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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조류독감 대비책 충분한가

김병조 편집국장
북한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해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지난 2003년말과 지난해 초에 걸쳐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바 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 동안 베트남과 태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인간대인간 감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재앙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도 있고 했어 조마조마했었는데 북한에서까지 조류독감이 창궐하고 있다니 우리나라에 또다시 조류독감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조류독감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세워놓고 있는지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해볼 때다.
북한에서의 조류독감 발생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조류독감 전염 매개체가 철새인데 지금은 철새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참으로 한심하다. 조류독감 전염 매개체가 철새라는 확실한 근거도 없을뿐더러 남북한은 같은 땅덩어리인데다가 인적교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정부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국내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의선과 동해선 출입사무소에 검역인원을 한두 명 늘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으로 방문하는 왕래객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는 정도의 조치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에 북한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의 경우 사람에게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에서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이 위생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것으로 경험에서 알 수 있다.

북한 역시 베트남이나 태국과 마찬가지로 위생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지역이다. 더구나 북한은 정보부재와 의료체계 미흡 등 취약요소가 많기 때문에 인간 대 인간 감염을 일으키는 신종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한 보건 전문가는 “사람간 감염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 1순위를 베트남으로 봤는데 북한이 베트남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북한에서의 조류독감 대유행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쯤 되면 북한의 조류독감 발생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에서의 조류독감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될 때까지는 금강산 방문 등 남북간의 인적교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내리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의 하나라도 우리나라에서 조류독감이 재발했을 경우를 가정해 완벽한 도상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 2003년 12월 국내에서 조류독감이 처음 발생했을 때 충북 음성군 삼성면 일대의 양계장에 방역요원으로 투입됐던 한 공무원이 실명으로 방역당국의 원시적인 작업실태를 신랄하게 꼬집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을 기억한다.

12월 18일에 방역요원으로 차출된 그는 “살 처분할 수 있는 장비가 하나도 없어 결국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닭을 후려쳐 잡았다”고 말하고 “12시간 여를 꼬박 도살과 매몰작업에 투자하고 몸이 파김치가 됐다”며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응책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자체에서 인근 군부대에 군인들을 살 처분과 매몰 작업에 투입시켜줄 것을 요청했지만 군인들조차 감염을 우려해 꺼려했다는 사실도 이미 아는 내용이다. 지금은 어떤지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할 때다.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허둥대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언제라도 조류독감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하에 농가와 관련업체로 구성된 대책반을 가동시켜 사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곧 대재앙을 막는 길일 것이다.

김병조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