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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의료계의 고질적인 집단이기주의

김병조 편집국장
우리 국민들의 잘못된 의식 중에 지역감정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집단이기주의다. 어쩌면 지역감정보다 더 위험하고 경계해야할 대상일지도 모른다. 지역감정이야 사실상 정치인들에 의해 조장된 허구의 개념이 강하지만 집단이기주의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기 때문에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집단, 계층 중에 특히 집단이기주의가 강한 쪽이 있다. 바로 의료계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의료계가 보여준 행태는 위험수준을 넘어선 경우
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개개인으로 보면 생활인이고 따라서 자기의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생존권 차원의 목소리를 냈다기 보다는 세력화된 조직의 힘을 앞세워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의료계, 특히 의사 집단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어 혹여 집단이기주의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달 28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건강기능식품 의료정책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한 의사 겸 교수들은 한결같이 “건강기능식품은 환자의 건강상태를 잘 아는 의사들이 처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도 굳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해명하기 보다는 ‘당연한 논리’라는 입장을 보여 주제발표자들의 주장이 개인 주장의 차원을 넘어 협회차원에서의 ‘계획된 주장’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이날 포럼에서 나온 주장들이 건강식품에 대한 지금까지의 의사들의 시각과는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그동안 건강식품 보기를 우습게 봐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사람들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건강식품 시장이 제 모습을 갖추고 엄청난 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집단이기주의에 기초한 발상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의료보험료와 의보수가 인상안을 발표하자 의사협회에서는 의약분업의 철폐와 건강보험공단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의사협회회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현행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제도는 불법적일 뿐 아니라 의료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자 약사협회와 건강보험공단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협회에서는 의사협회가 기자회견과 일간지 광고를 통해 궤변과 억지주장을 되풀이 하여 “오만과 편견에는 치료약이 없음”을 재확인 시켜준 데 대해 슬픔과 애처로움을 금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또 건강보험공단은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의협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비방”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한마디로 한심하다. 어느쪽의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의료계의 집단이기주의 적인 행태에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식상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계는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제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 좀 그만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