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카리스마가 있다”, “경제만큼은 잘했어”라는 평가를 한다. 필자 역시 이런 평가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가정을 해보자. 5공화국 때 경제가 안정되지 않았다면 과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돋보였을까. 결론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5공화국은 대한민국 역사에서는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었다. 태생 자체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5공화국이 들어섬으로 해서 이 땅에 민주화가 뒷걸음질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권초기 사회정화 차원에서 행한 ‘삼청교육대’나 권력비리 등은 용서받지 못할 과오임에 틀림없다. 물론 광주사태의 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민들 |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 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실 따지고 보면 정치적으로는 닮은꼴이 많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권을 억지로 차지했고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점에서는 극과 극이다.
그러나 집권 후 정치적 기반으로 보면 노 대통령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 못지않게 좌불안석이었다. 국민에 의해 당당하게 선출된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기반이 취약해 제대로 국정수행을 못해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이 경우가 좀 다르긴 해도 닮은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경제를 살리는 길 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 원인은 정치개혁을 위해 ‘올인정치’를 했다는데 있다.
비록 중도하차 하게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걸로 기록될 것으로 믿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보복 차원에서 시작해 미완에 그쳤던 정치권의 검은 돈 거래에 대해 확실하게 뿌리 뽑으려는 노력만으로도 노 대통령은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어려운 정치적 입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노 대통령의 의지에 박수를 보냈던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물론 정치개혁도 이루고 경제도 살렸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게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먹고 살기 힘든 가운데 정치개혁이 이뤄졌다고 해봤자 ‘호시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실익이 없는 ‘야단법석’에 불과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이 경제를 살리는 주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절대적인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국민들에게는 정치개혁도 중요하지만 민생고를 해결해주는 경제회생이 더 시급한 과제였던 것이다. 한나라당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기고만장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민심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의 ‘5공청문회’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됐고 어쩌면 그로인해 대통령의 자리에 까지 올랐는지도 모른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대신해 5공화국의 잘못을 신랄하게 파헤침으로써 국민들의 원을 풀어주었던 노무현.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그가 헌정사상 초유의 국회 탄핵으로 권좌에서 내려앉게 됐다.
역사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필자는 그동안 임기를 다 채운 다른 대통령보다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서야 될 일인가.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