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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업체 길들이기”

학교측 “행정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

학교급식소에 고기를 납품하는 업체와 학교 사이에 육우냐 한우냐를 놓고 한판 전쟁이 벌어졌다.

5월 초부터 경기도 성남 일대 학교의 영양사들 사이에선 ‘한라식품(대표 황인경)이 육우를 한우로 속이고 납품한 것을 경기도 소재 한 학교에서 유전자 감별 검사를 통해 확인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검사를 의뢰한 학교는 성남 수내중학교(교장 안명영)였고 검사를 한 곳은 성남 소재 정P&C연구소였다.

연구소 측에 확인을 해본 결과 연구소 측은 검사를 의뢰한 사람이 검사 결과에 대해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내중의 영양사도 검사를 의뢰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결과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다.
수내중의 안명영 교장은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말고 할 것이 없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행정적 절차에 의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한라식품 측이 밝히는 내용에 따르면 5월4일 수내중학교에서 4월27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납품한 고기를 검사해 본 결과 육우로 나와 계약을 파기한다는 공문이 날아왔다는 것이다.

한라 측이 제시한 검사 결과를 보면 검사방법은 모색 유전자 감별법으로 시료 3개 중 2개는 한우형으로 나오고, 1개가 육우형으로 나왔다.

그러나 축산연구소는 모색 유전자 감별법에서 한우형으로 나왔다고 해서 한우라고, 육우형으로 나왔다고 해서 육우라고 단정지을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라식품은 자사의 한우 매입 경로 및 유통과정을 기록한 서류 등 관련 자료를 가지고 학교에 찾아가 해명을 했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고 털어놨다.

한라 측이 제기하는 또하나의 문제는 시료채취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수내중학교 영양사에 따르면 보통 학교에서 식자재에 대해 검사를 할 때는 검사를 하고 난 후 납품한 업체에 통보를 하고 이번 한라식품에도 검사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결과, 검사 사실은 검사 결과와 검사 비용 청구와 함께 통보됐다.

식자재 관계자는 “보통 학교에서 검사를 할 때는 업체가 물건을 가지고 왔을 때 업자가 있는 자리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혹시 업자가 없을 때 채취하더라도 업체에 연락을 해 참관여부를 묻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 측은 이 문제로 인해 법적공방까지 갈 경우 학교의 이미지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채, 한라식품과의 거래만 끊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학교들이 이런 식으로 업체 길들이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학교에 대해 약자인 업체로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따라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