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학교급식이 시작된 것은 1953년부터다. 6.25전쟁 후 먹고 살기 힘들 때 유니세프 등의 농산물원조로 학교에서 빵을 무상으로 제공한 게 그 시작이다. 필자 역시 무상으로 지급되는 옥수수 빵의 수혜자 세대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1977년 급식 빵으로 인해 1명이 사망하는 식중독 사건이 발생하면서 빵 급식제도는 폐지되었다. |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1만363개 초, 중, 고등학교 가운데 96.4%인 9천989개 학교가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전체 학생의 96.4%에 해당하는 655만 명이 학교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학교급식 정책은 대통령 선거 공약에 따라 내실보다는 실적위주로 졸속 추진된 면이 강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사항은 결식아동 문제이다.
현재 결식아동은 전국적으로 17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전체 급식학생수의 2.5%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결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급식을 제공받고 있지만 제 때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수까지 포함하면 최소한도 10명 중 1명은 다른 친구들이 밥을 먹을 때 굶고 있거나 ‘눈물 밥’을 먹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어떤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에게 급식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고, 또 어떤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능 성적표를 배부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학교급식의 질적 수준 문제 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교육적인 면에서는 실패작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급식문제로 최소한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받게 될 스트레스는 하루 10시간의 학교교육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아픈 상처가 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가지게 되는 부모에 대한 원망, 사회에 대한 반감은 그 어떤 교육으로도 치유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급식은 인생의 1/6인 12년간이나 이용하도록 돼있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12년 내내 점심시간이 두려울지도 모른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백년 뒤 우리 사회의 기둥이 될 동량을 길러내는 작업이 교육이다.
그런 동량들이 바로 그 교육현장에서, 먹는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성격형성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게 무슨 교육이겠는가.
천편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교급식제도가 아니라면 아무리 어려운 가정이라도 하다못해 주먹밥을 싸주더라도 자식을 굶기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두들 학교급식을 먹는데 집에서 사온 도시락을 꿋꿋하게 먹을 용기(?)있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또래들로부터 소외되는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결국 국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국가는 이미 직영급식의 경우 끼니당 초등학교는 300원~500원, 중등학교는 100원~200원의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끼니도 먹지 못하는 결식아동들에게 지원하는 방법으로 급식제도의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0원 안팎의 학교급식도 돈이 없어 못 먹는 학생이 17만 명이나 되는 반면에, 학교급식 자체에 만족하지 못해 외부에서 고급 도시락을 자식들에게 배달시켜 주는 학부도도 많다는 사실을 교육당국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