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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젖소 유전자감별법 믿을 수 없어

관련 정부기관 ‘나 몰라라’…업체들만 ‘울상’

불확실한 한우·육우 감별법으로 인해 쇠고기 가공·유통업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현재 학교 직영급식소의 경우 납품받는 식자재에 대해 학교 측이 품질이 미심쩍을 때 전문검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특히 한우를 납품받는 학교는 납품받은 고기가 한우인지 육우인지에 대한 검사를 해 볼 수 있다.

학교들이 검사를 의뢰하는 곳은 농촌진흥청 산하의 축산연구소와 사설 연구소인 정P&C연구소이고 이들 기관은 한우와 육우를 가려내기 위해 축산연구소에서 개발한 ‘한우 및 젖소고기의 판별 DNA 표지인자 판별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흔히 모색유전자감별법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축산연구소에서 2001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털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판별해 황갈색을 내는 유전자가 있으면 한우형으로, 흑색을 내는 유전자가 있으면 육우형으로 구분한다.

문제는 유전자가 한우형으로 나왔다고 해서 소의 품종을 한우로, 육우형으로 나왔다고 육우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축산연구소에서 밝히는 이 검사방법의 신뢰도는 한우-젖소는 100%, 한우-수입육은 95.8%이다. 그러나 축산연구소의 연구논문을 보면 대표적인 젖소 품종인 홀스타인의 유전자형 중 7%가 젖소의 유전자형과 한우의 유전자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경우 젖소 1세대는 육우형으로 나오지만 이런 젖소끼리 교배로 나온 2세대의 25%는 한우형으로 나오게 된다.

또한 축산연구소에서도 밝혔듯이 한우와 수입육은 한우와 젖소보다 잘못 판별되는 경우가 더 많다. 수입육 중에 황갈색털을 가진 품종이 있고, 특히 샤롤레란 품종은 축산연구소의 논문에서도 100% 한우형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우-젖소-수입육이 섞여 있으면 신뢰도는 더 떨어지게 되고 축산연구소가 주장하는 신뢰도가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농림부 홈페이지의 민원 코너에 있는 유전자 검사에 관한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보면 “국가적으로 공인된 것이 아니어서 아직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 정확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추후 신뢰도가 높은 감별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감별법을 사용해 교육청과 학교들이 납품된 쇠고기에 대해 검사를 하고 있고, 결과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내린 급식실시지침을 보면 ‘부정축산물 판별을 위한 유전자 검사 불시 실시 예정’이란 문구가 있다. 유전자 검사에 대해 문의한 결과 축산연구소와 정P&C연구소에 맡겨 검사를
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각 지자체 교육청들도 명문화된 지침이 없을 뿐이지 예외 없이 같은 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검사 기관에 의뢰하는 것”이라며, 검사방법이 불확실하다고 알고 있냐는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라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각 학교가 납품업체와 맺은 계약서에는 거의 빠짐없이 ‘갑(학교)은 을(업체)이 공급한 식품을 언제든지 검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경비는 을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한 ‘중대한 물품하자에 대하여는 즉시 계약을 해지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혹시라도 잘못된 검사 결과로 인해 납품업체는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하는 한 한우납품업자는 “정직하게 한우를 납품해도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오면 꼼짝없이 계약을 해지 당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실례로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납품업체가 한우를 납품했다는 식육의 종류, 원산지, 매입처, 매입량 등의 기록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결과가 육우형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에 대해 축산연구소 측은 “혈액형, 근육조직 등을 이용해 구별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직까지 유전자감별법에 비해 신뢰수준이 낮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법적,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닌 보조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축산연구소는 불확실한 검사를 하면서 검사료로 건당 약 24만원을 받고 있고, 축산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01년도 의뢰건수가 3건에서 2003년에는 322건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잇속만 차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주무부처인 농림부와 교육부 모두 자신들은 지침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어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업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