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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와 매표원 아저씨

김병조 편집국장
지하철을 타다보면 가끔 ‘지하철 택배’라는 글씨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복잡한 출근시간에 여유롭게 움직이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등에는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는, 간단한 서류 등이 들어 있는 듯한 배낭을 메고 멋진 모자를 쓰고, 긴장된 모습으로 움직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유작작하게 발길을 옮기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지하철을 타면서 매번 느끼는 또 다른 인상적인 광경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매표창구에서 표를 팔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이다. 돈 받고, 던지듯이 표를 내주는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대부분이 무표정하고 더러는 짜증 섞인 표정도 종종 본다.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사회는 이미 2000년에 인구의 7%가 65세 이상 노인인 사회를 말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전체인구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인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이르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고령사회가 가져올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어 인력이 성장의 동력이 되기 어려운 가운데, 벌지는 않고 소비만 하기 때문에 저축을 통한 투자확대도 어렵다. 또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사회보장을 위한 비용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국가의 재정정책과 산업정책, 인력정책에서 풀어야 한다. 그 중에서 필자는 인력정책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우리사회를 살펴보면 곳곳에 인력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지하철 매표원의 경우가 극단적인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등 가만히 앉아서 돈 받고 표를 내주는 단순 업무는 나이 든 노인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북적대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택배 업무를 할 정도로 우리사회의 노인들은 나이는 노인이지만 능력과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고령사회가 가져올 문제점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실버박람회장에는 취업을 하고자 하는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룬 적이 있다. 그만큼 일할 사람은 많은데 일할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에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일자리를 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사회 곳곳에 노인들이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아까운 노동력이 투입돼있는 단순 업무를 찾아내서 젊은이들 대신 노인 인력으로 대체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리고 그 일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