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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식품산업을 육성하자 유통기한 표시제도

유통기한표시 이원화로 자원 낭비 막자

폐기처분으로 연간 1조원 이상 낭비
“소비기한·상미기한으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
소비자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홍보도 절실


유통기한표시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신선도를 알려주는 정보로써 위생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섭취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표시 방법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비현실적인데다가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잘못된 부분이 많아 식품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의 수거·폐기로 연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표시제도의 개선과 소비자 인식전환을 교육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 현행 유통기한표시 제도의 문제점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현재는 설탕과 아이스크림류, 빙과류, 식용얼음, 껌류, 제재·가공소금, 주류를 제외한 모든 식품에 대해 제조업자가 자율적으로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설정된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판매의 목적으로 진열, 판매하거나 식품 등의 제조, 가공에 사용했을 경우에는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소의 자율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문제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스스로 회수 폐기하도록 식품회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행 제도는 식품이 소비자에 의해 소비되지 않고 유통단계에서 반품 또는 폐기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자원낭비와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현행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소비자가 제품의 신선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유통기한이 경과했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식품이 부패 또는 변질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제조회사는 제품이 위생상 안전한 상황에서도 정해진 기한 내에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두 수거해서 폐기 처분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낭비되고 있는 자원이 연간 1조원을 넘고 있다.

특히 일률적으로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있지만 같은 제품이라도 회사마다 기한이 다르고, 또 국산 제품과 외국 제품 간에도 차이가 있는 등 오히려 일률적이지 못한 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혼란을 격고 있고, 이는 소비자들이 무조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구매를 회피하는 현상을 초래해 반품 및 폐기량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일본이나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이나 CODEX의 기준은 획일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양한 표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일본은 만료일까지 섭취가 가능한 기간인 ‘소비기한’과 품질의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기간인 ‘품질유지기한(상미기한)’ 등 두 가지 방식으로 표시하고 있다.

소비기한은 품질의 변화 속도가 빠른 식품을 대상으로 5일 이내로 표시하고 있으며 상미기한은 품질 변화 속도가 느린 식품을 대상으로 표시하고 있다. 가공식품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3개월 이내의 경우 ‘년월일’로 표시하고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는 ‘년월’만 표시한다. 기한 설정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설정하며 관련 협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미국은 유통기한 표시가 다양하다. Use by date(섭취기한), Sell by date(판매기한), Packaging date(포장일자), Best before date(최상 품질기한), Best it used by date(최상 섭취기한) 등 5 가지로 표시하고 있다.

유아용조제유의 경우 최종사용일자(섭취기한)를 표시하고 있고, 통조림식품 등은 포장일만 표시하고 있으며, 일부 식육과 가공육 제품에는 포장일과 섭취기한, 판매기한을 동시에 표시해야 하며 이외에 품목에 대해서는 표시규정이 없다. 미국도 유통기한 설정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EU는 Use by date(섭취 가능한 기한을 의미하며 기한이 경과되면 판매는 물론 먹을 수도 없음), Date of minimum durability(이 기간 내에는 식품의 품질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음) 등 두 가지 방식으로 표시하고 있다. 미생물 관점에서 부패가 용이한 식품은 최종사용일자(Use by date)를 표시하고 일반식품은 최소품질 유지일자(Date of minimum durability)를 표시하고 있다.

▶ 바람직한 개선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제도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획일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유통기한을 제품의 특성에 맞게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으로 이원화 하자는 것이다.

식품위생상 부패와 변질의 가능성이 높은 식품과 품질유지가 5일 이상 되는 식품을 구분해서 정하고, 유통기한의 문구표시를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으로 이원화,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락이나 조리빵, 생면류 등 변질이 쉬운 제품은 소비기한을 정해 그 날짜 이후에는 판매나 섭취도 하지 않도록 하는 반면에 청량음료수나 소시지, 햄, 과자와 같이 적정하게 보관 관리하면 일정 수준의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유통기한이 임박한 가공식품을 원료로 재활용토록 하고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도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유류 제품의 재이용에 관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재이용의 대상 등을 정하고 있다.

