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발언에 '12시간 맞교대' 흔들…식품업계, 근무제 개편 확산

  • 등록 2025.08.04 18: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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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야간근무 8시간 제한…삼양식품도 특별연장근로 폐지 결정
노동시간 단축 논의 본격화 속 인건비·노사 갈등 우려는 여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촉발한 '근무제 개편' 바람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이 SPC 시화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장시간 야간 노동의 부당성을 공개 지적한 이후 근무제 재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4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SPC그룹은 야간근무 시간을 8시간 제한을 선언했고, 삼양식품도 특별연장근로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일주일에 4일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게 노동법상 허용되는 노동 형태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12시간 맞교대 중심의 2교대 근무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에 SPC는 오는 10월부터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생산라인 운영 방식을 전면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2023년 기준 전체 생산직 중 71.4%가 2조 2교대를 시행했으며, 올해 4월에도 53.7%에 달할 정도로 장시간 맞교대 근무가 관행처럼 자리잡아 있었다.

 

삼양식품도 근무제 개편 흐름에 동참하기로 했다. 삼양식품은 이달부터 밀양·원주·익산 등 4개 공장에서 특별연장근로를 폐지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 인가를 통해 주 64시간까지 허용되는 제도로, 삼양식품은 그간 초과근무 동의서를 매달 받아 최대 58시간까지 근무하는 2조 2교대를 운영해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폐지와 함께 2조 2교대 개선도 검토 중”이라며 “3교대 전환 등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동시에 “글로벌 수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2015년 300억원이던 수출이 지난해 1조3359억원으로 45배 늘어난 수출 실적을 강조했다. 이에 따른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며 최근 준공된 밀양 2공장은 연 8억개 이상 생산이 가능하다.

 

2교대는 하루 12시간 근무 후 이틀을 쉬는 구조로 효율성이 높아 식품 제조업계 전반에서 선호돼 왔다. CJ푸드빌 음성공장도 성수기에는 3교대를 시행하지만 비수기에는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농심, 롯데웰푸드 역시 대체로 24시간 공장 가동 시 하루 12시간 근무제를 적용 중이다.

 

그러나 피로 누적, 야간 사고 위험, 인력 대응 미비 등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실제로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3건 중 2건이 새벽 시간대에 집중됐고, 지난 5월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근로자 사망도 새벽 3시경 일어났다.

 

12시간 2교대는 식품업계에서 효율성과 인력 운영 측면에서 정착된 구조이지만 최근 변화 흐름에 대한 전환 요구가 확산되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계 전반에서 근무제 개편을 두고는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인건비 급증 우려로 주저하는 분위기다. 12시간 2교대에서 8시간 3교대로 전환 시 단순 인력 수요만 1.5배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려면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계산이다.

 

노동자 측의 임금 감소 우려도 현실적 장애물이다. 장시간 근무로 야근·특근 수당을 챙기던 근로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근무시간 축소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조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SPC는 반복적인 인재 사고가 발생한 특수한 사례다. 이를 전체 식품업계의 표준처럼 보는 건 무리”라며 “12시간 맞교대 근무가 모두 위험한 구조는 아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 상당수가 야간·특근 수당을 포함해 소득을 유지해온 만큼 단순한 교대제 전환이 오히려 근로자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며 “교대제 개편은 인건비, 인력 수급, 설비 운영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힌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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