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경기가 금년보다도 더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소비지출의 감소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지도 모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불경기라고 아우성인데 내년에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니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경제가 활성화 되려면 투자와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투자와 소비 모두가 뚜렷이 이익 되는 점이 있어야 한다. 투자는 돈벌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70조원이 된다고 해도 확실한 돈벌이가 아닌데 돈을 투자하게 강요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돈벌이가 잘 되려면 상거래가 활발하게 되어야 하고 소비가 왕성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면 소비는 어떻게 해야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소비에 대한 연구는 사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돈을 벌면 자기 과시적인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쓰고 인도인들은 우선 꽁꽁 감추어 놓는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어떨까. 장래를 위해 저축을 하지 않을까. 아마 명품을 사서 자기 과시를 하거나 유흥비로 쓰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겠지만 미래에 폭풍처럼 닥쳐 올 교육비, 주택 마련, 노후대책 등을 위해 저축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어려서부터 근검절약이 인생 사는데에 만병통치약으로 교육 받아온 세대들은 IMF 위기 때에도 경제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감성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었다.
그 당시 소비절약을 앞세워서 돈 쓰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죄악시했던 것은 분명 잘못이었다. 경기가 힘들 때에 그나마 돈을 풀어야 할 층이 돈을 쓰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잘못이었다. 금 모으기 해서 수출한 것도 남 보기에 좋고 단결심을 고취시키는 정치적 목적으로는 좋았었는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전혀 옳지 않았다. 한나라의 외환보유는 금까지도 포함하여 어차피 우리는 금 수입국으로써 결국 싸게 팔았던 금을 다시 비싸게 사 들여야 했던 것이다.
사실 돈을 쓰는 사람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와주는 사람이면서 또한 직접세와 간접세를 내게 되니까 국가 경제에도 기여를 한다. 돈을 물쓰듯 쓰는 사람이라고 남을 흉 보지 말고 소득이 있으면서 그 소득 내에서 지출을 하는 한 소비를 많이 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수입보다 많은 지출은 과소비이지만 소득 내에서 지출하는 사람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하던 과소비라고 힐난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외국에서보다 국내에서 돈을 쓰는 것이 우리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애써 번 돈을 국내에서 쓰게 하려면 국내에서 돈의 가치가 더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요즈음 한창인 해외 골프만 보아도 그렇다.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는 것보다 이웃나라에 가서 치는 것이 훨씬 돈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니까 사람들이 해외 골프로 몰려 나간다. 그 돈이 국내에서 쓰여진다면 골프장의 인건비로, 자재비로, 세금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었을 돈인 것이다.
해외 교육 열풍만 해도 그렇다. 국내 교육에서 들어가는 돈에 비해 자녀들의 경쟁력 있는 자질을 키우는데 효과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해외로 몰려 나간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마트”의 생필품 가격이 국내 다른 유통기관이나 소매점에 비해서 쌀지는 몰라도 외국의 “대형 소매점”들의 가격에 비하면 훨씬 비싼 품목들이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소비재 산업이 구조적으로 가격경쟁이 어렵게 되어 있고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속담 때문인지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완화하고 부대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서 소비자가 돈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3만불 소득을 올린들 물가가 그만큼 따라서 올라 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