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창간3주년 기념으로 식품업체에 입사한지 3년 째 되는 ‘세살박이’들의 삶과 생각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식품업체에 종사하는 3년차 직원 1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고, 대표로 몇 명을 선발해 소주잔을 나누면서 기탄없이 대화도 나눠보았다. 설문조사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업계에 비해서 뿐만 아니라 업무량이나 업무의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수준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국민건강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기회가 되면 이직을 하려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었다. 식품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까 가 |
우선은 식품업계가 인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살박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업체들이 인재를 중시하지 않고 제대로 대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식품 관련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식품업계 CEO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성장3대요인은 자본과 노동, 기술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 즉 경쟁력 있는 인재다. 기술도 유능한 인재가 있어야 개발이 가능한 것이고, 인재와 기술이 없는 가운데서의 자본이란 소용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식품업계도 만년 1인자가 존재하지 않는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한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한 가지 시사점은 식품업계 종사자들이 식품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체에 대해 비전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입사 3년차 정도 되면 자신이 소속된 회사 및 업계의 현황이 어떻고 어떤 비전이 있으며,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단계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나 난상토론을 통해서 볼 때 식품업계 세살박이들은 식품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극복방안 등을 제대로 알고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기성세대보다 더욱 진취적인 생각들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세살박이들이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것에 대한 비전을 발견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현실에 불만이 많아 이직 등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식품산업은 분명히 비전이 있다.
21세기는 바이오시대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져 선진국형의 국가가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와 무병장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돼있다. 식품산업은 바로 그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식품은 바이오산업의 중요한 한 분야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의 경우 아직도 걸음마 단계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향후 5년 내지 10년 후면 바이오산업이 현재 우리나라의 중심산업인 정보통신 산업을 대체할 것으로 확신한다. 식품산업만 보더라도 연간 매출규모 40조원 정도로 덩치만 컸지 내용적으로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국내 업계 1위인 기업이 국제무대에서는 50위 수준에 그치고 있고, 특히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능성식품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다. 식품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산업이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이며, 향후 국가가 핵심첨단산업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전이 있는 분야이다.
식품산업이 앞으로 국가의 중심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자부심을 갖고 이끌어 나가고, 정부도 정책적 의지와 철학을 갖고 뒷받침을 해주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식품업계를 주도해 나갈 청년들이 비전과 사명감을 갖고 흔들림 없이 정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식품업체들이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젊은 직원들이 희망과 보람을 느끼며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급선무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도 회사에서 자신에게 대우를 더 잘해주길 기대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파이를 키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