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코리아바이오허브센터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최근 일부 특정 분야에서 미국과 EU (유럽연합), 일본 등의 선진국과 동등한 연구성과를 내며 외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연구수준과 투자액 등은 아직도 상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0년대 초 바이오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최대 600여개까지 불어났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자금력 부족과 사업모델 미흡, 마케팅능력 부재 등으로 절반 가까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 연구 분야별 기술 경쟁력
국내 BT분야 기술경쟁력은 세계 14위권으로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동ㆍ식물 형질전환 기술과 발효공정, 분리정제기술 등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유전자조작 의료품 = 우리나라 신약연구개발 기술수준은 세계 중하위권으로 신물질합성과 공정개발기술은 우수하지만 의약학 기초연구와 설계기술, 임상시험기술 등이 취약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기준으로 국내 유전자조작 의료품 기술수준은 35%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60% 수준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 유전자 치료제 = 난치병 치료를 위한 국내 유전자 치료제 기술은 2002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2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의 61% 수준에 머물고 있다.
▷ 복제동물 = 국내 복제동물 기술수준은 미국의 75% 수준으로 바이오 분야 가운데 선진국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미국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약물전달시스템 = 이 분야 국내 기술수준은 2002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35%에 불과한 실정이다.
▷ 바이오센서 = 국내 기술은 미국의 65% 수준으로 이 시장은 현재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관심이 있는 분야는 90% 이상이 의료용으로 아직 식품분석용이나 환경용은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의료기기 =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내 기술은 대략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 시장규모는 2000년 1조2666억원에서 2020년에는 13조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첨단의료기기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면 세계시장도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BT산업의 현실과 문제점
한국 정부의 BT분야 투자액은 2004년 6393억원으로 전년대비 20.6%가 증가했으며 정부 전체 연구개발비의 10.5%를 차지했다. 94년 이후 10년치를 모두 합산해보면 10년간 총 2조2000억원의 정부 연구비가 투자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2002년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비 2조9000억원, 미국 암젠사의 연간 연구개발비 8억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연구인력 부문에서도 열악한 실정은 잘 나타나고 있다.
2003년도 국내 BT분야 인력은 1만2000명 수준으로 미국의 30만5000명(95년), 일본의 13만명(98년)에 비해 크게 적은 실정이다. 특히 이 같은 인력부족 현상은 유전체학화 단백질체학, 생물정보학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더욱 심각하다.
생물산업협회에 따르면 2002년을 기준으로 한 국내 BT기업의 총 수급규모는 전년대비 29.1% 증가한 2조3427억원으로 국내에서만 1조4232억원의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시장의 분야별 구성비를 보면 생물의약(43.2%), 생물공정(15.6%), 생물화학(10%)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에서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15년으로 비용은 개당 1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성공률은 1만분의 1 수준이다.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BT분야 중 기초 및 원천기술개발 부문에는 어느정도 지원이 이뤄졌지만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 산업화기술개발에는 미흡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2003년에 코스닥 시장에 새로 등록한 76개사 중 바이오기업은 1개사에 불과했으며 창업투자사들의 투자실적도 331억원에 그쳤다. 특히 2002년 이후 바이오 분야 투자를 위해 설립됐던 전문투자회사 19개 조합, 17개 창투사가 사실상 투자를 중단했으며 1개 창투사는 해산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 최윤희 연구위원은 "연구개발투자가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연구개발투자에 비해 산업화 단계 지원이 미미했고 산업화 인프라 및 운영역량이 국제수준이 비해 크게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대기업과 바이오벤처기업 간의 협력 부진, 외국과의 기술거래 등 서비스시스템 부재, 바이오벤처기업의 열악한 성장환경 등도 국내 바이오산업의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 바이오산업 육성책 서둘러야
정부는 BT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바이오스타 프로젝트, 바이오투자 컨설팅기관 설립, 성공불 융자제도 등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바이오스타프로젝트는 세계 경쟁력을 가진 바이오제품(바이오스타) 창출을 위해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과 전문 지식이 부족해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바이오기업들에 산업화의 전기를 마련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생명공학 연구개발 지원과 달리 연구개발 분야가 아닌 기술의 제품화, 마케팅, 브랜드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으로 블록버스터화 가능성이 높은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집중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금은 정부와 민간의 매칭펀드 형식으로 조성되며 지원기간은 5~7년, 지원금액은 과제당 연간 30~50억으로 잡고 있다.
정부는 또한 사업 성공시에는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징수하고 실패시에는 원금의 일부만을 회수하는 `성공불 융자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산업연구원 오정일 부연구위원은 "BT 등 첨단 기술분야는 개발의 성공확률이 낮고 비용도 막대하지만 성공시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있지만 직접적인 보조금 지금이 금지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를 고려해 융자 형식의 지원제도가 고안됐다"고 말했다.
바이오컨설팅기관 설립은 열악한 국내 바이오 컨설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설립된 지 3~5년에 불과하고 기술사업화에 대한 실무경험 및 전문지식이 부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바이오컨설팅 전문회사 인큐비아의 정성욱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고도의 지식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보니 우리나라처럼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가 앞으로 21세기에 전력투구해야 할 산업분야"라며 "BT분야 기초연구성과가 제약산업이나 의료기술 등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