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편집국장과 취재팀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입사 3년차 직원들을 초청해 지난달 22일 저녁 서울 구로역 근처의 ‘닭익는 마을’에서 난상토론을 열었다.
입사 3년차 식품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식품업계 주요 이슈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했던 본사 취재팀은 ‘난상토론’이라는 격이 없고 다소 획기적인 기획을 고안, 4시간여에 걸쳐 이들의 삶과 생각을 엿봤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토론자들이 하나둘씩 도착한다. 토론사회를 맡은 기자는 “딱딱한 분위기부터 풀어보자”며 자기소개를 권했다.
이어 벌어진 본격적인 난상토론.

윗사람과 갈등 가장 큰 스트레스
격무 · 단순 업무 지쳐 이직 생각
외국어 · 헬스 등 자기계발 노력
▷사회 = ‘확’ 사표를 내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
▷토론자A = 어떤 회사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상사에게 한소리 들었을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합리성을 결여한 상사의 폭언이 더해지면 정말 사표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오고 싶었다. 또 불합리한 업무를 강압당했을때 이런일을 하면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하 는가 싶을 때가 있었다.
아울러 나의 적성과 의지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내가 하고 있을 때 사표를 쓰고 싶었다. 그래도 다들 공감하겠지만 연휴기간동안 3~4일 쉬고 그 다음날 출근할 때 사표제출 생각이 간절하지 않던가?
▷토론자B = 심혈을 기울여 기안을 작성한 후 올렸는데 자세히 검토도 안되고 무조건 추진을 거절당했을 때 사표제출 충동이 일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문제제기를 했을 경우 이를 상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계속 웃어야만 할때 인간적인 비애까지 느낀적이 있다.
머리속에 “내가 이러구 살아야되나” 싶은 생각이 맴돌면서 이를 다른 곳에 발산하지 못하고 맘에 두고 있으면 정말 미치겠더라.
▷토론자C = 조직 내부적인 문제보다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연봉에 대해 들었을때 사직에 대한 고민을 해본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나에 대해 문득 생각할 때 사직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토론자D = 과중한 업무로 한계에 이르렀을 때 그런 고민을 해봤다. 20여시간을 일에 투자해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일이 해결될 수 없어 한계에 봉착한 경우 사표를 생각할때가 많았다.
또 매일 하는 일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경우, 그 다음부터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로 인한 일상의 단조로움 때문에 사직을 고려한 적도 있다.
▷토론자E = 적성에 맞는지 고민하면서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문득 사표제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한번 있었다. 또 동료 직원들이나 선배직원들이 퇴사할 때 많이 흔들리면서 사표를 고려하게 된다.
▷토론자A = 일이 너무 많아 한계 수준을 넘길 때라는 말에 공감한다.
▷토론자C = 이직했던 동료나 선배 직원들이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표제출의 충동이 일었던 적이 있다.
▷사회 = 직장생활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인가.
▷토론자A = 비슷하겠지만 업무량이 많은 것, 직장상사와의 갈등 정도다.
▷토론자E = 동감이다. 내부적으로 상사와의 갈등이 가장 큰 스트레스이다.
▷사회 =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토론자C = 연봉수준이 너무 낮아 이직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 또 내가 하는 일이 분명하지 않고 계속 겉돌고 있는 경우 이직을 해서 정확히 나의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다.
▷토론자D = 업무가 너무 단조로운 경우 좀더 창의적인 일을 찾아 이직을 고려했었다.
▷토론자E = 절대적인 업무량보다는 오히려 늘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야 되는 상황속에서 좀더 단순한 업무를 찾아 이직을 생각해본 적 있었다.
▷사회 =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가.
▷토론자A = 일본어 배우다가 요즘은 못하고 있다.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 우선 업무가 먼저이니까.
▷토론자C = (웃음)이직을 위해 다른 회사와 접촉을 몇 번 해봤다. 이것도 미래를 위한 투자 아닌가.
▷토론자B =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건강관리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수영과 헬스를 시간을 쪼개 하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는 계속 할 생각이다.
▷토론자E = 서점에 자주간다. 업무와 관련된 책을 많이 보지만 다른 분야의 책도 식견을 넓히고 내가 하고 있는 업무와 접목시키기 위해 많이 읽는다.
▷토론자D = 영어공부를 아직도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영어는 필수 아닌가.
▷사회 = 본인들이 다니는 회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토론자B = 식음료는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적은 것 같다. 연봉을 현실화 해줬으면 한다. 식품업계 종사자들이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자질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판단컨대 식음료업계는 내수위주이고 사업확장이 대단히 어렵다.
과감히 해외진출을 하고 그래서 많은 이윤을 남긴다면 식품업계 종사자들의 연봉도 올라갈 것으로 보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사업 확장 반경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은 여전히 식음료 업종을 굴뚝산업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소비자의 인식도 연봉이 적은 이유중의 하나이다.
