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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위기 온다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 날로 증대
국내 농업정책 식량안보차원 접근 시급


지금 세계가 에너지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다음은 식량전쟁이다. 국경 없는 글로벌 교역시대에 인류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식량문제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점차 무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쌀 수입개방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식량주권 확보와 식량안보 차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초당적인 범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10일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주최한 ‘WTO 그리고 식량안보와 식품안전 대토론회’에서 중앙대 윤석원 교수(산업경제학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의 식량무기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WTO 체제하에서도 곡물 수출국가들의 수출제한조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 석원 교수는 전체 곡물의 경우 상위 5개국(미국, 중국, 인도, EU, 브라질)이 생산량과 소비량의 각각 63.8%와 64.9%를 차지하고 수출량은 상위 5개국(미국, 호주, 아리헨티나, 캐나다, 브라질)이 71%를 차지하는 등 국제 곡물시장의 과점적 구조가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자포니카 쌀의 세계 총무역량은 생산량의 4.9%인 200만톤 정도로 인디카(7%)보다도 더욱 얇은 시장인 관계로 가격변동이 매우 심한데다가 미국과 중국, 호주 등 수출 가능국이 소수이기 때문에 국가간 담합이 용이하여 식량의 무기화가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전 세계적으로 1999년 이후 4년 연속 곡물 생산량이 소비량을 밑돌면서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특히 주요 곡물 생산국인 중국에서의 생산량 급감현상이 세계 식량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세계 총 교역량의 80% 정도를 소수의 다국적 곡물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들 곡물메이저들이 언제든지 수출금지와 가격담합 인상 등 불공정 무역을 자행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곡물시장이 WTO 등 국제기구의 규범이나 질서보다 이들 메이저들에 의해 혼란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도 이제는 경쟁력 제고나 구조조정을 통하면 우리의 농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제고되는 것처럼 홍보할 것이 아니라 유럽처럼 농업, 농촌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 식량자급목표와 생산기반유지 목표 설정을 통한 비전제시로 농민의 불안을 해소함과 동시에 규모화와 전업농 중심의 정책에서 탈피, 다양한 경영체를 선별하여 생산과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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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수입액 30%급증
쌀은 무려 200%이상 증가


올해 쌀과 옥수수 등 곡물 수입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기준 곡물 수입물량은 1천159만9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줄은 반면에, 곡물 수입금액은 미화로 24억3천700만달러 작년대비 29.7%급증했다.

쌀은 4천574만달러어치가 반입돼 수입금액이 무려 223.7%늘었고 옥수수는 9억5천159달러, 대두는 3억2천678달러로 각각 45.7%와 27.4%증가했다.

이처럼 곡물수입액이 크게 는것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국제 곡물시세 상승으로 곡물 수입금액이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쌀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물량 18만여t중 일부가 올 1월에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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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의 무기화 가능한가
식량무기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본 분석


- 일찍이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이 비교우위론자들의 주장으로 1846년 곡물법을 폐지하고 식량을 해외에 의존했다가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해상봉쇄로 온 국민이 기아에 시달렸고, 인공위성에 핵무기까지 보유한 구 소련연방도 결정적으로 미국의 밀가루 포대에 무너진 사실을 떠올린다면 식량의 무기화는 가능하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 1972년 세계 식량 파동시 세계 곡물생산량이 3% 감소하자 쌀과 밀의 국제 가격이 367%, 212% 오르는 등 4개 곡물 가격이 100% 이상 급등하는 사태를 보았다. 식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생존 위기감은 가격의 폭등을 가져오는 특수성이 있다.

- 1976년 자이르(현 콩고) 정부가 곡물 대금 결제를 지연하자 콘티넨탈은 밀 공급을 중단, 현금지불과 이듬해 밀의 독점 수입을 약속하고서야 수출을 재개했다.

- 1980년 우리나라의 냉해로 쌀 생산량이 격감하자 국제 쌀 가격은 346.1$/톤(1980년 1월)에서 541.3$/톤(1981년 4월)으로 56.4%나 폭등했다. 그 후로도 5년간에 걸쳐서 사기로 약속을 한 미국산 쌀 재고량이 1989년까지 남아 있었다.

