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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식약청의 취재거부 행위 정당한가

김병조 편집국장
주말이면 어김없이 보건복지부, 농림부, 환경부,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부처에서 다음주 주요 행사 및 보도계획, 장차관 일정 등을 담당기자에게 이메일로 전송을 한다. 출입기자들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다.

5월31일 월요일 아침 편집회의 시간, 식약청의 행사 및 보도계획이 없어 출입기자에게 확인을 지시했고, 담당기자가 공보관실로 확인한 결과 식품환경신문에는 보도계획이나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편집국장이 직접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본지가 식약청에 대해 계속해서 악의적인 기사를 쓰기 때문에 취재 협조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본지에는 보도자료가 전송되지 않는 가운데 6월3일, 식약청 홈페이지를 통해
‘자랑스런 식약인’을 선발했다는 자료를 보고 출입기자에게 선발된 세 사람의 사진을 확보해 소개하라고 지시했다.

식약청 담당 직원에게 사진을 요청한 결과 “사진을 보내드려야 할지, 보내지 말아야 할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공보관실에서 본지에는 일체의 취재 협조를 해주지 말라는 통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공보관실이 본청은 물론 전국의 각 지방청에도 이같이 똑같은 내용의 본지에 대한 취재거부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는 최근 몇 주에 걸쳐 ‘식약청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제하의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 것을 비롯해 식약청과 관련된 비판적인 기사를 다수 보도한 게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식약청 공보관실 직원이 본지를 방문,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잘못했다”는 유감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보자”는 뜻을 표시한 적이 있다. ‘식약청 무엇이 문제인가’ 시리즈 <상>편이 보도되고 <중>편의 편집이 완료된 시점에서다.

식약청의 본지에 대한 취재거부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인 지난 5월27일, 공보관실에서 편집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인터넷상에 올라가 있는 식약청 관련 기사를 좀 빼달라는 요청을 했다.

필자는 이미 보도된 기사는 ‘역사’이며 잘못된 내용이 없는 한 삭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그런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러자 당시 인터넷상에 톱기사로 게재된 ‘식중독 최고의 해 될 판’ 제목의 기사에 대해 “국민들은 식약청이 식중독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목이 그렇게 나가면 식약청 이미지가 뭐가 되겠느냐”며 제목 수정을 요구했다. 필자는 그럴 만도 하겠다 싶어 ‘식중독 유사 사고 되풀이’라는 제목으로 수정을 했고 지면에도 그렇게 보도를 했다. 그 후 식약청에 대한 기사는 ‘식약청 무엇이 문제인가’ <하>편이 나간 것이 전부다.

일반적으로는 취재원에서 기사에 대해 불만을 갖고 담당 기자의 출입을 정지시키거나 취재거부 등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식약청이 본지에 대해 취한 조치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우선 식약청은 본지에 보도된 기사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적시하지 않았다. 기사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잘못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을 하고 정정 보도를 요청하거나 아니면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을 하는 방법도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소송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지의 보도내용 중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지적도 하지 않으면서 취한 식약청의 취재거부 조치는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비판과 계도의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본지가 항상 식약청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만 한 게 아니다. 오히려 우호적인 보도를 훨씬 더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은 식약청의 ‘홍위병’ 역할만 한 게 아니냐는 자책이 들 정도였다. 최근에 식약청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보도를 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식약청 안팎에서 ‘식약청 이대로 안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청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가 나갔을 때 업체들은 물론 식약청 내부의 일부 직원들까지도 ‘속 시원하다’, ‘정말 잘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격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식약청 관계자들은 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