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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식약청 무엇이 문제인가 거듭나는 식약청이 되려면

환골탈태만이 해법이다

약사출신 편중인사 탈피 시급
‘행정도 서비스’ 인식전환 절실


■ 리더십을 살려야

식약청이 안고 있는 문제 중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리더십 부재다. 리더십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은 청장이 행정관료 출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돼온 학자 출신의 전문가라는 데 있다. 식약청의 주요 업무는 전문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장이 반드시 전문가라야 할 이유는 없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들이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6년동안 5명의 식약청장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자기 전공분야 외에는 비전문가인데다가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재임기간 평균 1년3개월, 그들은 절반의 시간을 업무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좀 알만 할 때 퇴임하는 꼴이 됐다. 이래서는 조직을 장악할 수가 없다.

리더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 곳곳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위 공직자들이 청장을 ‘우습게’ 알고 소위 ‘장난’을 치며 청장을 ‘핫바지’로 만들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생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청장이 경질될 때까지 복지부동의 자세로 직무를 유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식약청, 그리고 현재의 식약청이 이런 관점에서 과연 문제가 없는지 식약청 스스로, 또는 상위 기관에서 냉철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식약청도 엄연히 중앙 행정기관이다. 행정기관은 독불장군 식으로 자기 기관만 잘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타 부처와의 원만한 협조관계,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관련 기관 또는 업체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의 청장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맨 파워의 균형을 갖춰라
식약청에는 모두 846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구직이 329명으로 가장 많으며 식품직 181명, 약무직 68명, 행정직 149명, 기능직 119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직을 전공 분야별로 분석해보면 약학·독성을 전공한 사람이 102명으로 가장 많으며 식품 전공자가 59명, 미생물 전공자는 48명, 화학 23명, 전자물리 21명, 그밖에 농학 19명, 수의학 16명, 의학·한의학 전공자는 8명에 불과하다.

특히 의사·한의사·약사의 면허 자격증 소지자별로 볼 때는 의사는 2명, 한의사는 1명에 불과한데 비해서 약사는 무려 163명이나 된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약사 출신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래서는 식품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관리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균현잡힌 모습이라고 볼 수가 없다. 게다가 고시 출신은 고작 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조직문화의 탓이라는 게 식약청 주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식약청이 복지부로부터 독립될 때부터 약사 출신 인력이 대거 포진한데다가 청장이 약학전공자인 관계로 신규 채용에서도 약사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인사의 편중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맨 파워 면에서 보면 ‘약청’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행정고시 출신이 5명밖에 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행정고시 출신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는 식약청의 조직문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마디로 고시 출신들이 식약청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식약청으로 임명이 되더라도 어떻게 하면 식약청을 빠져나갈까만 궁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 위상 재정립 서둘수록 좋다
식약청의 위상은 지금 어정쩡한 상태다. 상위 기관인 복지부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데다가 기능과 역할 면에서도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청의 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식품안전관리에 관한 행정을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기초로 식약청의 위상과 기능의 재정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지금 식약청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과 단순화, 전문화 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에는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까지도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에서는 식약청이 현행 체제대로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 업무를 함께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이며 오는 7월쯤에는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식약청의 위상 및 기능 재정립은 정부의 조직개편 계획과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개편 방향 등과 맞물려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식약청이 현재의 모습에서 탈피, 새로운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서둘러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 행정도 서비스다
식약청은 내부 정비 또는 정부 차원의 위상 재정립 등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 받고 있다. 지금까지 외부에 비친 식약청 공무원들의 공직 수행 이미지는 지극히 권위적이고 고압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식약청은 뇌물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단속권과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식약청 입장에서는 두 부류의 고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 쪽은 국민이며, 한 쪽은 업체들이다. 양 쪽 모두에게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은 어느 쪽에도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은 행정도 서비스 시대다. 행정기관은 국민과 관련 업체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고 업체에게는 편의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식약청의 올바른 공직수행 자세는 어떻게 하면 국민 건강과 위생안전을 보장할 것인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가 되는 요소는 스스로 과감하게 척결해나가는 내부 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업체를 상대로 할 때도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자세가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도와주려는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의·약 분야나 과학 분야 등의 기술개발은 제도나 법규보다 앞서나가는 게 통상적이다. 제도나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선진국의 전례를 보고 따라가겠다는 식의 생각을 갖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행정편의주의요 무사안일의 표본으로써 결국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대 식약청장 프로필>



◇ 박종세
▲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66)
▲ Johns Hopkins Univ.화학(생화학) 석 박사('75)
▲ 재임기간 : 1998년 3월 9일 ~ 1999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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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근
▲ 영남대 약학과('60)
▲ 영남대 대학원 약학 석사('62)
▲ 재임기간 : 1999년 1월 19일 ~ 2000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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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규환
▲ 서강대 생물학과('67)
▲ 미국 위스콘시대 미생물학 석사('70)
▲ 재임기간 : 2000년 8월 11일 2002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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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순
▲ 시립서울공업대 수의학과('72)
▲ 일본 동경대 대학원 석사('75)
▲ 재임기간 : 2002년 3월 20일 ~ 2003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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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창구
▲ 서울대학교 약학대학('71)
▲ 서울대학교 대학원 약품분석학 석사('76)
▲ 일본 동경대 약제학 박사('82)
▲ 재임기간 : 2003년 3월 3일 ~ 현재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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