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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특별기획] 식품산업을 육성하자 1) 콩을 살리자

콩농업육성의 메카를 찾아

■ 1960년대 100% 자급률을 보이던 국내산 콩은 2003년에 7%대까지 떨어져 자급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산 콩의 생산기반이 크게 흔들린 요인은 다른 경제작물에 비해 소득이 낮아 농민들이 재배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수입산 콩이 국내산 콩에 비해 가격이 5∼7배 낮아 수요가 감소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 여기에 수입쌀 의무수입물량이 관세화 유예 추가 연장의 조건으로 지난해 4%(20만5000t)인 의무수입쌀 물량이 올해부터 매년 균등하게 증가해 2014년에는 기준연도(88
∼90년) 국내 평균 쌀 소비량의 7.96%(40만8700t)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쌀에 대한 소비는 계속 줄고 수입량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는 논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데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쌀개방화에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대두된 것이 논콩재배이다.



논콩, 절반의 성공···그러나 경제성 있다

"벼농사 소득 보전 위해 199kg이상 수량 확보해야"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2002년부터 논콩재배사업을 추진했다.

쌀 소득과 비슷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농가에 줘서 벼를 재배하던 농가에 콩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논콩 수매가격을 밭콩보다 높게 설정했다.

02년에 밭콩의 수매가격은 2,407원인데 비해 논콩은 4,770원으로 논콩 수매가를 책정해 쌀소득수준으로 수매가를 결정하기 시작한 것.

이 결과 02년에 밭콩 수매량이 2,306톤, 논콩 수매량이 2,526톤으로 대등했으나 03년에 논콩 수매량은 5,438톤으로 100% 이상 증가한 반면 밭콩 수매량은 3톤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04년엔 상황이 더욱 악화돼 밭콩은 0.8톤으로 하락했고 논콩 수매량은 1만톤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콩수매시 밭콩이 혼합되었다는 부정수매의 개연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벼를 수확한 후 논콩을 재배하면 지력이 문제되고 토양에 뿌리혹박테리아의 착생 불량이 나타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논콩의 작황이 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밭콩이 논콩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 선택이다. 밭콩 시세에 비해 논콩 가격이 월등히 높아 그 차액만큼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농림부 관계자도 "논콩과 밭콩의 구별이 애매하다"며 초기 정책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논콩 수매가격이 밭콩 가격보다 크게 높아 시중 콩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향후 수매가를 통한 지원책보다는 밭콩, 논콩을 구별하지 않고 콩수매가는 동일하게 책정하되, 논콩재배농가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향을 현재 모색중이다.

그렇다면 논에 콩을 심으면 벼를 심는 것보다 경제성은 있는 것인가. 대답은 경제성이 있다는 것.

농촌진흥청이 논콩의 수매가격을 4,770원/kg으로 책정해 논에 벼 대신 콩을 심은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02년에 논벼의 소득은 10a당 68만6000원인 반면 논콩의 소득은 70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농진청은 중북부, 중부, 중남부, 남부 등 4개 도를 나눠 분석한 결과 중북부의 경우 72만5,000원으로 논벼에 비해 5.6% 높은 소득을 보였으며, 중부의 경우 67만원을 기록해 논벼에 비해 3% 낮게 나타났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그러나 전국적인 평균치는 벼농사에 비해 논콩이 3.1% 높은 소득을 보인 것.

03년에 결과 역시 논벼의 경우보다 3.8% 높은 소득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농진청 관계자는 "논에 콩을 도입한 농가의 10a당 평균 수량은 02년 189kg, 03년엔 183kg으로 나타났다"며 "논에 콩을 도입하려는 농가는 벼농사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 적어도 199kg 이상의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논콩재밸 인한 농가소득을 보장하려면 적정한 수매가도 중요하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재배방법과 품종개발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성공포인트는 연계전략"

파주시, 장단콩 특산화 성공


유화선 파주시장
파주시는 미곡중심재배의 농업형태에서 벗어나 대체 작목으로 콩재배 농가를 집중 육성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파주시측은 '장단콩' 재배면적이 1997년 20ha에서 505ha로 확대되고, 이에 따라 2억4,000만원에 불과했던 농가소득이 61억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장단 검은콩에는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의 차원을 넘어 항암, 항고혈압 효과가 탁월한 안토시아닌 색소가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는 '파주장단'이라는 상표로 브랜드화를 시키고, 민통선지역 56ha에 대해 야생동물 피해방지용 울타리 설치를 지원했다.

