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스토리텔링23]형만 한 아우 없다...지역 상생도 갓뚜기 보다 농심

1982년 출시된 너구리, 38년째 완도산 다시마를 매년 구매...누적 구매량만 1만5000t 돌파
꿀꽈배기와 수미칩도 농가와 계약 맺고 지역 소득.경제에 판로 제공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라면회사가 다시마 한 장씩만 더 넣어줘도 완도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엄청날텐데유." 특유의 친근한 사투리. 외식업체의 마이더스 손, 외식.식품와 미디어를 백종원보다 핫한 인물이 또 있을까.

 

더본코리아를 통해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거느린 그는 공중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인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을 통해서 기존에 없던 이미지를 구축했다. '맛남의 광장'에서 정용진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소한한 그는 이마트의 감자와 오뚜기 '오동통면'을 인기상품으로 만드는 매직을 만들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6월 '맛남의 광장'에서 전남 완도에 쌓인 다시마 2년치 재고 2000t을 처리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군대동기의 인연을 맺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전화를 건 백 대표는 함 회장을 '선배님'이라고 칭하며 "다시마 2000t이 남아있는데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뜬금없이 전화한 사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던진 공적인 이야기. 함 회장은 급작스런 제안에도 대기업의 상황이라고 보기 힘든 지나치게 '쿨 한'태도를 보였다.

 

조건과 상황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지금 다시마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한 장 더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날 것"이라고 화답한 것.

 

'맛남의 광장' 방송 이후 해당 라면이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모으면서 판매량에도 이목이 쏠렸다. '오동통면 맛남의 광장 한정판'은 초기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진비빔면'의 모델이었던  백종원과 오뚜기는 '진라면'에도 백종원을 등장시킨다.

 

'오동통면'의 성공은 백종원의 순박한 이미지와 농가 상생이라는 상징성이 더한 결과물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동통면' 이전에 농심의 '너구리'가 먼저 있었다. 농심이 올 4월까지 너구리 라면 생산에 사용된 다시마 양은 총 150톤이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흥행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너구리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말 추가로 확보한 다시마까지 대부분 소진했다. 농심은 연간 400여t의 완도산 다시마를 수매하고 있다.

 

지난 1982년 출시된 너구리는 올해까지 38년째 완도산 다시마를 매년 구매하고 있다. 누적 구매량만 1만5000t이 넘는다. 완도에서 농심은 누가 뭐래도 고마운 기업일 것이다. 생산되는 건다시마 연간 생산량의 1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1972년 선보인 스낵 꿀꽈배기도 출시 이래 지금까지 국산 아카시아꿀을 사용하고 있다. 농심이 한국양봉농협과 계약을 맺어 구입한 누적 구매량은 8천t을 넘는다.

 

지난 2010년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100% 국산 수미감자로 만든 스낵을 제공하겠다는 신념으로 출시한 수미칩도 매출이 꾸준히 놀면서 감자 농가의 소득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농심은 수미칩 출시를 준비하면서 수미감자 농가와 계약재배를 진행키로 했다. 계약재배란 생산물을 일정한 조건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농가는 감자가격이 폭락해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영농 활동에 몰입할 수 있고, 농심은 국내산 수미감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농심은 국내 식품기업 중 유일하게 600여개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한 해 1만 톤 이상의 국산감자를 매년 구입하고 있다. 또 이들 농가를 연 3~4회 방문해 재배 기술 향상와 수확량 증대, 농가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한 영농교육 등도 지원한다.

 

농심과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방원식 씨는 "농심의 수미감자 구매와 더불어 중간상인들의 구매도 늘어나는 등 최근 농촌지역 감자거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다시마 경매를 맡고 있는 완도금일수협의 김승의 상무도 "농심의 다시마 구매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조업 환경에도 어민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해준다"며 "완도지역 어촌 경제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