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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국을 안 먹으면 소갈머리가 없다”

김병조 편집국장
“얘야, 너는 국을 안 먹니?”
“예, 저는 국이 싫어요”
“국을 안 먹으면 소갈머리가 없어져서 수학을 못하거든 그러니까 많이 먹어”
“그래요!”

이 대화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 사장과 학생이 주고받은 내용이다.
국을 안 먹는 아이들에게 억지로라도 국을 먹이기 위해 이런 식의 말을 하기 까지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급식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모 업체의 사장은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학교급식에 임하는 본인의 마음을 이 한마디로 대변했다.
환갑의 나이에 손자 같은 아이들의 급식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이 사람은 최근 학교급식과 관련된 논란에서 위탁급식 업체들이 매도당하고 있는데 대해 억울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식 다 키우고 손자 같은 애들한테 할머니의 입장에서 어떻게 나쁜 마음을 갖고 일을 하겠느냐는 항변의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학교급식을 운영해오면서 그동안은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도 줄줄이 늘어놓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라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듣고 있는 필자로서는 일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근 학교급식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져 나왔을 때 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일방적으로 업체들에게 문제가 많은 것으로 몰아붙였다. 물론 업체들에게 상당 부분의 책임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교급식 자체가 대통령 선거 공약 등으로 정치적 논리에 의해 졸속으로 시행된 면이 없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학교의 사정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육당국에 의해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진행돼온 점이 오늘날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과정에서 공약은 지켜야겠는데 예산은 없고, 그러다 보니 민자유치로 업체를 끌어 들였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사업을 진행해온 업체들 입장에서는 잘했건 못했건 본인들이 학교급식의 ‘1등공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던 것이다.

또 직영이든 위탁이든 모든 학교의 급식시설이 위생안전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으로 볼 때 학교급식의 문제는 어느 일방의 잘못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문제가 발생하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토사구팽’당하는 꼴이 되고 보니 억울한 생각이 들만도 할 것이다. 필자는 업체들이 잘했다는 뜻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분명히 잘못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일부 악덕업체의 잘못을 갖고 업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정직하게 정도로 사업해온 사람들까지 일부의 잘못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입는 일은 민주사회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나 언론, 시민단체는 교육당국이 발표하는 숫자로 드러난 내용만을 갖고 학교급식문제의 해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진단해서 또다시 ‘땜방식’의 처방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