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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커피 이야기

도심 번화가나 사무실 인근에 가면 하나 걸러 하나씩 커피전문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값이 치솟아도 식지 않는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커피 맛있게 만드는 법부터 커피점 창업 매뉴얼까지 다양한 커피 관련 책들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커피밭 사람들'은 조금 특별한 커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수진 멕시코 콜리마주립대 교수는 이 책에서 전세계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커피 한잔 값에도 못 미치는 일당을 받으며 일하는 커피밭 노동자들의 삶을 들려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코스타리카의 타라수 지역과 페레스 셀레동 지역에서 현지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커피열매를 땄다.

  
그리고 함께 커피열매를 따면서 만난 코스타리카의 노동자들, 그리고 코스타리카로 건너온 니카라과의 불법 이주노동자들과 과이미 원주민들의 삶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냈다.

  
땡볕 아래서 종일 커피를 따고도 늘 가난에 허덕이면서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늘 삶에 대한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하루 10시간을 일하고 돌아와 힘든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러가며 집에 반짝반짝 광을 내는 엘레나를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내가 참 불량하다. 커피밭 노동자로서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그녀에 비한다면 한참 불량하다."(74쪽)


몇 년 후 다시 만난 이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했다.

  
저자가 함께 지냈던 엘레나의 남편 기예르모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커피 수확철마다 코스타리카로 왔던 니카라과의 프레디 부부는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커피값이 나날이 오르고, 커피 열풍이 식지 않는 동안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커피밭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무거워진다.

 

그린비 펴냄 / 인수진 지음 / 328쪽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