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생관리 - 식중독, 원인불명 유사사고 되풀이
학교급식 식중독은 예고된 사고
철저한 준비없이 시작된 정치논리의 부산물
엄격한 시설기준, 식재료 이력관리가 근본 해결책
‘당일 입고 당일 사용’ 개선 등 현실적 대안 찾아야
해마다 되풀이 되는 학교급식에서의 식중독 사고,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없는가. 학교급식이 안고 있는 문제 중 위생관리 문제는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수 천 명의 학생들이 식중독 사고로 피해를 보고 있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사고가 30%나 되는데도 교육당국이나 보건당국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때이다. |
▒ 되풀이 되는 식중독 사고, 이유 있다.
- 식중독 사고의 원인은 식약청이 분석한 식중독 사고의 원인을 보면 ▲부적절한 냉각 및 냉장 보관(63%) ▲준비에서 취식까지의 시간 증가(29%) ▲개인위생 불량 및 감염자에 의한 취급(26%)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생식재에 의한 오염(6%) 식품취급기기나 접촉표면의 부적절한 세척/소독(9%) ▲남은 음식 재사용(7%) ▲교차오염(6%) ▲기타 부적절한 해동과 안전하지 못한 식재료의 사용 등의 순으로 나타나있다. | ![]() |
- 가장 큰 문제는 시설기준
단체급식의 위생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관리되어야 할 부분은 온도와 시간, 그리고 종사원의 위생관리이다. 특히 보온과 보냉 관리 시설도 제대로 없는 단체급식에서 대량 조리기기의 부족으로 인해 장시간 조리를 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온도와 시간을 모두 놓치게 돼있다.
가령 예를 들어 미생물이 사멸하는 온도까지 가열조리를 하여 중심온도를 체크 하도록 돼있는데 선진 외국의 경우는 컴비스티머오븐류의 기기에서 자동으로 탐침온도계에 의해 온도가 설정되며 그 온도를 반드시 유지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리원이 장갑을 끼고 조리를 하다가 소독돼 준비되어 있는 탐침온도계를 중심부까지 꽂아서 학인한 후(디지털 또는 중심온도계가 상품의 온도를 확인하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1~2분 정도) 장갑을 벗고 기록을 하고, 중심온도계는 다시 세척, 소독하여 전용용기에 보관해야 하고 그 후에 올바른 손씻기를 하고 나서 다시 하던 작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면서 간단한 작업인데도 불구하고 기계가 자동으로 작업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실제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두 가지 품목이 아니므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렇다보니 건성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 통례라는 것이다. 가열조리에서의 중심온도 확인과 기록은 의무적으로 하게 돼있지만 대부분의 급식현장에서는 실측하지 않고 상상의 기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특히 대량의 조리를 단시간에 해서 장시간 배식해야 하므로 콤비스티머오븐과 같은 대량 조리기기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콤비스티머오븐이 여러 대 있고 그것이 없으면 단체급식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고가인 콤비스티머오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조차도 아직 설치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허술한 식재료 관리도 원인
![]() | 선진 외국에서는 식중독 사고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유는 시설 기준이 완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재료에 대한 이력관리가 확실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식자재 이력에 대한 추적을 통해 원인을 찾아냄으로써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학교급식 현장으로 들어오는 식재료가 어떤 경로와 과정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지 추적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
대부분의 학교, 특히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에서는 급식재료를 납품하는 회사의 차량기사가 학교 급식실의 열쇠를 갖고 다니면서 새벽에 아무도 없는 급식실의 문을 따고 들어가 급식재료를 배달해놓고 가버린다. 그러고 나면 영양사가 출근해서 물품을 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는 여러 곳이고, 각자 배달해온 식재료를 냉장 또는 냉동 보관실에 보관해두고 가는데 좁은 보관시설에 서로 자기네 물품을 넣으려고 먼저 배달된 제품을 꺼내고 자사 물품을 넣어두는 사례들 때문에 말썽이 빚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 저조한 위생의식과 종사원의 근무환경도 한 몫 식약청에 따르면 올바르게 손씻기를 함으로써 식중독발생을 60%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조리종사원 뿐만이 아니라 식사를 제공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히 조리 종사원의 올바른 손씻기 습관은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의무적으로 손세정대가 정해진 면적내에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손세정대에 급수되는 온수시설의 온도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단체급식 조리장에 손세정대가 과연 몇 %정도 설치돼 있는가. 최근 하루에 서울시에서 1830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다. 건강한 성인이 손을 8번, 흐르는 물에 30초씩 씻도록 하자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1주일 정도 후에 현실성이 결여된 내용이라는 반박자료가 나왔다. 하루에 8번씩 우리나라 국민이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을 때 물 | ![]() |
