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쿠팡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실효성 '글쎄'

하나은행 제휴 체크카드 사용 강제, 현금 인출 불가능
"쿠팡-카드사-은행, 이용 수수료 나누기 꼼수에 불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쿠팡·쿠팡페이가 하나은행·하나카드와 함께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하나은행 제휴 체크카드 사용이 강제되고 현금 인출이 불가능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빠른정산은 전날 구매 확정된 매출 금액의 90%만 정산되며, 특정 카드사의 체크카드 사용이 강제되면서 판매자는 사업자용 신용카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빠른정산 서비스는 카드사, 은행과 함께 체크카드 이용 수수료를 나누기 위한 쿠팡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하나은행·하나카드와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업무 협약’을 갖고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를 오픈했다.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활동 중인 소상공인들이 쿠팡 셀러 전용 체크카드 발급을 신청하고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를 통해 판매대금을 미리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입점 소상공인들은 재고나 부자재, 생필품을 구매하는 등에 있어 자금 유동성을 개선함으로써 사업 성장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빠른정산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 업계의 1인자임에도 경쟁업체에 비해 대금 정산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에 하루 만에 정산해 주는 반면, 쿠팡은 판매자에게 대금을 정산하기까지는 최장 60일이 걸린다.


쿠팡 입점 판매자는 주 정산과 월 정산 중 하나를 정산방식으로 선택하며,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주 정산은 주간 정산액의 70%만 일요일로부터 15영업일 후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익익월 첫 영업일에 지급한다. 소비자의 구매결정으로부터 정산까지 19~60일이 소요된다.
      

월 정산은 월간 정샌액을 익월 15번째 영업일에 지급하며, 소비자의 구매결정으로부터 정산까지 19~46일이 소요된다. 판매자가 주 정산과 월 정산을 선택하는 비중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소비자의 구매결정 후 판매자가 정산을 받기까지 평균 36일이 걸린다. 주중에 공휴일이 있는 경우 더욱 길어진다.


정산기간이 늦다는 비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셀러웰렛 빠른정산 서비스'가 도입됐지만 빠른정산은 전날 구매 확정된 매출 금액의 90%만 정산되며 쿠팡이 물품보관.포장.배송.고객응대 등을 대응해 주는 '로켓그로스' 매출은 빠른정산이 불가능하다. 


빠른정산금은 하나카드에서 발급한 ‘쿠팡셀러 체크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현금 인출이 불가능한 일종의 카드 포인트이다. 


통상 오픈마켓 판매자는 상품 매입에 사업자 전용 신용카드를 사용해 1~2%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데 쿠팡 빠른정산은 체크카드 사용이 강제되므로 신용카드 포인트를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쿠팡의 대금정산 정책이 판매자에게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불리하다는 점이다. 판매자 역시 적정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품 가격을 일부 인상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나누어서 손해를 보고, 현금을 오래 보유하고 있는 쿠팡만 공짜로 이자수익을 보는 것"이라며 "쿠팡의 최근 1년간 매출은 약 30조 원이며, 하루 평균 82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거액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판매대금 정산을 미룬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수익도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의 지급여력을 고려할 때 최장 60일의 정산 소요일수는 과하게 긴 수준"이라며 "타 오픈마켓이 구매확정 익일에 대금을 정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판매자가 쿠팡에게 최장 60일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업계 표준에 근접하게 정산소요일수를 단축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