불안해 하고 돈을 해외로 옮기거나 부동산과 주식을 투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정부에서 제대로 일을 하도록 차분히 지켜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온갖 유언비어가 그럴 듯 하게 포장되어 나돌 것이니 괜히 부화뇌동하여 놀라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묵묵히 주시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