식품의 위해도가 높은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멸균 등의 재가공과정을 거쳐서 안전성이 보장되는 품목을 선정한 후 식품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해서 폐기되는 식품을 적절히 활용하게 함으로써 식품 폐기로 인한 손실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시방법과 행정처분 관련 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에 대한 행정처분은 식품제조·가공업자의 경우 1차 위반시 영업정지 15일, 식품판매업자는 영업정지 7일이며 과태료 20만원을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처분 대신에 단계별로 강화된 행정제재를 적용함으로써 식이가 가능한 식품의 반품량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는 지시-공표-개선명령-벌칙 등의 순으로 단계별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밖에 민간자율관리기관을 선정하고 여기에서 유통기한 설정방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제조회사나 판매업소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업체와 소비자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전담하게 하는 것도 효율적인 개선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도적인 면뿐만 아니라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유통기한과 관련해 제조회사와 판매업소간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특히 판매업소에서는 선입선출과 재고관리의 적정화를 통해 반품 또는 폐기되는 량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유통기한 내에는 안전한 식품이므로 과도하게 최근 입고된 제품만을 선호하는 소비자 의식을 바꿀 수 있도록 소비자에 대한 교육 및 홍보도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뷰 ··· 봉성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품질평가센터 수석연구원)


국민의식 업그레이드 절실

- 유통기한 설정이 아직도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
유통기한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 생산된 식품중 유통기한과 관련해서 반품되고 있는 물량은 어느 정도 되는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반품이 되는 것은 미미하다. 사실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식품을 관리하는 곳으로 반품이 되기 시작한다. 그 물량이 전체 식품중 3~5%로 알고 있다.

- 유통기한 자율화 이후 업체들은 유통기한을 어떤 식으로 변경하고 있는가.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 과거보다 향상됐다. 아울러 포장재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진 것이다.
현재 제조회사가 자율적으로 유통기한을 설정할 수 있다. 제품에 이상이 오는 시점이 10일이라면, 생산업체에서는 5일 내지 7일 정도로 유통기한을 설정한다.

물론 유통기한을 8일 내지 9일로 설정해도 크게 문제가 될 소지는 없지만, 식품이 가지고 있는 본원적 특성들, 예컨대 화학적인 반응이나, 포장에서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업체에서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 가지 제품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지는 식품의 경우 어떤 유형이 많은가.
2002년에 조사한 결과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었다. 많은 경우 유통업체들이 제품을 잘못 관리하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매대 앞쪽에 진열하는 요령 같은 것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 소비자들과 업계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겨 버려지는 제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제품이라면 안전하다는 대소비자 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아울러, 업체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수거해서 재가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EU, 일본 등 유통기한 관련해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
일본의 경우 제품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주력한다. 한마디로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대단히 엄격하다. 특히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원료확보부터 포장, 판매, 재가공에 이르기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업체들이 이를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입과 눈이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고발정신이 투철하다. 포상금을 노리고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해야될 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협회차원에서 주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품물량을 줄이고 유통기한을 넘겨 소모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폐기물에 의한 2차 환경오염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 유통기한과 관련해 개선방향을 제시해 달라.
우선 국민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통기한을 지나지 않은 식품이라면 안전하며 음식물을 버리면 어떤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가에 관해 교육과 홍보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해야된다.

이와 관련해 공익적인 방송광고가 유익하리라고 생각된다. 조사를 해보면 국민들은 아직도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제품에 대해 많이 불안해 하고 있었다.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통기한을 넘겨 버려지는 제품 및 음식이 식당과 가정집의 냉장고에서 제일 많이 나오고 있다. 국민 계도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관리적인 면에서 유통기한 개선방향은 없는가.
일본의 경우 5일 이내 단기제품에 소비기한을 두고 있고, 장기적인 제품의 경우 품질유지기간(상미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기유통기한과 장기 유통기한으로 이원화시킬 경우 관리적인 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이 된다. 또 협회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 일본의 경우와 우리나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본은 국민들이 끌어간다. 계속 강조하지만 소비자, 정부, 업체 책임자의 생각이 응집되어야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식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모티브가 절실하다고 본다.

정병기 기자/hope@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