▷토론자A = 식품업계는 업무분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대강 내가 해야되는 일은 알겠지만 때론 다른 사람의 일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업무분장을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
▷토론자D = 여직원 비율을 많이 늘렸으면 한다. 주변에 남자직원들만 있으니 분위기가 많이 경직되는것 같다. 조직이 군대 조직처럼 상명하달 식으로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조직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론자C = 회사가 투자를 많이 늘렸으면 한다. 가끔 윗분들이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원가 100원을 투자해 2,000원~3,000원에 팔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업계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토론자E = 연봉이 너무 낮다. 연봉조정을 해줬으면 한다. 또 다른 나라 음식과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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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삽니다" | 본지가 창간 3주년 기념으로 '식품업계 세살박이의 삶과 생각' 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난상토론에서 참석자들은 3년차의 애환을 격의없는 대화로 풀어냈다. |
구조조정 없어도 내부경쟁 치열
업무량 · 비중 비해 보수는 짠편
그래도 근무하는 잔재미는 쏠쏠
▷사회 = 본인들도 구조조정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토론자B = 우리회사는 구조조정이 없다.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은 없는 것 같다.
▷토론자D = 우리회사도 구조조정은 없다. 그러나 부장급 이상 승진하면 승진경쟁이 내부적으로 치열하다. 부장급 이상이 되고 더 이상 승진을 못한다면 본인이 알아서 나가는 경우, 이것은 간접적인 구조조정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토론자A =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불만은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게 기업이다. 저도 언제든지 이윤을 낳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구조조정 될 수 있다고 본다.
▷토론자E = 우리 회사의 경우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편이다. 인력을 전환배치해 직접적인 구조조정을 피한다. 그러나 전환배치를 본인의 적성과 업무에 대한 소화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다면 구조조정의 범위에 포함될지 모르겠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의 구조조정은 없다.
▷토론자C =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사회 =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업계에서는 ‘식파라치’가 골칫거리다. 식파라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토론자D = 이미 그 문제가 회사에서 몇건 터졌다. 당하는 업체입장에서는 거의 무방비 상황이다. 식파라치 전담팀도 없고 대응방법도 부재한 상황이다. 기온이 올라가는 4~5월이 대단히 걱정된다.
▷토론자C = 식파라치들은 정신적인 상태가 정상인지 검진을 받았으면 한다. 그러나 식파라치들의 적발 건수 중 50%가 진실이라면 업체 입장에서는 노력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식파라치 식의 형태는 아닌 것 같다.
▷토론자B = 전반적인 상황설명을 일단 해보겠다. 최근 인터넷에 쓸데없는 문제제기가 급증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정부가 소비자들 위주의 정책들을 고안해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다. 기업들에게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균형있는 정책이 아쉽다. 식파라치 문제와 관련, 국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심성 정책으로 판단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식품안전에 신경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부족하다. 정부는 또 스스로 노력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토론자E = 식품업계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는 시대적 추세라고 생각한다. 업계는 내부적인 대비책을 강구하면서 소비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본다.
▷토론자A = 소비자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문제제기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정부는 건수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책이 아닌 다른 식의 보상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개인당 몇건 이상은 안된다는 식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 현재 본인들의 적정한 급여 수준은 어느정도라고 생각하는가.
▷토론자A = 많은 업종들 중에서 식품업종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입사기준으로 1,000만원정도 차이가 난다. 일의 중요성에 비해 솔직히 너무 짜다. 입사 3년 정도 됐으면 3,000~3,500만원 선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자B = 식품업계 종사자들 개개인의 능력이나 기여도는 다른 업종 종사자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사람 한사람의 일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의 해법은 식품업계 종사자들이 노력해서 내수위주의 산업을 탈피하는데 있다.
공격적으로 수출을 통해 내수와 수출의 비율을 1:1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급여수준은 적당하다고 본다. 우선 식품업계가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3,0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
▷토론자C = 문제는 인센티브의 정도인데 식품업계는 인센티브가 잘 안된다. 쇄신과 혁신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그래서 계속 주장하지만 R&D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토론자D = 지금 하고 있는 업무량에 비하면 조금 적다. 업무량을 생각하면 3,500만원은 되어야 한다.
▷토론자E = 제가 있는 회사에서는 일하는 것보다 많이 받는다는 사람도 있다. 바람이 있다면 신제품을 개발했을 경우 사기진작 차원에서 적당한 인센티브가 부여됐으면 한다.
▷사회 = 식품업계에 취업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씩 해달라.
▷토론자B = 다른 업종에 비해 식품업계는 연봉도 그리 후하지 않다. 국민건강에 이바지 한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크게 실망하리라 본다. 사명감을 갖고 식품업계에 지원했으면 한다.
▷토론자C =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해 보고 입사를 했으면 한다.
▷토론자D = 저는 후배들에게 비전있는 회사라고 말한다. 우리회사에 적극적으로 입사를 추천한다. 우리 회사는 짧은 시간안에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식품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배울 것이 많다.
▷토론자A = 입사를 고려할 때 무조건 연봉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