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기자] “진천은 더 이상 단순한 농촌이 아닙니다. 고부가가치 농업과 스마트 농정, 전략적 유통이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도농복합도시 모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충북 북서부에 위치한 진천군. ‘살기 좋은 고장’으로 불려온 이곳은 이제 대한민국 농업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을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했다.
농업인당 GRDP 충북 1위…“규모 아닌 효율로 승부”
“진천은 전체 면적의 22%가 농지입니다. 농업 중심 도시죠. 농업인 수는 9,500여 명으로 도내 8위지만, 농업인 1인당 GRDP는 무려 1,849만 원으로 도내 1위입니다. 이는 스마트 농정과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의 전략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진천군은 충북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시설하우스 농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송 군수는 “609억 원의 농업 예산은 전체 예산의 9.15%에 달하며, 복지·상하수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업 유치를 통해 발생한 세수 중 90억 원을 별도 재원으로 편성해 지난 4년간 농업 분야에 직접 투자해오고 있다”며 “이 같은 선순환 구조는 진천만의 독특한 농정 실험이자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쌀·수박·오이, 진천 농업의 프리미엄 라인”
‘생거진천’ 브랜드는 진천 농업의 대표 얼굴이다. 대통령상 6회, 국가브랜드 대상 1위를 수상한 ‘생거진천 쌀’을 비롯해 수박, 오이, 멜론 등 전략 품목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송 군수는 “우리 쌀은 단백질 함량 조절로 밥맛을 높이는 재배법을 도입하고, 실천 농가에는 40kg당 최대 6천 원의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맛, 품질, 농가소득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천 오이는 전국 생산량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락시장 등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수박도 주력 품목이다. “현재 진천 수박은 전국 생산량의 7.7%를 차지하고 있고, 생산액은 325억 원입니다. 지역별 특화 수박도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했죠.”
진천군은 농업의 기술 고도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은 스마트팜 시스템을 기반으로 아열대 과채류 실증시험에 나서고 있다. 송 군수는 “현재 감귤, 망고, 체리 등을 시험 재배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읍면별로 애플수박·블랙망고수박 등 특화 품종을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생거진천’ 이름으로 수출도 확대…온라인 판매도 활발”
“진천은 이미 국가대표 선수촌 등 공공급식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고, 자체 쇼핑몰 ‘진천몰’을 통한 온라인 매출도 지난해 9억 원에 달했습니다.”
수출 확대도 눈에 띈다. 기존 일본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거진천 쌀 20톤을 호주·뉴질랜드에, 샤인머스캣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진천군은 매년 10월 개최되는 ‘생거진천 문화축제’를 통해 농업과 문화를 연결하고 있다.
“작년 축제에만 23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농산물 판매만 2억 원 규모였고, 현장 구매자의 재구매율도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축제를 넘어서 농업의 브랜드화이자,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송 군수는 젊은 층 유입을 위한 시도도 언급했다. “축제에 EDM 공연과 푸드트럭을 결합한 맥주 축제를 운영했습니다. 전통과 트렌드를 동시에 담아내는 시도로 MZ세대에게도 호응을 얻었죠.”
마지막으로 송 군수는 농업 혁신의 본질은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진천은 18년 연속 인구 증가, 14조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둔 비수도권의 기적입니다. 앞으로도 농업을 기반으로 한 도농 균형, 복지, 교육, 문화가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지역 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