- 1988년 사하라 이남의 최대 소맥 수입국인 나이지리아가 국내 식량생산 감소를 이유로 소맥 수입을 금지하자 카길은 미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나이지리아의 섬유수출을 제재했다.

- 1988년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과 카길은 아연과 구상무역 형태로 밀 2천톤을 수출하기로 계약 했으나, 북한의 아연 궤가 준비되지 않자 운송 중이던 수출선을 공해상으로 돌려 다른 나라로 수출한 예가 있다.

- 1993년 일본의 냉해로 쌀 생산량이 격감하자 국제 쌀 가격은 402.3$/톤(1993년 1월)에서 606.3$/톤(1994년 4월)으로 약 50.7% 상승했다.

- 1997년 우리나라의 IMF 위기 시절 밀가루 가격이 70% 상승하자 빵 가게는 일찍 문을 닫았고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를 감당할 수 없어 농민들은 가축을 정리해고 해야 했다. 곡물은 생산이 1%만 줄어도 가격이 47% 폭등할 정도로 민감하다.

- 수입국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수출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곡물 수출국들은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경우 자국내 식량 확보와 물가안정을 위해 쌀 등 곡물의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WTO가 출범한 이후에도 1995년 태국의 쌀 수출금지조치와 1995년 헝가리의 옥수수, 밀, 보리 수출금지, 1996년 유럽연합의 밀과 밀가루에 대한 수출세 부과, 1996년 체코의 밀과 귀리 수출금지 등 수출제한조치가 취해졌다. 미국은 1996년 ‘농업법’에, 유럽연합은 1999년 3월 채택된 ‘아젠다2000’에 ‘필요한 경우 곡물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 그러나 국제 무역경찰을 자처하는 WTO도 이러한 수출제한조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농업협정문 제12조(수출금지 및 제한에 관한 규율)는 수출제한조치를 취하는 국가에 대해 식량수입국의 식량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거나, 필요한 경우 수입국과 협의할 것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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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반대’운동 본격화

전농 등 120여개 단체 운동본부 발대식가져시민단체·근로자·공무원까지 가세 전국확산미국·중국 등과 쌀개방에 관한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우리쌀을 지키기 위한 범국민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 등 일부 정당과 민주노총 그리고 종교계까지 가세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여기에다 공무원노조의 동참으로 반대움직임은 범국민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7월 중순부터 전국각지에선 해당지역 사회단체 등과 연계한 지역단위의 우리쌀지키기 운동본부가 활동을 시작했고, 여러 여성단체와 노동조합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6일 전농 등 농민단체와 사회단체 1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운동본부 발대식과 기자회견을 등을 갖고 쌀개방 반대 투쟁을 본격화했다.

경남지역 노조 대표자 160명과 우리쌀 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쌀개방 반대를 주장했다.

전농 충남도 연맹 등 대전, 충남지역 37개단체들도 같은날 우리쌀 대전·충남운동본부 발족식을 갖고 “쌀 추가 개방을 전면 유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와 전농 강원도연맹도 이날 강원도청 앞에서 쌀 개방 반대를촉구하는 식량주권 선언문 낭독 및 투쟁선포식을 가졌다.

농촌진흥청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직장협)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전국농업기술원직장협의회연합회와 공동으로 쌀시장 추가개방 반대와 식량주권수호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해 반대운동 동참을 공표했다.

다음날일 7일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방반대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우리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천주교선언’에서 한국카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 등 회원들이 식량주권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요구를 종합해보면 △쌀개방반대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농지법개악중지 △대통령소속 농특위를 혁신하는 새로운기구 구성 등으로 요약된다.

국민운동본부는 6일부터 12일을 ‘이경해 열사 추모 및 우리쌀 지키기 주간’으로 정하고, 10일에는 전국 시·군 단위로 쌀개방 저지 식량수호 범국민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한편 지난 8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농민중 한명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반세계화 운동가 조제 보베(Jose Bove)씨가 내한, 운동에 동참했다.

이경진기자/lawyo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