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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건강식품 유통 이대로 둘 것인가

국민의 소득증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건강보조식품 또는 기능성식품의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식품들은 말 그대로 식품이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를 하는 약이 아닌데도 허위,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나름대로 엄격한 법적 잣대를 갖고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단속인력으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유통채널과 수법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본지는 건강기능식품법의 시행을 앞두고 건강식품의 유통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유통채널별 실태와 문제점

■ 직접판매 방식

건강식품은 크게 직접판매와 간접판매의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직접 판매는 제조 또는 판매회사가 직접 유통채널을 만들거나 신문이나 방송 등에 광고를 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직접판매의 유통채널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 이른바 ‘약장수’ 수법. 연예인 등을 동원, 이벤트를 만들어 손님을 끌어 모은 뒤 행사 중이나 말미에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현장 판매를 하는 수법이다. 이 경우 대부분이 노인들이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바람몰이꾼’을 동원해 충동구매를 유도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정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떳다방’식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직접판매의 방식은 주로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로 이뤄진다. 광고의 경우 사전 심의제도가 있지만 구속력이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인쇄매체 광고의 경우 아예 사전심의제도 자체가 없다. 건강기능식품협회가 자체적으로 사전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전심의를 받지 않더라도 광고를 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업체들은 광고내용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사후에 단속에 걸리더라도 행정처분이 미미하다는 점 등을 악용, 허위 과대광고를 일삼고 있는 실태이다.

실제로 식약청의 허위과대광고 단속 결과를 보면 지난 2001년에 1,381건이 적발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나 고발조치를 당했는데도 2002년에도 1,394건이 적발되는 등 위반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 광고의 경우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사전심의 과정을 거치지만 지역유선방송의 경우 업체들이 심의필을 받은 광고와 전혀 다른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기 까지 하고 있다.

또 신문이나 방송광고의 경우 업체들이 유명 연예인이나 한의사, 전문가, 또는 사용해 보았다는 시민 등의 인터뷰를 넣어 객관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뷰 내용이 거의 가짜인 경우가 많다.

이에대해 식약청 중앙기동단속반 한권우 주사는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례가 가짜 인터뷰이거나 명의만을 빌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가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광고에 출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자 해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직접판매 방식은 제조나 판매회사가 직접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사전심의는 물론이고, 일정기간 후 사이트를 폐쇄해버리는 식이기 때문에 아예 단속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다.

■ 간접판매 방식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건강식품 제조, 판매회사들이 직접 판매 보다는 간접판매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특히 최근 TV홈쇼핑 채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등장함에따라 이를 이용한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판매 이익금을 떼주더라도 검증받은 대기업의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간접판매 방식은 다단계.
웬만한 다단계회사는 건강식품을 취급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건강보조식품 제조, 판매 회사들이 다단계 판매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규제가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다단계 회사들이 건강식품을 선정할 때는 나름대로 절차를 거치고 있고 특히 제대로 된 회사들은 자체 연구소 등을 갖추고 장기간에 걸친 테스트 과정도 거친다.

그리고 상품 홍보물에도 법적 기준을 지키려고 하고 있지만 문제는 판매원들에게 있다. 다단계 판매는 회원제로 이뤄지고 있고 판매나 회원확보가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존 회원들이 신규 회원을 끌어들일 때 건강식품의 효능, 효과 등을 과대 선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에대해 “다단계 판매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입으로 광고를 하기 때문에 위반사례를 적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애로점을 토로했다.

간접판매 방식 중에 사회적 파장이 가장 큰 유통채널은 TV홈쇼핑.
CJ, LG, 현대 등 국내 주요 TV홈쇼핑 채널들은 상품선정 기준이나 광고 심의 등을 나름대로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일단 상품 선정 의뢰가 들어온 회사의 상품을 상품개발팀 건강보조식품 담당자가 1차적으로 시장성을 평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회사와 상품에 대해서는 품질보증서 등 각종 증명서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 후 자체 평가단이 직접 본사와 공장 등을 방문해 생산회사와 판매회사, 공장 설비와 위생관리 상태, 첨가 성분 등을 확인한다. 엘지와 현대에서는 품질평가연구팀이, 현대에서는 QA(품질보증)팀이 현장조사를 벌인다. 그리고 나서 소비자 모니터 요원이나 관련기관에게 비공식, 공식적으로 협조를 의뢰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중요한 현장 방문조사에 전문가 참여나 과학적인 방법의 조사가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방송 대본까지는 자체 심의실의 검토나 식약청에 의뢰, 유용성 확인 과정 등을 거치지만 쇼호스트나 게스트의 멘트는 즉각적이기 때문에 과대표현 등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쉽지않은 문제점이 있다. 특히 홈쇼핑 방송은 생방송인 경우가 많아 더욱 사전 차단이 어렵다.

