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에 맞게 단순화 전문화시키는 것이 바람직
업계 “산업발전 뒷전 규제 단속 일변” 불만 목소리
■ 식약청 뭘 하는 곳인가
식약청은 식품(용기, 포장 포함)과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한약재, 생물의약품, 마약,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수입, 제조, 유통, 사용 및 광고 등에 대한 관리 기능을 하고 있다. 사전관리와 사후관리 그리고 연구사업을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다.
사전관리는 기준규격 설정 및 신약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인허가를 해주는 곳이다. 기준규격의 경우 지금까지 식품 8,600여종, 의약품 5,400여종 등 모두 1만4천여종을 설정했다.
사후관리는 부정불량 식품 및 의약품 등의 지도단속 업무이다. 관련업소가 식품 96만개, 의약품 2만6천개 등 122만개에 이르고 있고 지금까지 유통제품 6만여건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으며 허위 과대 광고에 대해서도 단속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식약청은 위험 평가업무에서부터 기준규격 설정업무, 식품 및 의약품안전 집행업무, 그리고 식중독업무까지 식품과 의약품 안전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2003년 272억원의 연구자금을 사용하여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력과 조직으로는 현 기능을 모두 수행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식약청을 위험평가기관 또는 위해관리 기관으로 전문화시키거나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제기능을 하고 있나
![]() |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 발족 당시 식품안전 관리 업무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검토에 따른 조직과 기능, 자원의 보강 없이 단순히 보건복지부의 정책기능을 제외한 집행기능만 이관했다. 이에 따라 조직 인력의 부족으로 행정 환경변화에 따른 능동적인 업무수행과 소비자 욕구충족을 위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식품안전관리 업무 수행이 어려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식약청의 식품관련 조직 기능이 다른 조직이나 기능에 비해 매우 열악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의 배분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
위험평가 업무에 있어서는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라 원료축산물 및 그 가공식품에 대해 농림부와 식약청이 각각 위험평가업무를 수행하고, 농산물품질관리법 및 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생산이나 양식 등의 과정 중 위험평가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위험평가업무를 실시함으로써 위해평가를 수행할 자원이 분산돼있다.
식품에 기인한 위해평가는 농축수산물 및 그 가곡식품 등 경구 섭취하는 모든 식품을 대상으로 하여 평가하여야 하나 위해평가 업무가 분산됨으로써 총체적 위해평가 업무수행이 곤란하게 돼있다.
또 의약품이나 독성물질과 관련한 위험성 평가에 비해 식품의 위해인자에 대한 체계적인 위험성평가를 할 조직과 인력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식약청의 위험평가 관련 연구사업 건수는 식품안전국 0건, 평가부 13건, 독성연구소 9건에 불과할 정도로 과학적인 식품안전관리를 위해 기초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위험평가 업무는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수입식품에 있어서는 각 개별법에 따라 수입식품 신고 및 수입식품 검사업무 등이 분산돼 운용됨으로써 인력과 예산 등 국가자원의 중복 투입으로 낭비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입식품 관리정책의 일관성도 결여돼있다. 광우병과 다이옥신 및 병원성대장균 등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 등 일련의 식품안전사고는 생산단계의 관리와 밀접하나 현재 식약청이 생산단계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 겉도는 단속 업무
식약청에서 수행중인 업무 중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단속업무이다. 그러나 식약청에서 단속을 하더라도 영업소에 대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벌을 하게 되는데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미온적인 처벌을 하더라도 지자체 업무에 대해 식약청이 감독권이 없어 단속의 실효성이 높지가 않다. 게다가 100명도 안되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전국적인 단속활동을 벌이는 데는 실효성은 물론 현실성 면에서도 별 의미가 없다.
실제로 식약청 중앙기동단속반에 의한 단속실적은 2002년 350건, 지방식약청은 5천981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단속업무를 아예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몇 명 안되는 단속인력으로 단속권을 갖고 있는 것 보다는 전국적으로 2천명이 넘는 지자체의 식품직 공무원들에게 단속권을 주는 것이 났다는 이야기다.
