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적으로는 조류독감이, 국제적으로는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과 중국에서 재발한 사스 로 온 국민이 불안한 가운데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림부, 보건복지부, 식약청 등 관계부처 장, 차관들의 연말연시 일정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기에 지적하고자 한다. 조류독감과 광우병으로 가장 바쁜 부서는 농림부다. 특히 조류독감 사태로 농림부의 해당 실무 공무원과 각 지방 일선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초죽음’이 된 상태다. TV화면에 비친 김창섭 가축방역과장을 볼 때마다 “저 사람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김과장을 비롯한 실무 공직자들은 남들이 휴가를 즐기는 연말연시 연휴에도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농림부장관의 연말연시 일정은 어떤가. 12월 29일(월) 오후 2시 |
그렇게도 할 일이 없었을까?
농림부장관이 조류독감과 관련해 현장을 방문한 것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12월 16일 충북 음성군청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은 게 유일하다. 그리고는 서울에서 19일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22일에는 소비자단체 관계자들과 닭고기와 오리고기로 점심을 먹으며 닭고기와 오리고기가 안전하다는 ‘시위’를 한 게 전부다.
지난 12월 18일 방역요원으로 차출된 음성군청 소속 김재학(44)씨가 전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조류독감방역에 동지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응책을 통렬히 비판한 글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씨는 글에서 “살처분할 수 있는 장비가 하나도 없어 결국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닭을 후려쳐 잡았다”고 밝히고 “12시간 여를 꼬박 도살과 매몰작업에 투자하고 몸이 파김치기 됐다”고 현장을 생생히 소개했다.
김씨는 이어 “방제를 하려면 충분한 인력이 지원돼야 하는데 농림부는 말로만 지시를 하고 있다”며 허술한 긴급사태 대처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허상만 농림부장관도 이 글을 읽었거나 보고는 받았으리라 짐작한다. 연말연시 자식 같은 닭과 오리를 생매장하고 시름에 빠져있는 농민이나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을 찾아 위로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하고 현장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이 그리도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농림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 차관이나 산하 식약청 청장과 차장의 연말연시 일정도 마찬가지였다.
조류독감과 광우병으로 국민들은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있을 때 위생 관련 주무 부처의 고위 공직자는 무엇을 했는가?
국민들이 뭘 먹을까 고민할 때 그들의 집안 식탁은 어떻게 차려지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