이에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쇼호스트나 게스트가 ‘~에 좋다’는 식의 발언으로 사전심의 내용과 다르게 즉석에서 대본을 변형하는 경우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도 광고의 사전심의나 상품선정 절차 등에 있어서는 TV홈쇼핑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대부분 실제 누가 올렸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사이트를 개설해 판매를 하고서는 사이트를 폐쇄해버리고 또다시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판매하는 등 메뚜기처럼 이동하기 때문에 역시 단속이 쉽지가 않다.

근절대책은 무엇인가

식약청 등 관계 기관에서는 12월로 예정되는 건강기능식품법(건기법)이 시행되면 허위, 과대광고 등 건강보조식품의 고질적인 유통비리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건기법’ 역시 허위, 과대광고의 기준 등은 전에 비해 더욱 명확해지기는 했지만 위반 시의 행정처분 등 처벌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허위, 과대광고를 하다가 3차례 적발된 경우에도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이 고작이다. 지금까지 적발실적에서 보았듯이 업체들의 위반사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업체가 행정처분 기준을 솜방망이로 인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평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인터넷쇼핑몰이나 다단계 판매업자 등의 위법사례에 대해서는 불시에 기획조사를 실시하고 더욱 강력한 처벌규정을 만들어 일벌백계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속위주에서 탈피 사전심의 강화 등 예방책 만들어야

또 한 가지 중요한 지적은 지금까지의 중소업체 중심, 실적건수 위주의 단속에서 벗어나 대기업 중심의 내실 있는 단속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건강식품 시장 추세를 볼 때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 납품을 하거나 판매원을 대기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속은 여전히 사후 약방문식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속과 처벌 위주의 대응보다는 사전 예방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광고물에 대해서 사전 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사전심의 자체가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 자체 심의가 아니라 유통채널별(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전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아무리 엄격한 법적 잣대를 갖추고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올바르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의약품과 건강식품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서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차원의 홍보강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병조 기자/bjkim@fenews.co.kr


인터뷰


“잘못된 건강기능성 식품,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적발된 천보 204와 관련, 식약청 중앙기동단속반 한권우 주사를 만나 건강기능성 식품의 불법유통 실태와 중앙기동단속반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 권 우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앙기동단속반
- 중앙기동단속반은 어떤 곳인가

중앙기동단속반은 지난 2000년 10월 발족되었으며 소비자에게 해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식품, 의약품 등을 단속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각 지방마다 관리과가 있어 단속하기도 하지만 중앙기동단속반은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위반 사례들을 모두 맡고 있다.

- 건강기능성 식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기능성 식품은 의약품인 아닌 보조 개념일 뿐이다. 인체에 유효한 성분을 주 원료로 하고 있지만 복용시 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 건강기능성 식품의 본질이다. 하지만 과대, 허위 광고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소비자들이 의약품처럼 오인하고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 현장 단속을 하는 입장에서 볼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문제가 많은가

현재 건강 기능성 식품은 여성을 타겟으로 한 경우 다이어트 식품이 주를 차지한다. 또한 남성을 타겟으로 한 경우 정력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제품이 많다. 그러나 식품 위생법상 건강기능성 식품을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 또한 이 제품들이 광고를 할 때 유명 연예인, 한의사, 전문가, 사용해 보았다는 시민 등의 인터뷰를 넣어 객관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이 가짜 인터뷰이거나 명의만을 빌려 본인도 모르는 새 광고에 참여하게 된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광고에 현혹되어 건강기능성 식품을 마치 의약품처럼 오인하고 사는 일이 없게 된다.

- 천보 204 구속 소식으로 떠들썩한데, 어떻게 조사했나

천보 204는 중앙기동단속반이 꼬박 한달을 추적한 제품이다. 중앙기동단속반은 모두 11명인데, 이 인원으로 밤낮없이 전국을 감시하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조사보다 한 주제를 잡아 기획수사를 한다. 천보 204는 남성 정력제로 홍보하고 있는 건강기능성 식품을 수사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 경우 행정처분이 따르게 되기 때문에 일반 단속조사보다 더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으면 구속력이 없어 더 신경을 써야 했다.

- 건강기능성 식품 단속에 있어 사전예방이 가능한 법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 법에 의한 제제는 절대 약하지 않고 오히려 건기법이 통과되면 두배 이상의 강력한 규정이 적용된다. 또한 앞으로는 유해식품업소 뿐 아니라 판매업소까지 행정처분을 하고 구속수사할 방침을 갖고있다.

- 건강기능성 식품에 대한 대안, 대책은

개인적으로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과대, 허위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이같은 상품이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란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과대 광고에 의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없기를 바란다. 피해를 입은 경우, 또는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보게 된 경우 식약청에서 운영하는 신고보상제(1399)를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

권내리 기자/001@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