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인재 등용문, 농촌 젊은피 수혈 역할
영농의지ㆍ실무 … 철저한 현장중심 교육
| UR, WTO, 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 시대에 우리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갈 희망을 키우고 있는 곳이 있다. 현장중심의 교육으로 농업사관학교라 불리며 전문 농업인을 양성하는 한국농업전문학교(학장 임승달, 이하 한농전)가 바로 그곳이다. 올해로 개교 8년차가 되는 한농전은 농업분야의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발전을 선도할 정예 인력의 육성을 위해 97년에 개교한 국내 유일의 3년제 국립 농업전문대학이다. 현재 한농전은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인재 등용문으로써, 특히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 젊은피를 수혈하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한농전의 교육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이다. 여타 농과대학의 경우 이론에만 치중해 실질적인 농업인 양성에 실패하는 것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농업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과 현장중심의 열린교육, 작목 중심의 통합적 교육과정 운영, 세계화와 지방화에 대비한 교육, 장기 농업수요에 필요한 미래 지향적인 교육 등을 교육방향으로 잡고 있다.
이러한 충실한 교육 과정과 여건 덕분에 다른 농과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한농전은 97년 개교부터 한번도 미달된 적이 없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농전에는 식량작물학과, 특용작물학과, 채소학과, 과수학과, 화훼학과, 축산학과 등 6개학과에서 공부하는 680여명의 학생과 진정한 스승으로서 제자를 가르치는 26명의 교수, 학교 운영을 위해 수고하는 95명의 교직원들이 있다.
학교 홍보는 교수와 교직원이 짝을 이뤄 시ㆍ군 연고 위주로 지역전담제를 실시하고 있다.
담당자가 해당지역에 있는 농업관련 기관과 단체, 고등학교 등을 방문해 학교에 대해 소개하고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한농전에 입학한 송은혜씨(20·충북 증평)는 “부모님을 떠나서 사는게 두렵기도 하지만 벌써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공부할 것도 기대가 된다”며 “화훼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해 우리나라 화훼 산업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과수학과 3학년 양윤진씨(22·전남 해남)는 “경북 경산에서 실습을 했다. 열심히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고 말하며 학교생활의 힘든 점을 묻자 “기숙사 생활이 엄격해 자유롭지 못한게 좀 힘들다”며 웃음을 지었다.
양씨가 말하는 것처럼 한농전의 기숙사 생활은 엄격하다. 아침 7시에 기상해서 7시10분에 점호를 취하고 구보를 한다. 오전 9시~12시, 오후 1시~4시까지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가 없다. 저녁엔 청소 후 10시에 점호를 취하고 11시가 되면 소등을 해야 한다.
기숙사는 3동이 있는데 각동마다 사감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기숙사자치부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하고 있다.
한농전에서는 현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을 위해 6개월, 1년 단기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한농전은 5일 김영욱 농촌진흥청장 등 농업기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회 입학식을 개최했다.
김영욱 청장은 축사를 통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의 농업경영은 기업마인드와 과학영농의 지식과 기술을 고루 갖춘 청년농업경영인인 한농전 학생이 우리 농업발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
“작은 것 모아 큰 것 만드는 지혜로”
김영만 졸업생(25·제주시 북제주군·특용작물과 1기)
2000년에 한농전을 졸업한 김영만씨는 집안의 농장을 승계하여 제2의 창업에 열중하고 있다. 농지 15,000평에 맥주 보리, 건강 깻잎, 한라봉 등을 재배해 연 7,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한 김씨는 농기계의 달인으로 보리, 쌀 등 기계수확 작업으로 1,000만원 정도의 부수입도 얻고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상품은 건강 들깻잎이다. 들깻잎은 특유의 향취로 인해 제주도 생선회에 상추와 함께 대량 소비가 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 재배로 연중 출하가 가능하다.
또한 맥주 보리와 토종 조 등을 기계화 방식으로 전량 농협과 계약재배하고 있다. 조는 토양이 척박하고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제주도에 맞는 농작물이다.
김영만씨가 처음부터 농업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그는 한농전을 통해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특용작물과에서 약ㆍ특용작물에 대해 배우면서 건강팬션농장을 꿈꾸게 됐다. 특히 3학년 과정에서 창업설계서를 작성하면서 그동안 배운 자료 정리와 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앞으로 김영만씨는 더덕, 길경, 아스파라거스 등 건강 작물 재배와 한국형 팬션 농업을 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김영만씨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농업은 옛날 방식대로 그 작목만을 재배해 왔다”며 “지금 우리 농업, 농촌은 농산물 시장 개방과 무한 경쟁의 시대적 흐름에 대응할만한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예지와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으로 만드는 지혜와 협동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모든 영농인들에게 말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