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TV] “쌀가공산업 없인 식량안보도 없다”…국회서 쏟아진 경고음

  • 등록 2025.08.22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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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공산업 발전과 식량안보 토론회’ 개최...자급률 하락 대응책 모색
국내 쌀 소비 급감·자급률 40%대…“쌀은 유일한 전략 곡물” 위기 경고
“가공산업 육성·공급선 다변화·식량안보 기본법 제정 시급” 한목소리

 

[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국내 쌀 소비가 급감하고 식량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쌀가공산업을 식량위기 대응과 농가 소득안정의 핵심 해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쌀가공산업 발전과 식량안보 토론회'에서는 쌀 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국제 곡물시장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토론회는 서삼석·송옥주·윤준병·이원택·임호선·주철현·문금주·문대림·이병진·임미애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고려대 한국식량안보연구소·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윤준병 의원, "쌀 소비 절반 감소…식량안보 기반 흔들려"

 

윤준병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식량을 둘러싼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식량안보 위기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이상기후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전쟁 등과 같은 대내외적 여건들은 주요 곡물의 생산과 유통을 위협하고 있으며, 자급률이 낮은 나라일수록 그 충격은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현재 식량자급률은 40% 수준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주식인 쌀만이 사실상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한 품목이지만, 이 역시 매년 반복되는 쌀값 불안정과 쌀 소비량 감소로 쌀 산업 위축과 식량안보의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윤 의원은 “이제 식량위기에 대응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농업을 국가안보산업이자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를 토대로 대한민국의 굳건한 식량안보 구축과 쌀 가공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을 위한 고견들이 제시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쌀 가공산업, 농가소득 안정과 식량안보 해법
박현진 소장 “식량안보법 제정 시급”…해외도 입법화

 

이날 토론회는 김춘진 대한민국헌정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상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본부장이 ‘쌀가공식품산업의 지속 가능한 민관 협력 전략’을, 박현진 고려대학교 한국식량안보연구소 소장이 ‘식량안보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각각 의제 발표에 나섰다.

 

조상현 본부장은 “쌀가공식품산업은 과잉 생산된 쌀을 흡수해 농가소득을 지키고, 국가 식량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이라”며 “공급 변동성이 곧 리스크인 만큼 단기 처방을 지양하고, 가공용쌀 원료화 정책과 지속 가능한 민관 협력을 통해 안정적 원료 공급체계를 구축해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현진 소장은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0% 미만으로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2022년 세계식량안보지수 평가에서도 식량안보 전략 부문에서 0점을 기록했다”며 “이는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기본법과 종합 대응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식량 위기 등급화와 비상 대응 매뉴얼을 담은 식량안보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중국·독일·미국 사례를 언급하며 “주요국은 식량안보법을 통해 곡물 자급률 목표, 비상 공급망 관리, 해외 곡물기지 확보를 제도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식량 위기 대비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가·중소기업 중심 산업 구조 필요성 제기

 

이어진 토론에는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박현진 고려대학교 한국식량안보연구소 소장,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조상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본부장, 김종욱 시아스 부사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쌀가공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원료곡 공급 안정성과 농업인 소득 보장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지속적인 쌀 수급 불균형은 농업인의 소득 불안을 키우고, 결국 원료인 벼의 안정적 생산 기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 잡고 있는 쌀가공식품 산업에 대한 농가의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의 형질과 영농환경을 고려할 때 농민들은 타작물 전환보다 동일한 영농활동으로 가능한 가공용 쌀 재배를 선호한다”며 “쌀가공산업 발전은 원료 벼 시장의 확대와 농업인 소득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사무총장은 또 “가공 원료곡을 생산하는 농업인에 대한 소득 보장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농식품 가공제품 수출 증가에 따른 성과가 농업계와 농민에게 공정하게 돌아간다는 신뢰가 확보된다면, 쌀가공산업은 더욱 큰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욱 시아스 부사장은 “쌀가공식품 산업은 밀·옥수수와 정면 경쟁하는 빵·면·스낵·맥주보다는 쌀의 고유 특성을 살린 즉석밥·죽·떡·발효 전통주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집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 구조보다 지역 소규모 가공업체와 농가가 연계된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라면, 즉석밥, 김 산업은 대기업 중심 구조로 인한 전형적인 시장 왜곡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라면 산업은 농심·오뚜기·삼양·팔도 등 4대 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95% 이상을 장악하며 가격 담합 의혹이 지속되고 있고, 즉석밥 시장 역시 CJ제일제당 ‘햇반’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쌀가공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의 다원화된 구조로 성장하려면 단순 경쟁을 넘어 정책과 산업 인프라 전반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양곡을 대기업보다 중소·지역 가공업체에 우선 배정하고, 소규모 업체가 멸균·냉동·패키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동 물류망을 구축해 원가를 절감하고, 대형 유통사에 중소업체 쌀가공제품의 의무 입점 비율을 설정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의 절박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현장의 한 참석자는 “정부양곡 가공용 쌀 공급 축소 정책으로 원료곡이 부족해 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추가 공급이 시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급 축소 정책이 계속되면 공장 가동 중단과 고용 불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쌀가공산업 육성 기본계획’ 청사진 제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쌀가공산업을 단순한 수급 조절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가공산업의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조성, 수출 확대, 원료곡 공급체계 개선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제3차 쌀가공산업 육성 기본계획(2024~2028)’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변 정책관은 “우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4대 전략(Simple & Easy, Healthy, Global, New-tro)을 설정하고, 간편 가공밥·죽, 떡류, 쌀 증류주·음료, 쌀빵·과자 등 10대 유망 품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글루텐프리, 비건, 고령친화식품 등 쌀의 건강 이미지를 살린 제품을 육성하고, 냉동김밥·떡볶이 등 K-푸드 대표 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강화하겠다”며 “해외 인증 획득, 현지 박람회 참가, 안테나숍 입점 확대 등을 통해 수출 판로를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쌀가공식품 체험관·갤러리 운영, 편의점 아침밥 캠페인, 팝업스토어 확대 등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미래 세대 대상 쌀 중심 식습관 형성 사업과 연계해 수요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춘진 위원장 “가공산업 육성이 곧 식량안보 강화”

 

김춘진 좌장(대한민국헌정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토론을 정리하며 “식품안보기본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한 국가적 대응책을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공급선을 어떻게 확보할지, 자급률을 어떻게 높일지 과제가 많다”며 “일본은 호주 현지 농장에서 직접 생산해 수입하고, 비상시에는 자국에 우선 공급한다는 협약까지 맺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우리도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협약을 통해 위기 시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전쟁이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 속에서 국민 먹거리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가 국가적 과제”라며 “농식품부는 칸막이를 없애고 쌀 소비처를 적극 확장해 농가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쌀 소비 확대와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가공식품 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푸드투데이 노태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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