이밖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장단콩을 1,500평 이상 재배하는 농가를 상대로 담당지도사가 생산 전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파주시 장단콩의 성공포인트는 콩을 재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메주, 간장, 두부 등 전통장류가공 시설을 설치·운영해 지역명품으로 연결시킨 점, '장단콩 축제'를 통해 홍보에 성공한 점이라고 파주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연간 50톤의 된장, 고추장 등을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중이며, 1997년부터 관광비수기인 11월에 장단콩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것.

파주시 관계자는 "올해 3월 콩 테마박물관 형식의 파주 장단콩 전용 축제장이 조성되면 농산물 홍보는 물론, 야외 상설체험 시설을 통해 연중 홍보와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파주시는 장단콩을 지역의 문화관광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는 '장단콩클러스터 사업'을 09년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은 장단콩 특화사업을 추진중인 유화선 파주시장과의 일문일답

- 장단콩의 성공포인트는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지리적인 여건상 수도권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 북한과 근접해있다는 점, 콩의 품질자체가 기후조건과 적합해 우수하다는 점, 남들이 안할 때 홍보를 계속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점이다.

- 농가의 참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장단콩연구회를 통해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정보를 공유한다. 이는 콩에 대한 응용력을 배가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야생동물 피해방지를 위해 울타리망 사업을 확대코자 하던데.
민통선쪽에 야생동물들이 많아 농가에 피해가 많았다. 군사보호지역이라서 동물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지난해에 처음 철조망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 다른 지자체에서도 지역 농업 클러스터에 관심이 많다. 파주시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지자체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농작물은 소비하는 것이니까 판로를 확보하고 홍보쪽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화를 확실히 시켜 소비자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초기에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 향후 장단콩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가
콩의 기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공품종을 보급,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콩과 다른 농산물을 통합시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 "콩은 우리가 책임진다"

농진청, 식용콩 자급률 향상 최우선


우리나라 토종작물인 콩의 부가가치를 높여 수입콩과 차별화를 이뤄내는 것.

아울러 고유한 전통식품인 된장, 두부, 두유 등의 원료에 적합한 콩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는 것.

이 두 가지는 날로 늘고 있는 수입콩에 대응하기 위한 국산콩의 생존전략이다.

◆ 차별화에 성공하라!
콩은 WTO(세계무역기구)협정에 따라 농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나 국내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추가로 매길 수 있는 고율의 관세인 TE관세에 의해 1995년부터 수입이 개방되고 있다.

04년 현재 TE관세율은 487%이나 매년 5.4%식 관세율을 낮추게 되면 08년에 TE관세율은 465.4%로 낮아지게 된다. 또한 현재 5%저율 관세가 적용되는 시장접근물량은 1,032톤으로 제한돼 있으나 이 물량은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 관계자는 "값싼 수입콩에 대응해 국내 콩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용콩 품종을 용도별로 차별화하고, 재배기술을 차별화 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국산콩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품종육성과 재배기술을 하나로 묶어내고, 이를 생산현장에 투입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콩 품종개발은 어디까지 왔나
1990년대 콩품종 개발의 중점은 용도를 다양화하고 품질을 고급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때 장류콩, 나물콩, 밥밑콩 및 떡소용 등으로 용도가 다양화되었다.

무엇보다 가공에 적합한 품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단백질함량이 45% 이상인 '단백콩' 개발은 큰 성과였다.

2000년 이후에는 쌀 생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논재배에 적합한 콩 품종에 주력하고 있으며, 친환경 콩 품종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웰빙 붐으로 기능성 음료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노화 억제작용은 물론 항균작용과 콜레스테롤 저하작용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기능성 품종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농진청 영남농업연구소 박금룡 연구관은 "안전다수확 품종인 '대풍콩',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진품콩', '진품콩2호' 등이 현재 얻어진 대표적인 수확"이라며 "앞으로는 기상재해에 강한 다수확 품종, 전통가공식품과 기능성 식품 등에 대응한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고 밝혔다.

◆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현재 콩 재배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체상태에 있는 생산성이다.
미국은 1989∼1991년 평균 수량이 226kg/10a에서 01년에 266kg으로 18%정도 향상했으며, 일본과 중국은 각각 157kg에서 192kg, 137kg에서 178kg으로 30%정도 향상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0년의 150kg내외의 수준에서 수량이 정체되어 있는 것.

이와 함께 논콩 재배와 관련한 제반 기술개발, 친환경재배기술을 확립해 나가야 함은 물론, 지역 전통가공식품업체와 연계해 콩의 지역브랜드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병기 기자/hope@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