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는 창간 11주년을 맞이해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담긴 밥상, 우리 조상들의 음식에 깃든 문화와 역사를 영상과 글로 담아낸 한국 최초의 푸드 히스토리텔러이자 천년의 밥상의 저자인 오한샘 EBS PD 와 우리가 몰랐던 우리 음식 이야기와 현대인의 식문화에 대해 일문 일답을 나눴다.
천년의 밥상 기획 의도를 말씀해주세요.
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우리네 상차림 속에 담겨진 이 땅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애환과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다루어 보고자 했습니다.
마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된 한 점의 명화가 수많은 이야기들을 후세에게 전달해 줄 수 있듯이, 선조들의 정성과 숨결이 묻어나 있는 우리네 밥상도 서양의 모나리자와 같은 작품 못지않게 소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들을 되살려내어서 시청자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달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천년의 밥상의 기획의도입니다.
영상을 책으로 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성과 사랑과 노력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귀한 소재를 책으로 발간한 계기와 과정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메시지를 전달해 내야하는 방송의 한계로 인해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미처 소개될 틈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때 MID라는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주셔서 천년의 밥상이 이렇게 책으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같은 재료, 같은 음식이라도 상차림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천년의 밥상이라는 이야기도 방송이라는 기존의 상차림을 떠나 지면이라는 새로운 상차림으로 여러분 앞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화면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정성스레 이야기들을 차려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우리네 밥상 안에 담겨진 풍부한 이야기들을 한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천년의 밥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말씀해주세요.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대답도 매 번 같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감히 천년의 밥상에서 다루었던 음식들 모두 다! 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개되었던 상차림 어느 하나라도 함부로 지나칠 수 없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애환들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선보였던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들을 확인해 보신 분이라면 제 답변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장을 장식했던 혜경궁홍씨 죽 수라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조대왕의 효심이 생생해 읽는 내내 마음이 저렸는데요. 천년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음식들의 얽힌 뒷이야기 중 하나를 꼽는 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으로 광복절 특집으로 제작한 3편의 이야기들 – ‘콩깻묵과 단무지’, ‘김치와 우메보시’, ‘호르몬 야끼’- 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특히 ‘콩깻묵과 단무지’편을 제작할 때에는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받았던 비인간적 처사에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까지 했습니다. 잠시 책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해봅니다.
“개들에겐 밥과 멸치를 주었지만 우리에겐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 조선인 강제 징용 생존자들의 증언 중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애환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이점이 ‘사라져 버려도 되는 역사란 없다.’라고 언급하게 된 계기입니다. 일제하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과 재일 동포 1세대들이 겪었던 눈물의 역사들이 여전히 일본 정부에 의해 왜곡되어지고 외면되어지는 것 같은 인상이 들었습니다.
그 거대한 물결에 당당히 맞서고 싶었습니다. ‘사라져 버려도 되는 역사란 없다’고 그들에게 깨우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앞으로도 영원히 현재 진행형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EBS 천년의 밥상 제작진이 광복절 특집을 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1월에 있었던 강연회에서 '사라져 버려도 되는 역사란, 없습니다.' 말을 하셨는데 책에 소개된 음식 중 천년 후에도 남아 있을 음식 하나를 꼽는다면?
그 점은 바로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리 맛있고 훌륭한 음식이라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여러분들에게 버림받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우리의 상차림과 식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직 다 하지 못한 밥상 이야기도 많을 것 같습니다. 혹시 책으로 2편이나 번외편 준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만약 계획 중이시라면 언제 다시 볼 수 있는지요.
천년의 밥상 한편을 제작하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공력이 들어갑니다.
역사를 다루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렇겠지만 수 백 년 전의 이야기들을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생생한 이미지와 함께 담아내야하는 터라 적지 않은 노력과 보이지 않는 운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타임머신이라도 발명되었으면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혹시 그날이 빨리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바뀌는 한국인의 식문화에 대한 생각 말씀해주세요.
독자 여러분 각자의 밥상 안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지켜나가셨으면 합니다.
세대가 바뀌어가면서 증조할머니로부터 할머니에게로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다시 내게로 이어져 내려온 상차림 속에 있는 담겨진 소중한 이야기들을 고이 간직해 주시고 그 위에 차려진 음식들과 함께 후대의 자식들에게 이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인의 식문화야 말로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지켜가야 하고 또 물려주어야 할 고귀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책 뒷면 표지의 글로 끝맺음을 대신할 까 합니다.
“한 민족이 지켜야 할 것은 영토만이 아니다.”
오한샘 저자 프로필 저자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동 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2004년 대한민국 ‘통일 언론상 대상’과 대한민국 프로듀서협회 ‘이달의 PD상’, 2008년 ‘푸른 미디어상’, ‘대한민국 피디대상 실험정신상’, 2011년 EBS 우수프로그램 제작 부분과 2012년 EBS 우수프로그램 기획 부분을 수상하였다. 현재 EBS 플랫폼운영부장으로 EBS의 채널운영 업무 및 <천년의 밥상> 기획,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