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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간장의 배신' 우리집 간장은 진짜 간장이? 아니었다

숙성에만 최소 1년 한식간장, 산분해간장 산으로 가수분해 2~3일 제조
산분해간장에 양조간장 1%만 섞어도 '혼합간장'..."표시제 개정돼야"
지난해 간장 브랜드 매출 1위 샘표 '금F3', 양조 30% 산분해간장 70%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 경기 김포에 사는 주부 이혜란(여.37) 씨는 마트에서 간장을 구입하다 궁금증이 생겼다. 마트에서 간장을 살펴보던 중 같은 용량의 진간장 임에도 가격 차이가 상당했다. 이 씨는 제품 뒷면 성분표시를 살폈고, 하나는 '혼합간장', 또 다른 하나는 '양조간장'으로 표시돼 있었다. 양조간장과 혼합간장의 차이를 몰랐던 이 씨는 좀 더 가격이 저렴한 혼합간장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주부 이 씨가 장바구니에 담은 혼합간장은 진짜 간장일까?

 

혼합간장은 장류 고유의 특징인 미생물을 통한 발효.숙성을 거치지 않고 산을 이용해 산분해공법으로 제조 기간이 약 2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제품이다.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숙성에만 최소 1년이 걸리는 간장이 한식간장과는 제조방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식문화를 가진 일본과 대만에서는 혼합간장을 간장으로 부르지 않는다.


이처럼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간장의 50% 이상은 논란이 되고 있는 '혼합간장'. 즉 산분해 방식으로 제조된 화학간장에 양조간장을 섞은 것이다. 


식품공전 기준 간장은 장류의 하위 품목으로 분류된다. 간장은 대두 발효식품으로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콩을 잘 삶아 자연접종된 곰팡이와 세균 등의 미생물이 배양된 낱알.덩어리 모양의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발효와 숙성을 시킨 후 액상과 고상 부분을 분리하고 액상부분을 숙성시켜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이다.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숙성에만 최소 1년이 걸리는 간장이 한식간장, 발효 미생물을 배양해 6개월 이상 숙성 발효시키는 제품이 양조간장이다.


이에 비해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산으로 가수분해(산분해공법)한 후 그 여액을 가공해 만든 간장이다. 주로 혼합간장의 주원료로 이용되며 그 나름의 감칠맛은 있지만 전통적 의미의 간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양조간장을 1%만 섞어도 혼합간장이라고 표시돼 버젓이 간장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2일 푸드투데이 취재 결과, 시중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간장 중 상당수가 식품유형이 혼합간장으로 표시돼 있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샘표식품의 '진간장 금F3'. 이 제품은 혼합간장으로 양조간장 비율이 30%, 산분해간장 비율이 70%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샘표식품의 금F3 간장의 매출액은 435억8900만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샘표의 '양조501', '양조701'이 뒤를 이었다. 양조501과 양조701의 같은 기간 총 매출액은 436억9200만 원으로 혼합간장인 금F3의 시장 지배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찾은 마트 간장 매대에는 양조간장과 혼합간장은 한 판매대에 뒤섞여 판매되고 있어 양조간장 보다 저렴한 혼합간장에 손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A사의 양조간장(930ml)의 가격은 6700원, 같은 용량의 혼합간장의 가격은 4800원으로 1.4배 비쌌다.


이를 두고 소비자단체는 제조 단가가 낮은 산분해간장 비율을 높여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산분해간장을 대량으로 혼합한 혼합간장을 판매하는 행위는 산분해간장의 위해성과 안전성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범죄행위에 가깝다"며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단백질원료)를 염산으로 분해해 제조하는 일종의 인스턴트 화학간장이다. 산분해간장은 3-MCPD(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함유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산분해간장 표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비자단체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 표시기준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8일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를 통해 '혼합간장(양조간장+산분해간장(화학간장))의 주표시면에 혼합된 간장의 혼합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표시하도록 규정을 개정한다'는 행정예고를 했다. 하지만 업계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본이나 대만은 현재 발효되지 않은 간장에 대해서는 간장으로 분류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명칭 또한 '아미노산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 행정예고안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일부 제고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혼합간장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혼합간장의 산분해간장(화학간장) 혼합비율 기준점을 마련하고, 혼합간장을 ’기타간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산분해 간장은 ’아미노산액‘으로 표기해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 안전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