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청 이대로 좋은가
- 식약청 주최 ‘우수안전식품전’ 엉망
- [시론] 식약청 공무원의 권위주의 행세
- [기자수첩] 식약청 공보실은 무용지물?
- “밀어주고 못하면 해체하라”
1998년에 국민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기 위해 발족된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심창구)이 설립 6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1년에 한번 꼴로 청장이 바뀌고 있고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고위 간부들의 뇌물수수 비리가 국민적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 그래도 명색이 중앙 관청이면서 지방 관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구태의연한 대민 자세는 관련 업계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와의 불협화음, 여타 기관과의 업무의 중복성 및 전문성의 결여 등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식약청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고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이며, 또 그 해법은 없는지를 집중 분석해본다. |
식약청 권능 강화요구에 정부 ‘고민중’
고압·권위주의 문화에 업체들 노골적 불만
- 식약청 위상의 근원적인 문제는 ‘고부간의 갈등’
정부가 효율적인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행정체계의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 복귀와 더불어 거론되고 있는 정부 조직개편이 맞물리면서 식약청의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조직법 상의 식약청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차관급 독립 청이다. 통상적으로 독립 청은 인사권과 제정권이 독립이 돼있지만 상위 부처에서 정한 정책과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 또는 집행하는 기관이다.
현행법상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중앙부처만 만들 수 있고 청 차원에서는 실행지침이나 고시만 만들 수 있도록 돼있다. 다시 말해서 중앙부처는 정책결정기관이고 산하 청은 집행기관이라는 것이다.
청은 사실상의 반(半) 독립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식약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식약청의 위상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식약청은 지난 98년 미국의 FDA를 벤치마킹해서 보건복지부가 수행하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 업무를 분리해 독립기관으로 발족했다.
식약청의 주요 업무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한약재, 생물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수입과 제조, 유통, 사용 및 광고 등에 대해 사전 사후 관리와 연구사업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 많은데다가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 역시 빈발하기 때문에 업무 집행뿐만 아니라 정책결정 역시 신속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식약청의 현주소는 어떤가. 가장 큰 문제는 정책결정 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집행기관인 식약청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들에게 복지부는 식약청이 업무를 제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위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식약청이 생김으로써 복지부의 알짜(?) 업무를 빼앗겨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업무는 다시 복지부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력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가 돼버린 것이다. 이런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민감한 사안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식약청은 복지부로부터 정책결정을 기다릴 시간 없이 식약청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침과 고시를 만들어 집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고시와 지침은 관련 부처와의 협의도 필요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부 입장에서 보면 중요 사안인데도 시행령이나 법률로 정하지 않고 고시나 지침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하위 기관 주제에 상위 기관을 무시하는 처사로 인식하는 것이다. 두 기관 간에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따로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 식약청의 잘못된 인식
식약청의 위상문제가 이처럼 상위 기관인 복지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근원적인 면도 있지만 식약청 공무원들의 분수를 모르는 잘못된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식약청 사람들은 자신들이 상위 기관인 복지부에서 정한 정책을 규정에 따라 집행하는 역할만 한다는 사실부터 인지해야 한다. 복지부 입장에서 보면 월권에 가까운 행동들이 적지 않다.
중요 사안을 시행령이나 법률로 정하지 않은 가운데 독자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복지부의 기본 정책에 위배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복지부로서도 황당하고 당혹할 때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식약청의 이같은 돌출행동은 업체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여론수렴과정이 있지만 지침이나 고시는 식약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의 입장이 반영될 수가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 강한 규제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심창구 식약청장은 최근 복지부와의 관계에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국무회의에 참석해서 제대로 의견을 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정책결정기관인 복지부와 도저히 손발이 안 맞으니 아예 식약청에 정책결정권을 달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니면, 복지부와 별 문제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 식약청의 위치와 분수를 모르는 발언에 불과한 것이다.
- 위상문제 해법은 뭔가
식약청의 위상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식약청의 위상 재정립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복지부 산하에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청을 합쳐서 보건식약청으로 만드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안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청으로 존재하는 한 정책결정권이 없기는 마찬가지인데다가 현재 ‘약’을 전공한 사람들 중심으로 돼있는 식약청 조직에 ‘의’를 전공한 사람 중심의 질병관리본부가 합쳐질 경우 과연 조직 융화가 되겠느냐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우려에다가 질병관리본부까지 식약청으로 넘어가면 복지부는 남는 게 없다는 등의 이유로 현재 식약청이 갖고 있는 의약품안전관리 업무는 복지부로 다시 환원시킨다는 설과 복지부와 노동부를 통합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식약청이 실질적인 정책결정 기능을 갖게 하는 방법으로 식약청을 처 또는 부로 승격시키는 방법이다. 식약청을 처 또는 부로 승격시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식약청의 주요 기능이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 업무인데 특히 식품의 경우 현재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8개에 분산돼 있어서 처나 부로 승격할 경우 분산돼 있는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승격되는 식약청으로 일원화 또는 통합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물론 식약청은 이같은 방향의 완전 독립을 원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식품안전관리 행정을 일원화 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행정체계 개편을 추진 중인 총리실과 전문가들은 문화가 다른 여러 부처의 조직과 직원을 통합했을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 유의를 하고 있다. 또 통합을 당하는 부처의 반발도 무시하지 못할 일이다.
정부는 결국 이런 저런 역학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식약청의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능적인 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위상 정립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위 기관인 복지부 및 관련 여타 부처와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고 해당 부처간의 업무 협조 및 조정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같은 교통정리를 위해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식약청의 효율적인 업무 집행 및 타 부처와의 정책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식품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리더십 부재 심각
식약청이 안고 있는 문제 중에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조직문화이다. 조직문화는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적인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우선 내부 문제의 경우 리더십의 부재와 조직 내 갈등을 들 수 있다. 역대 식약청 청장은 모두 학자 출신의 외부 전문가들이다. 만 6년 동안 5명 째다. 청장이 외부 전문가인데다가 재임기간이 평균 1년 남짓하다보니 청장의 리더십이 하위 공직자들에게 제대로 먹힐 수가 없다. 한마디로 복지부동하는 것이다.
게다가 행정경험이 부족한 청장 역시 조직 문화를 익히고 업무 파악이 제대로 될 시점이면 그만 두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더십이 발휘될 수가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식약청장을 임기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는 식약청장도 정무직이기 때문에 임기제가 될 수가 없다. 그러나 식약청은 단순한 행정기관이라기보다는 전문성을 띤 기관이기 때문에 청장을 임기제로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임 기간이 평균 1년 정도에서 경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고압적, 권위적인 구태문화 여전
식약청의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 중에 더욱 심각한 것은 외부에서 느끼는 이미지다. 식약청을 상대로 하는 업체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식약청이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규제 및 단속 권한을 가진 기관의 전형적인 구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라는 지적이다. 식약청의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대해 식약청을 지낸 모 인사는 “업체들이 감히 이의제기를 못할 정도다”고 소개했다.
식약청의 이런 조직문화는 업체들로 하여금 금품 로비 유혹을 갖게 하고 실제로 식약청 간부들이 거액의 금품 수수로 공직을 떠난 사례가 빈발하면서 ‘식약청은 뇌물청’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식약청 내부적으로 혁신팀을 만들어 환골탈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식약청에 몸 담고 있는 공직자들이 스스로 국민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서비스 정신을 갖지 않는 한 진정한 환골탈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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