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백경훈)가 2025년부터 자사 생수 브랜드인 '제주삼다수'의 위탁판매 채널을 대형마트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모든 유통채널에서의 삼다수 판매권이 민간 위탁판매사로 일원화된다.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의 유통 방식 변화는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며, 위탁사 선정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위탁판매사가 SSM(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온라인 등에서 삼다수를 판매하고, 대형마트 유통은 제주개발공사가 직접 관리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 유통권까지 신규 위탁판매사가 전담하게 된다. 제주개발공사는 자사 앱과 제주도 내 대형마트 및 수출 사업만 담당할 계획이다.
이번 구조 개편은 제주개발공사의 유통 전략 전환에 따른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유통 구조에 대한 외부 용역을 실시하고, 유통 및 브랜드 전문가들과 3차례 이상의 자문회의를 거쳐 위탁 범위를 확대하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물류비 절감과 유통 시너지 극대화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로부터는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한 공사의 역량 집중 제안도 있었다"며, 제주개발공사가 유통보다는 브랜드와 수출 확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배경을 밝혔다. 이번 위탁 범위 확대는 공사가 직접 유통에서 손을 떼고 수출·브랜드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입찰은 6월 5일부터 7월 24일까지 나라장터를 통해 진행되며, 7월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6월 4일까지 5일간 사전규격공개를 진행했고, 13일에는 입찰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울에서 제안요청서 설명회가 열린다.
업계는 이번 입찰을 단순한 유통 계약을 넘어 생수 시장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이 삼다수와의 동행을 이어갈지, 새로운 주자가 물 왕좌를 차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입찰 결과에 따라 국내 생수 유통 생태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삼다수는 연간 100만 톤의 공급 물량을 바탕으로, 2025년 1분기 기준 40.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국내 생수 업계 절대 강자다.
제주개발공사는 현재 연간 100만 톤 수준인 삼다수 공급 가능 물량을 2027년 하반기 신규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2028년부터 120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 확대가 더욱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가능하게 하면서 판매 채널의 외연 확장과 효율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공급 물량 증가와 함께 유통 채널 재편이 맞물리며 민간 위탁사의 사업 기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24년 기준 대형마트 매출만 540억 원에 달하며, 신규 위탁판매사에게는 기존 약 3,000억 원대 매출에 더해 추가 성장 여력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사업 기회로 꼽힌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위탁판매를 2013년부터 13년간 맡아오고 있으며, 이번 입찰에도 참여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삼다수는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인 만큼 입찰 탈락 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신규 위탁사가 삼다수 판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단숨에 생수 업계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한편, 롯데칠성음료, 농심, 오리온 등 자체 생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은 지난 입찰에서 불참한 바 있어 이번에도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식품사들이 자사 브랜드와의 중복, 유통망 갈등 등을 이유로 입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입찰에서는 의외의 새로운 주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발굴할 계획"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역량 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