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봄답지 않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냇물이나 강가에 낚시나 그물, 투망을 이용하여 민물고기를 잡고, 잡은 고기를 현장에서 요리하여 흥겹게 먹고 노는 것이 천렵의 본질이다.
그러나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잡은 민물고기는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하며, 날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민물고기를 요리한 도마와 칼 등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간흡충(간디스토마, Clonorchis sinensis)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간흡충증은 민물생선회 등 민물고기 생식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의 낙동강과 섬진강 등 남부지역에 ‘토착화’되어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유행지역에서는 전국 감염률의 10배 수준으로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회충이나 편충, 구충 등의 기생충 감염율이 높았으나, 이제는 간흡충증이 가장 많은 기생충 질환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5년마다 전국 장내 기생충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2004년 제7차 조사결과 조사대상 2만370명 중 감염자는 753명인데, 이중 간흡충이 전체 기생충 감염의 64.8%인 488명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난해 상반기 낙동강, 섬진강 고위험지역 12개 시·군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흡충 감염율이 평균 11.8%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진주 27.9%, 산청 22.2%, 광양 15.2%, 밀양 13.5%, 보성 13.2%, 함안 12.9%, 하동 11.3%, 곡성 10.5%, 김해 10.3% 등으로 간흡충 감염율이 높았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금산·부여·서천 등 금강 고위험지역 3개 군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흡충 감염율이 5.3%로 나타나, 낙동강과 섬진강 등 남부지역뿐만 아니라 금강유역 주민들도 간흡충 감염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간흡충 감염율이 높은 까닭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생태계 보전노력으로 오염되었던 하천이 다시 생태계를 회복한 데다가, 민물고기 생식습관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태계 회복으로 간흡충의 제1중간숙주인 왜우렁이나 제2중간숙주인 민물고기의 서식처가 늘어나 간흡충 생활환경에 활력을 주어 간흡충증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간흡충에 감염되면 길게는 30년 이상 기생한다고 한다. 담관내 결석과 함께 담관암종의 중요한 선행요인으로 알려진 기생충 질환으로, 국민건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퇴치해야 한다. 간흡충 등 패류매개성 기생충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관리대상으로 삼아 주민들의 민물고기 생식습관을 개선하고, 정기적인 검진과 투약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간흡충 퇴치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여름이 되면 무더위를 피해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민물고기 생식습관을 개선하고 간흡충을 퇴치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