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대부분 비현실적
학교급식 정책이 일관성이나 현실성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책결정 과정에 정치논리나 여론몰이가 작용해 선진국형으로의 발전보다는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후퇴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학교급식의 운영형태와 우리농산물 사용에 대한 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학교급식의 운영형태와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오는 2007년까지 현재 위탁운영중인 학교를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유는 지난해 위탁 운영하는 학교급식에서 유난히 많은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의 직영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영전환 계획의 주요한 단서가 된 식중독 사고의 경우 직영 학교도 운영의 직접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학교당국이 책임회피를 위해 ‘쉬쉬’하고 있을 뿐이지 위탁급식 학교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급식관계자들의 분석이었다.
또 예산도 없이 정치논리에 의해 전개된 학교급식의 양적 확대에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온 위탁업체들의 ‘공로’도 인정돼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1월 18일 고건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학교급식의 운영형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한다”며 교육부의 일방적인 직영전환 방침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지금 현재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당초 교육인적자원부의 직영전환 계획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총리의 발표를 무색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급식 정책이 이처럼 중앙정부 따로 지방교육당국 따로 일관성이 없이 겉돌고 있는 것은 학교급식에 관한 권한이 지나치게 지방교육청에 위임이 돼있는 상황에서 교육감들이 선거를 의식한 ‘여론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업무과중과 책임 소재 등을 이유로 직영보다는 위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돼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직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있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소속된 학부모들이 교육감 선거에 투표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교육청에서 직영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본질이라는 것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전교조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차원에서 직영을 주장하는 전교조의 여론을 의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정치논리에 의해 시작된 학교급식이 운영형태를 놓고 또다시 정치논리에 휘말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직영보다는 위탁운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치논리와 여론몰이에 의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학교급식 정책 중에서는 비현실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급식에서 우수한 우리농산물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집권당의 대표인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원내 제1당이 되면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 사용을 의무화 하겠다”고 까지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그야말로 정치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식단을 짜려면 콩을 재료로 한 식품이 필수적인데 콩의 자급률은 1.7%에 불과하다. 사용하려고 해도 공급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수입콩은 1kg에 650원이지만 우리콩은 4,000원으로 무려 6배 이상 비싸다.
학교급식 재료를 우리농산물로 대체하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체하게 되면 급식비가 지금보다는 최소한 서너배는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우리농산물 사용 확대 내지는 의무화를 자랑삼아 떠들어 대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급식 정책도 교육정책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교육정책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정치논리나 여론몰이에 의해 시대에 역행하거나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학교급식 제도의 본질 자체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