또 식품 수거검사의 경우 식품안전관리지침에는 식품의 수거검사에 있어 부적합빈도가 높거나 유통점유율이 높은 20개 식품군을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으나 대상품목의 변화가 없어 특별관리의 효과도 의심스럽다.
따라서 식품별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등급을 결정해 수거대상 식품을 등급별로 수거검사비율을 정하는 위해도에 기초한 수거검사제도의 실시가 요구되고 있다.
■ 전문성 거의 없다
식약청 내에는 의약관련 전문가는 많은 편이지만 식품위생 및 안전 담당자의 전문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식품위생 및 안전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요구되나 현재 식약청의 식품위생 및 안전업무를 주로 식품공학, 미생물관련 전공자들이 다루고 있다.
또한 전문직(식품위생직)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게다가 잦은 인사이동과 식품관련 업무 이외의 부가업무 수행 등으로 전문성과 체계성이 결여돼있다.
식약청의 전문성 결여는 식품업체에 대한 단속결과를 보더라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업체에 대한 단속이 위생 측면보다는 표시광고위반 등 위생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 사항에 대한 적발이 많기 때문이다. 2001년 식품제조가공업소에 대한 위반 214건 가운데 표시광고위반이 93건으로 가장 많고 원료구비요건 32건, 자가품질검사 미시행 10건, 제조 가공기준 위반 6건 등이었는데 2002년에도 79건 위반 가운데 표시광고위반 25건, 제조 가공기준위반 8건 등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방식약청은 단속실적이 2002년 5천981건에 이를 정도로 많고, 상대적으로 식품제조가공업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나 위반 내용은 본청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에 적발된 405건 가운데 218건이 표시광고 위반사항이며 위생과 관련된 적발사항은 시설기준과 원료구비요건, 제조가공기준, 보존 및 유통기준, 첨가물사용기준 위반 등 90여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단속이 식품위생 이 외의 사항에 대한 적발이 높은 것은 식품위생감시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단속 실적에 매달리는 전시행정 풍토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업계가 보는 식약청은 ‘산업발전의 방해꾼’
그렇다면 식약청이 업계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사건건 규제와 단속 일변도이지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경우 정부의 산업적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규제와 단속 일변도의 식약청은 설상가상으로 업체들에게는 부담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식약청의 정책이다. 식품업계나 의약업계에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지만 식약청의 규제중심의 발상에 기초한 ‘건강기능식품법’은 ‘건기식’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특히 식품업체들 입장에서는 ‘건기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규제 관행에 젖어있는 식약청 사람들의 마인드를 꼬집고 있다. 한 대기업 식품업체 사장은 공개석상에서 “건기법은 폐기처분돼야할 법률 1호”라면서 식약청이 식품산업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도 사람으로 따지면 19세 정도의 성인으로 볼 수 있는데 식약청은 아직도 업계를 초등학생 취급하고 있다”며 규제 중심의 행정관행을 지적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줄 아는 수준이 된 만큼 어느 정도는 자율적인 풍토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능력보다 마인드가 문제다
“식약청의 인허가에 장기간이 소요돼 바이오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
이 말은 심창구 식약청장이 지난 6일 바이오포럼 조찬회에서 한 말이다. 식약청의 기능과 전문성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스스로 인정한 단적인 예이다. 식약청의 업무능력 부족이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인드는 돼있는데 지원이 부족해 능력발휘를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식약청 내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바이오벤처 업체가 피 한 방울로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해내는 기술을 개발해 식약청에 허가를 신청했는데 식약청에서는 “미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 FDA가 허가를 하면 그 허가규정을 보고 허가해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식약청의 이 같은 반응은 업계를 도와주려는 마인드가 전혀 돼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기회만 있으면 식약청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조직의 보강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마인드로는 인력과 조직 보강이 이뤄진들 크게 달라질게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더 잘 할 수 있는 민간 기관 등에 과감하게 아웃소싱을 줌으로써 업무를 단순화시키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전문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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