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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안전관리 일원화 해야

‘식품안전청’ 설립, 농장에서 식탁까지 통합

상추, 밭에 있으면 농식품부, 마트에 있으면 식약청 관리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주장은 올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실 일원화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식품안전 사고가 터질 때마다 줄곧 거론돼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우리 부처를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대립하는 바람에 결국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일원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로 2005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자, 당시 이해찬 총리가 모든 식품안전관리를 도맡아 하는 식품안전처를 총리실 산하에 두자고 주장했다가 이듬해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모든 식품업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8년 1월, 당시 박재완 인수위원회 정부혁신팀장이 2년 내 식품안전 행정업무 일원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으나,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10년 넘게 논의만 되풀이 돼온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방안이 농수산물과 식품산업의 연계강화와 생산자, 기업, 소비자 보호를 위해 꼭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 성장 둔화, 식품시스템 개선 필요
세계식품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7,600억 달러 수준에서 2012년 5조 4,300억 달러로 연평균 3.3%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구증가 및 신흥개발국 성장, 수명 연장과 더불어 기능성식품, 장수식품, 어린이식품 등 맞춤형식품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20년에는 시장규모가 6.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식품시장은 식품제조와 외식산업을 포함해도 2009년 약 130조에서 2011년 133조 시장으로 1.8% 성장에 그쳤다. 식품산업 관련예산은 2009년 약 4,700억원에서 2012년 6,880억원으로 46.2% 증가했지만, 시장의 성장성은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편, 우리나라 농림어업생산액은 2011년 기준 51조 2,870억원인 반면 2011년 식품산업규모는 133조원이다. 국내 농수산물이 고품질로 가고 있지만 생산액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 식품회사의 농수산물 원료 사용구조를 보더라도 주요 원료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생산된 산물들은 대부분 소비자를 타겟으로 유통되고 식품기업으로 연계가 되지 않는 이유는 식품기업들이 국내 생산물에 대한 수량, 가격 등 정확한 정보에 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농수산업이 식품산업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식품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현황 파악 및 통계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농식품 안전관리 분산 문제 대두
농식품부는 2008년 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업 업무, 보건복지부의 식품산업 업무를 합쳐 새로 출범했다. 국내 식품산업을 육성코자 식품산업본부가 신설됐지만, 식품안전에 관한 업무는 여전히 보건복지가족부 산하의 식약청이 맡고 있다.

농식품부가 출범한지 5년이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도 식품정책은 산업육성보다는 안전관리와 규제에 치중해 있어 농수산업을 식품산업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농식품 안전관리는 6개 부처, 28개 법률에 근거하여 분산관리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생산・유통, 축산물 생산・가공・유통・수입, 수산물 생산・수입관련 안전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고, 식약청은 농산물 수입・가공・유통, 수산물 가공・유통・판매단계를 관장하고 있다. 이러한 다원화된 식품안전관리로는 책임・일관관리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김치 기생충알 사건(2005)이 발생했을 때, 식약청은 축산분뇨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농림부는 가공장의 위생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쿠퍼스는 원료 함량(3%)에 따라 농식품부와 식약청이 분산 관리하도록 되어 있어, 다원화된 인증・감독체계로 인해 식품산업의 발전과 식품안전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농식품 안전관리 혼동 사례를 보면, △ 상추가 밭에 있으면 농식품부, 마트에 있으면 보건복지부(식약청) 관리 △ 분유는 축산가공품으로 농식품부, 이유식은 농산가공품으로 식약청 관리
△ 누가바(아이스크림)은 농식품부, 비비빅(빙과류)은 식약청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목소리 커져
식품산업의 농정편입은 농・식품 생산에서 가공・유통・소비를 일원화시킴으로써 국내 농축산물을 식품산업과 연계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EU의 경우 기존의 분산된 조직으로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소비자의 건강보호와 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이 상충할 때는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다는 원칙하에 2000년을 전후해 유럽 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을 별도로 두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경제농업혁신부 내 「식품소비재안전청(VWA)」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단계별로 다원화된 식품검사업무를 농업・농식품부의 「식품검사청(CFIA)」로 통합했고,  이외 덴마크는 식품농수산부 「수의식품청」, 스웨덴은 농수산식품부 「식품청」 등을 두고 국가차원의 식품안전 관련조직과 기능을 통합한 독립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OECD 30개국 중 식품안전관리 업무가 농업・식품부처로 통합되어 있는 국가는 15개국에 이른다.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식품 안전관리를 농업・식품부처로 통합 관리하는 주된 이유는 식품안전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기함으로써 식품안전은 물론 식품의 수출경쟁력과 산업진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안전관리를 단일기관에서 추진하게 되면 식품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고 식품안전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식품안전기준을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범국가적인 식품안전관리전략 수립이 가능하고 정책수단과 자원 사용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감시업무활동과 각 부처 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과 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이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기능을 강화하고, 생산자, 기업 및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식약청에서 식품분야를 분리해 '식품안전청'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덧붙여 식품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능성에 따라 일반의약품과 다른 규제가 적용돼야 하므로, 농수산물의 원료를 활용하는 기능성 식품의 안전성 및 유해성 검증은 제품의 특성과 기능 위주에 맞는 기준을 제정하고, 위험도가 높은 성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건복지부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제는 농수산물과 식품을 개별 산업으로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체인 내에서 인식하고 관리・육성해야 국민의 건강권 및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