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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이대로 안된다

가짜 농협안심한우에 소비자 분노

非양심 농협, 不안심 한우...농식품부 ‘쇠고기 이력제’ 한계 드러나

광우병 사태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009년부터 개체식별번호를 이용한 ‘쇠고기 이력제’를 도입, 시행 중이다. 소의 출생부터 도축과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도입한지 4년이 됐지만 허위표시 등 원산지 표시 위반사례가 끊이지 않아, 출생 당시만 번호관리가 될 뿐 유통되는 고기는 판매자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쇠고기 이력제’의 한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제도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연대, 가짜 농협안심한우 판 농협 고발…농협 강력 반발
지난 9월 26일 소비자연대는, "농협안심축사분사가 운영하는 농협 안심한우 전문점 20여곳에서 수입고기와 일반한우를 농협안심한우로 속여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농협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농협안심한우는 2008년 광우병 파동이후 NH농협이 농가 보호와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를 내세워 도입한 브랜드로 농협안심축산분사에서 생산(농장관리·수질관리·사료관리)부터 공급까지 책임관리하고 있다. 또 하나로클럽 등 농협유통 산하 매장과 롯데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학교급식, 군납 등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연대는 고발장을 통해 "농협안심한우는 '생산과정부터 농장·수질·사료관리 등의 시스템을 통해 만든다'는 광고와는 달리 대다수가 일반한우를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매로 구매하고, DNA검사와 간이정성 전수검사를 통과한 다음 안심한우 브랜드로 바꿔 20%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협안심축사분사는 20여개의 농협안심한우 전문점에서 수입고기 및 일반한우를 안심안우로 판매해 부당이익을 얻었다"며 "농협유통도 안심한우를 독점 판매하면서 안심한우가 일반한우에 비해 품질이 뛰어난 것처럼 광고하며 비싸게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다수의 안심한우가 농장·수질·사료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검증된 고기만 안심한우로 판매하는 것처럼 언론 등에서 광고하며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소비자연대가 농협에 고기납품 요청 등 이권사업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고발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국산 둔갑, 대형마트도 가담
지난 10월 4일에는 민주통합당 김춘진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현황’ 자료를 통해 수입쇠고기의 원산지 허위표시 적발현황을 밝힌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수입쇠고기 중 총 472건 186t이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 중 미국산이 국산 등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총 261건 67.4t으로 가장 많았고 적발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같은 수치는 단속된 숫자만을 표기한 것으로 실제 원산지표시 위반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쇠고기 원산지 위반에는 일부 대형마트도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허위표시했으며 롯데마트도 뉴질랜드산을 호주산으로 허위표시, 형사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급식 쇠고기 ‘원산지 세탁’
지난 11월 7일에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올해 1월부터 8월말까지 학교급식으로 유통된 쇠고기 중 109건을 거둬들여 DNA 동일성 검사를 한 결과, 28건이 불일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DNA 불일치 판정이 내려진다는 것은 유통된 소의 개체나 등급이 도축 당시와 다르다는 뜻으로, 서울 시내 학교급식으로 유통된 쇠고기의 4분의 1가량이 도축과는 다른 개체의 고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쇠고기 이력제에 대한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쇠고기 이력제 조기정착을 위해 DNA 동일성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불편한 농협안심한우의 진실
28일 KBS 2TV '추적60분'은 '100% 안전보장 안심한우의 진실' 편을 통해 브랜드 출범 3년만에 시장점유율 10%, 재구입 답변 소비자 81% 등 신뢰를 쌓은 농협안심한우의 이면을 방송했다.

농협안심한우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100% 책임관리를 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며, 홈페이지와 CF, 판매직원들까지 모두 안심한우의 철저한 관리를 홍보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식별변호 조회를 가지고 직접 30여곳의 한우농장을 찾아갔지만 농장주들은 농협에게 소를 판 적이 없다며 ‘안심한우’의 존재조차 모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농협의 안심한우 전문점은 현재 전국 180여 곳을 운영 중이다. 농협은 안심한우 전문점에선 ‘안심한우’만을 판매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취재진은 경기도의 한 안심한우 전문점에서는 모든 고기에 2년 전 도축된 한 쇠고기의 식별번호가 똑같이 붙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다른 전문점에서는 5개의 식별번호만을 반복해서 붙이고 있었다. 아예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은 곳조차도 있었다.

안심한우는 유통과정을 개선해 가격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농협은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했다”는 것이지 단계를 줄이지 못했다며 유통과정을 줄이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허위 과장광고의 의혹이 있는 부분이다. 구멍난 농협의 유통 시스템 속에서 소비자는 어떤 고기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농식품부 '쇠고기 이력제' 관리허점
현재 시행되고 있는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법률 제정안을 지난 2008년 대표발의 한바 있는 김춘진 의원은 "최근 농·어민이 FTA등 대외개방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산 농·축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되어 판매되는 것은 농·어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재래시장과 농협,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부 쇠고기들에서 식별번호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들은 식별번호가 있다해도 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출생 당시만 번호관리가 될 뿐, 유통되는 고기는 판매자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쇠고기 이력제의 한계인 셈이다.

농·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나 ‘쇠고기 이력제’는 국내 농어가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관리당국은 그만큼 더욱 엄격한 단속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