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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제2의 전성기' 노리는 막걸리 시장

도수↓ 제품력 향상시키니 젊은층서 인기..."호황까지는 아니지만 살아나고 있어요"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전주 막걸리골목에서 막걸리를 맛 본 후 집에서도 자주 먹고 있어요. 목넘김이 좋아서 술술 들어가요."(경기도 분당에 사는 우예슬씨,26.여)

"요즘 막걸리 종류도 다양하고 여자 혼자 혼술하기에도 좋은 스파클링 막걸리가 잘 나와서 생각날때면 집에서 한 잔씩해요."(서울 종로구에 사는 양정아, 35.여)

'어른들만 마시는 술', '저렴한 술' 이미지의 막걸리. 때문에 막걸리는 국내 시장에서 젊은층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올드한 전통주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젊은 감성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소주, 맥주를 선호했던 20~30대 젊은층에서의 막걸리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



◇ 지난해 3분기까지 막걸리 매출 3087억원...전년 대비 15.4% 상승
제품력 향상, 농식품부 전통주 홍보, 온라인 판매 허용 등 주요 요인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막걸리 매출(소매판매)은 3087억원으로 전년 동기(2674억원) 대비 15.4% 상승했다. 



막걸리 매출 상승은 탁주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탁주는 전분질 원료(발아 곡류 제외)와 누룩, 식물성 원료, 물 등을 원료로 발효시킨 것을 혼탁하게 제성한 것 또는 제성 과정에서 탄산가스 등을 첨가한 것으로 막걸리와 동동주로 나뉜다.

과거 탁주의 소매시장 규모는 3000억 원대 규모였는데 2015년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4.4% 늘었다. 이는 막걸리 업계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출고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이같은 성장세의 주요 원인으로 ▲제품력 향상, ▲농식품부의 전통주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 등으로 꼽았다.

막걸리협회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현재 호황까지는 아니지만 살아나고 있다"면서 "업체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제품력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농식품부의 전통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한 몫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서 웹상에서의 마케팅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그 영향으로 전통주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통주 시장이 열악하고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판단, 2017년 7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에서 전통주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 20·30세대 공략...도수↓ 식이섬유.유산균 넣어 소비자 입맛 맞춰
서울장수 '인생막걸리'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 돌파

막걸리 업계는 침체된 막걸리 시장을 살리기 위해 20·30세대 입맛을 공략, 감미료를 넣지 않은 질좋은 프리미엄 막걸리나 식이섬유, 유산균 등을 강조한 막걸리 출시에 열을 올렸다.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 막걸리 시장점유율 1위인 서울장수가 22년 만에 선보인 '인생막걸리'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돌파했다. 서울장수는 성공 비결로 젊은 층을 공략한 차별화된 전략을 꼽았다.

지난 10월 출시된 인생막걸리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부드러운 풍미를 살리기 위해 5번의 담금 과정과 저온 발효 공법을 거쳤다. 이에 따라 풍미는 물론 발효 중 생성되는 풍부하고 다양한 맛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 제품 디자인 또한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멀티 패키지 3종으로 출시했고 개별 디자인에 따라 '인생' 키워드를 강조한 메시지를 삽입해 차별화를 강조했다. 


서울장수는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소비자 접근성이 용이한 편의점까지 판매 채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중 편의점에서도 인생막걸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지평주조가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낮춰 리뉴얼 출시한 '지평 생막걸리'는 지난해 전년보다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연간 누적 판매량 1800만병을 기록했다. 

지평주조는 지난달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한정됐던 GS25의 판매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미니스톱 전국 주요 매장에서도 판매를 개시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양평 지역 중심으로 판매 되던 시기에 타 지역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 구입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 같은 경우가 꾸준히 늘면서 제품에 대한 입소문과 타 지역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해 가까운 서울 및 수도권 중심 영업망을 확대하고 대형마트에도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마트의 경우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 초기 수도권 매장 중심에서 전국 매장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게 됐다"면서 "이는 지방까지 수요가 증가하는 계기가 됐으며 지난 2017년 강원 전 지역 공급을 시작으로 올해 초 경북, 전남, 제주까지 영업망을 확대하며 전국구 막걸리로 발돋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무 알코올 막걸리도 출시됐다. 수블수블은 지난해 9월 무 알코올 막걸리 ‘수블수블 0.9’를 출시했다. 수블수블 0.9는 유기농 막걸리에서 알코올만 분리해 탄산과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이는 가볍게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home)술’, ‘혼술’ 등 현재 주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수출 상승세

막걸리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반한 감정, 일본 내 자체 수급 등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수출이 급감했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 수출은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해 시장 상황은 악화됐다.

그러나 최근 수출 상승세가 이어지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막걸리 수출액은 134만9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0.2% 증가했다. 주요 수출국인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골고루 수출액이 늘어났는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젊은층에서 막걸리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그 상승세 또한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으로의 막걸리 수출액은 2015년 40만 달러에서 2017년 60만 달러를 넘어섰다. 캄보디아에서도 2015년부터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같은 기간 3만3166 달러에서 5만 6971달러로 증가했다.

막걸리협회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에서는 매년 20~30% 성장하고 있다"며 "일본, 미국, 일본도 반등 추세다. 중국은 사드 이후 아직도 침체된 상태"라고 전하고 "(베트남 현지 반응)20~30대 여성 소비자가 가장 많다. 도수가 낮고 쌀 문화권이라 쌀 주류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국내에서는 막걸리가 저가 이미지이지만 베트남에서는 고가 주류 인식이 전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