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을 때 공짜로 군만두나 물만두 한 접시를 서비스로 주는 걸 보고 의아해 한 적이 많다. 자장면 팔아 별로 남는 것도 없을 텐데 만두까지 주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주는 음식이라 먹어보면 역시 공짜답게 맛이 별로 없고 왠지 찝찝하여 안 먹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혹시나’가 ‘역시나’인 셈이었다. 일명 ‘쓰레기 만두소’ 사건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누구나가 중국집에서 제공하는 공짜 만두를 먹어본 경험이 있음직한데다가 백화점 등에서 돈을 주고 사먹은 유명회사의 제품까지도 ‘쓰레기 만두소’로 만든 만두였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쓰레기 만두소’ 사건은 이미 예견된 사건이다. |
본지가 보도한 바와 같이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 가운데 ‘으뜸식품’이라는 회사는 이미 지난 2001년에 똑같은 내용으로 식약청에 의해 두 번이나 적발돼 품목제조 정지와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이 있다. 그 때 제대로 단속을 하고 제대로 조치를 취했더라면 오늘날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었을까. 똑같은 사안에 대한 단속이었는데 경찰의 눈에는 심각하게 보였고 식약청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인가.
심창구 식약청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에서 어떤 업체를 수사하고 있을 때는 식약청이 개입하기 어렵다”면서 “식약청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업체는 빼놓고 조사를 한다"고 일종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하기 훨씬 전인 2001년에 식약청은 이미 ‘쓰레기 만두소’가 제조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사안을 3년 전에 적발하고도 식약청은 형사고발하지 않고 해당 지자체인 파주시에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요구했고 업체는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해 과징금 420만원만을 내고 버젓이 영업을 해온 셈이다.
식약청은 당시에 규정대로 처벌을 하는 등 할 바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처벌규정이 미약해 업체들이 처벌을 감수하고도 불법을 저지르는 데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처벌규정이 미약하다고 생각한다면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했어야 했고, 그렇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번 불법을 저지른 회사는 또다시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2001년 적발 이후에도 계속해서 점검을 했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식약청이 ‘쓰레기 만두소’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지적은 경찰청의 수사결과 발표가 나온 후 식약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볼 때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식약청이 지난 6일 경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보여 준 태도들은 3년 전에 동일한 사건을 적발하고도 보여준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만두소’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만두 제조업체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뒤늦게 처벌규정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식약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집안 냉장고에 있는 만두를 먹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분간 먹지마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쓰레기 만두소’로 만든 만두가 정말 위해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역시 먹지마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현 심창구 청장은 2001년에는 청장이 아니었다. 때문에 현 청장이 느끼는 심각성과 당시 단속 공무원 또는 당시 청장이 느끼는 심각성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같은 기관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이같이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3년전이나 내용상으로 달라진 건 없는데 언론과 여론이 들끓는다고 야단법석을 부리고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호들갑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