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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검사 허점 투성이

대행업체 지정 남발, 부실검사 초래
자가품질검사, 실효성 없이 부정・비리 온상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첫 길목인 위생검사 행정이 곳곳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부산의 한 식품위생검사 대행기관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불량식품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 대행회사 대표 등 5명이 구속된 사건이 위생검사의 문제점을 대변해주고 있다.

품목에 따라 1개월 또는 6개월에 한번씩 실시하도록 돼있는 ‘자가품질검사’ 제도가 식품안전을 위한 실효성은 없는 가운데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식품위생검사의 경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가 검사기관이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 개인 업체를 검사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있어 공정성이나 정확성 등 검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효율성 없는 자가품질검사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가 직접 검사를 수행하거나 정부가 감당할 여력이 부족할 경우 대행기관을 통한 위탁검사를 수시로 집행하는 등 검사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식품위생검사는 국가 고유의 몫”이라고 전제하고 “윤리와 도덕적 양심이 부족한 민간에 검사를 위탁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로 정부가 공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식약청이 지정한 식품위생검사기관은 수입식품검사기관(7개), 다이옥신검사기관(2개), 자가품질검사기관(44개) 등 모두 52개이다.
식품위생법상 식약청은 기관 또는 단체를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일반 사기업도 기관 또는 단체로 확대 해석, 대행 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입식품 검사기관까지도 민간업체를 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지정된 민간업체 2곳의 대표가 모두 식약청 출신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전관예우’ 차원의 밀실행정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은 민간업체를 대행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식약청이 정한 기준에 적합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업체가 대행기관 지정 신청을 해올 경우 지정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불량식품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부산의 Y모 업체의 경우도 수입식품검사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업체였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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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식품검사 행정 난맥
무분별한 위탁 지정으로 질적 저하 우려


식품위생법(제18조)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수거식품 등의 검사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기관을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제16조)에서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과 국립검역소,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등의 기관을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또 이들 기관외의 지정은 식약청장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검사시설과 인력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 중에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식약청이 지정한 식품위생검사기관은 수입식품검사기관(7개), 다이옥신검사기관(2개), 자가품질검사기관(44개) 등 모두 52개이다.

그런데 문제는 식품검사기관의 무분별한 민간업체 지정에 있다. 특히 수입식품검사 기관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현재까지 지정된 7개 검사기관 중에서 한국식품공업협회부설 한국식품연구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한국식품공업협회부설 한국식품연구소부산지소,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등 5개는 기관 또는 단체의 성격에 부합한다.

그러나 (주)L사와 주식회사 B사는 개인 업체로서 기관 또는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식약청은 개인 업체라도 검사업무를 하는 회사는 ‘검사기관’으로 볼 수 있다며 법규를 확대 해석해 이들 업체를 지정해주었다. 우연하게도 이들 두 업체는 식약청 출신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에서 ‘전관예우’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L사의 경우 대표인 P모씨가 식약청장 재직 시 뇌물사건으로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자 신청을 반려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장이 바뀐 후 조건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지정해주었다. 전관예우 차원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또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P사는 관세사 경력과 부산지방청 수입검사과에서 오랜 근무 경력이 있으며 식약청대구지청장을 지낸 S모씨가 만든 회사다.

이 회사는 특히 관세사 출신들이 투자해 만든 회사로 알려지고 있어 수입식품 위생검사 기관으로서는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는데도 지정해주었다.

식약청의 이 같은 민간업체의 수입식품 위생검사 기관 지정에 대해 정부 일각과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품위생검사기관은 식품이 정부에서 정한 안전성 기준에 적합한가 여부를 판단하고 부적절한 식품을 색출하는 것을 업무로 하고 있다. 이러한 검사업무를 시행하는 이유는 검사를 받기를 원하는 업체들의 편의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써 업무의 성격이 공공업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입식품 검사는 수입통관에 공정성이 중요시 되는 국가검사업무 또는 국가검사업무 위임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민간 검사기관을 지정 운영하는 것은 검사업무의 공공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수의 민간검사기관이 설립 운영되고 검사를 신청하는 업체가 임의로 검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현실에서 검사를 신청하는 업체로서는 가장 수수료가 적게 들고, 또 검사를 통과하기 쉬운 검사기관을 찾아 검사업무를 신청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검사를 여러번 시행해 수수료를 많이 징구하는 업체나 검사기준이 까다로운 업체에 대한 검사신청은 줄어들 것이며 결국 검사방법이 제일 부실하고 검사기준이 가장 완화돼 있는 검사기관에 검사신청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엄격한 방법과 기준을 적용하고 있던 다른 검사기관들도 검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검사방법과 완화된 검사기준을 적용해 검사를 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록 법규상 민간업체를 검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공공성이 없는 영리목적의 개인 업체를 수입식품 검사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공공기관에서 설비 및 시설의 부족으로 시행할 수 없는 검사업무가 있어서 부득이 개인 업체의 시설과 인력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검사업무 자체는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되 특정분야에 대한 검사를 개인 업체에 다시 위탁하여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