조리종사원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위생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종사자들의 급여수준은 최저임금을 넘지 못해서 시급 100원만 더 줘도 즉시 이직하는 현상 때문에 이직률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어려운 교육과 훈련을 통해 겨우 숙련이 될 때 쯤이면 다른 회사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작업환경은 더욱 문제다. 하절기의 경우 공조가 너무 안 되어서 튀김요리라도 할 경우에는 40도를 넘는 조리장 온도에서 살결이 물르기도 하고 땀띠는 다반사로 발생한다고 하니 어찌 제대로 위생관리에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

▒ 대책은 무엇인가
- 근본적 해결책은 시설 선진화와 이력관리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학교급식에 대한 시설기준을 선진국형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집단급식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과 시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하여 향후에는 건물 준공 시 처음부터 기본적인 급식시설을 설계하여 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이미 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단계적으로 엄격한 시설기준에 맞게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 |
- 근본적 해결 이전까진 현실적 대안 찾아야
급식시설에 대한 선진화나 급식재료 유통의 이력관리 시스템 도입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기 까지는 사실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라도 식중독 사고를 줄이고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 위생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한결같은 개선책은 식자재의 ‘당일 입고 당일 사용’ 규정이다. 현재 학교급식 위생지침에는 모든 식자재는 당일 입고해서 당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이것이 식중독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냉동육류가 입고가 되면 해동하는데 최소한 1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당일 사용을 하다 보면 가열조리 시 내부가 익지 않아 섭취 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경우는 최소한 1일 전에 입고하여 해동공정 등의 작업이 선행되어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제공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른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당일 8시에서 8시반쯤(직영의 경우 이 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음) 전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야채류의 경우 흙이 묻어있는 상태) 입고되어 1시간 이내에 전처리를 하고 2시간 이내에 모든 조리를 완료하여야 하므로 충분한 조리를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전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식재료가 대거 입고되어 전처리 작업과 조리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교차오염의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영양사의 위생관련 전문성과 자격요건 강화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양사는 집단급식의 사업장 단위의 관리와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러나 영양사 자격을 취득하는 관련 학과의 위생관련 전공 필수과목에 대한 명시가 없어 영양사의 전문지식이 영양면에 치중되어 있고 위생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향후 영양사 자격요건에서 위생관련 필수 전공과목 및 이수학점을 명시하여 영양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영양사들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식품영양학과에서는 실전경험을 쌓는 공부를 더욱 많이 하고 이론적인 공부는 기초만 하여도 된다는 것이다.
20년전의 커리큘럼이나 지금의 커리큘럼이 변함없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니 국가자격시험을 치러 합격을 하더라도 실무를 전혀 모르므로 다시 인턴기간이라는 것을 거쳐야 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6개월 동안 50만원의 임금을 지불하고 6개월 후 채용여부를 다시 평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식품영양학과의 커리큘럼을 식품공학, 임상영양학, 급식경영 등으로 더욱 세분화하여 영양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식약청과 교육청 등이 위생점검을 할 때 서로 상이한 기준으로 점검하고 있는 문제를 비롯해 주무관청을 일원화하고 전문화 하는 것도 당장에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심층취재] 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 1) 식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