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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위원회’ 설치 검토

“행정체계 일원화 보다 조정기능 강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추진, 연내 매듭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이 특정 부처로 일원화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간의 정책과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별도 기구의 명칭은 ‘식품안전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통령 직속의 장관급 기구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 체계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무총리실 식품안전TF의 한 관계자는 “식품안전관리는 조직 및 행정의 일원화보다는 부처간의 정책협의와 상호 협력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면서 특정부처로의 일원화가 아닌 협의기능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효율적인 식품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올 정기국회에서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새로 제정될 ‘식품안전기본법’에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의 정비를 위한 정책이 반영될 것”이라면서 “분명한 것은 ‘협의기능 강화’가 총리실 식품안전TF가 잡고 있는 정책방향이다”고 강조했다.

총리실 식품안전TF는 이와 관련해 모 대학 교수진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으며, 연구결과 역시 ‘식품안전위원회’ 설치 쪽으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에 참가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도 조직 및 행정을 일원화 한 사례가 있지만 문화가 다른 부처의 직원과 기능을 통합했을 때 오히려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면서 “일본의 ‘식품안전위원회’와 같이 통합 조정기능을 갖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7월 1일 총리 직속의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장관급 위원장에 7명의 식품안전위원이 상근을 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는 현재 각 부처에 부여된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간 상호 정보교류나 협조 등 정책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데 있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나 연구진의 공통된 시각이라는 점에서 ‘식품안전위원회’의 신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위원회의 성격과 위상정립 문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식품안전위원회’의 성격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정부의 공식기구로 만들 경우 부처 기구 확대 또는 옥상옥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공식기구로 할지 민간 협의체로 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위상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식품안전 문제는 사실성보다 신뢰성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소속이든 국회 소속이든 중요한 것은 국민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쪽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공식기구로 설치될 경우 장관급 위원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진일정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오는 6월까지 기본 안을 마련, 7-8월에 공청회 등 여론 수렴과정을 거친 뒤 정기국회에서 ‘식품안전기본법’이 통과되면 연내에 ‘식품안전위원회’ 설치 등 후속 조치를 매듭지얼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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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관리 특정부처 일원화 없다

조직 및 부처 업무 통합시 득보다 실이 많아
별도 기구설치, 협의기능 강화 쪽으로 가닥


식품안전관리에 관한 행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2년 11월이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안전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및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장기 조직 발전계획’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식품안전관리체계를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식약청은 보고서에서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7개 부처에서 수행함에 따라 식품안전관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정부조직의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전문기관 중심으로 식품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등은 농수축산업 등 생산자를 보호, 육성하는 부처로 산업진흥과 소비자 안전의 상충되는 기능의 동시 수행 시 안전관리기능의 저해가 우려된다면서 소비자보호 전담기관인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식품안전 관련 사고가 빈발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11월 4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의 개선을 지시했고 18일 고건 국무총리는 관계장관회의를 거친 뒤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식품안전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기본방침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식약청의 문제 제기에 이어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게 되자 농림부 등 해당 부처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실지로 농림부는 올해 초 정부의 행정체계 일원화 작업에 대비해 농림부로 일원화돼야 하는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 청와대에 국정보고를 할 정도로 적극적인 홍보전을 펴기도 했다.

또 식약청의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도 식약청으로의 일원화에 은근히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은 국정보고를 통해 “보건복지부도 식의약품안전국을 만들겠다”며 복지부가 식품안전관리 업무의 중심에 서겠다는 뜻의 포석을 깔기도 했다.

이처럼 당초에는 정부의 방침이 특정부처로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일원화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고 어느 부처로 일원화 되느냐가 해당 부처는 물론 식품 업계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국무조정실 식품안전TF팀의 입장은 특정부처로의 일원화가 아니라 별도의 기구를 신설, 통합 조정기능을 갖게 함으로써 사실상 일원화의 효력을 갖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안전TF의 핵심 관계자는 “식품안전관리 행정이 여러 개 부처로 분산돼있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상호 협조와 정보교류 등 협의기능이 부족한 게 사실상의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말하고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일원화보다는 정책협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생각은 아직 최종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일원화 보다는 별도 기구 설치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로서는 특정 부처에 식품안전관리에 관한 전권을 줄 경우 예상되는 다른 부처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리 체계를 일원화 한 외국의 사례를 분석해 볼 때 문화가 서로 다른 부처의 조직과 인력을 하나로 통합했을 때 조직 내 갈등 등 새로운 부작용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각 부처가 수행중인 업무는 그대로 두고 대통령 직속의 가칭 ‘식품안전위원회’를 신설해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 통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정책협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부작용 없이 사실상의 행정체계 일원화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정책방향이 담긴 ‘식품안전기본법’을 올 정기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며 기본법이 통과되면 연내에 후속조치를 모두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에서 위원회의 성격이나 위상문제 등에 대해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문제는 ‘식품안전위원회’ 신설 쪽으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