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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식품 위생 안전의 길 없나

김병조 편집국장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식품 위생관리 위반 기사들을 접하면서 도대체 그렇게 많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되풀이 될까, 우리에게 식품 위생 안전의 길은 요원한 일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식품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것이고 따라서 위생적으로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다 아는 사실인데도 식품 위생 안전의 길은 왜 열리지 않는 것일까.

학술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인지(Feeling)를 하면서도 실천(Action)으로 옮겨지지 않는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질 문제며 다른 하나는 동기부여 때문이라고 한다. 몰라서 또는 능력이 안돼서 못하는 경우와, 알면서 또는 능력이 되면서도 안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인사관리팀에서는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 차원에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교육을, 자질이 있으면서도 능력발휘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동기부여를 하는 게 보통이다. 동기부여의 경우에는 내적 동기부여와 외적 동기부여, 또는 상벌의 개념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식품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위생 안전에 대한 관념과 행동 양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거의 유사한 위반사례가 되풀이 되는 것을 볼 때 ‘벌’ 개념의 외적 동기부족이라기 보다는 종사자들의 내적 자질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위생상의 문제가 있는 식품을 제조, 유통하는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인식의 차원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다.

‘oo를 만드는 사람들은 절대 oo를 먹지 않는다’는 말을 우리는 흔히 듣는다. 그것이 자장면이건, 라면이건 아니면 햄버거가 됐건,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해당 제품의 제조과정에 문제가 많은지를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은 국민 모두에게 해당이 되며 평생 동안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식품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분야의 직업인보다도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어쩌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도 더 강한 사명감과 도덕적 윤리적 의식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식품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사명감을 배양하고 도덕적 무장을 할만한 자질이 되느냐는 것이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기대하기 힘들다. ‘벌’ 개념의 강력한 외적 동기가 부여되고 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데 자발적인 내적 동기유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이 문제, 즉 식품업계 종사자의 의식을 개혁할 수 있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등은 단속 일변도에서 탈피해 교육적인 면에 비중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민 전체의 식품 위생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화, 습관화 될 수 있도록 학교교육에서도 이 문제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