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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안산 유치원 식중독...맥도날드 햄버거병과 닮은꼴?

장출혈성대장균 양성 58명, 용혈성요독증후군 16명...감염 원인은 오리무중
사고발생 전후 기간 방과 후 간식 6건 폐기 사실 드러나...경찰, 압수수색
4년 전 햄버거병 사건 역시 패티 없어 원인 미궁 속으로...맥도날드 '무혐의'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경기 안산시 소재 A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발병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유증상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중에는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58명, 일병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도 16명이나 된다. 


식중독 사고가 난지 2주가 지났음에도 보건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원인 규명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보존식이 일부 폐기됐다는 점, 당국의 관리 부실과 늑장 대응 따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식중독 사고는 2016년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과 유사하다.


29일 안산시 상록구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28일 오후 6시 기준 해당 유치원 관련 식중독 유증상자는 114명으로 이 중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58명이다.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는 16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신장 투석을 하며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식중독 사태는 지난 12일 해당 유치원 한 원생이 복통과 설사 등 증세를 보인 뒤 16일 집단 식중독을 의심한 병원의 신고가 보건소에 접수된 이후 2주 넘게 환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감염 경로는 미궁이다. 다음달 8일까지 해당 유치원을 폐쇄하는 것 외에 사실 보건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셈이다.


사고발생 일주일 후에야 역학조사에 나선 보건당국은 보관된 보존식은 물론 조리사의 검체와 조리에 쓰인 주방기구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되지 않아 교실과 화장실, 문고리 등 환경 검체까지 확대했지만 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인 규명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보존식 수집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인데, 실제 해당 유치원은 보존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으며 사고발생 전후 기간의 방과 후 간식 6건을 폐기할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해당 유치원은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안산시는 식중독이 최종 판명될 경우 과태료 300만원을 추가로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유치원이 급식 위생관리 사각지대에 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1999년부터 시행한 '학교급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시스템'에 초.중.고는 들어 있으나 유치원은 제외돼 있는 것. 이에 지난해 말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유치원도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그 시행 시기가 내년 1월이다.


◇ 감염 원인 오리무중...경찰, 유치원 압수수색 CCTV 영상 확보
피해 학부모, 식품위생법 위반.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고소


감염 원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피해 원생 부모들은 28일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유치원 원장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학부모들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과 해당 유치원이 급식 보존식을 일부 보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증거를 인멸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해당 유치원에 경찰관 5명을 파견해 원내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에 나서는 등 원인 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 4년 전 맥도날드 해피밀 햄버거병 사건은 어땠나
햄버거 패티 없어 원인 미궁 속으로...맥도날드 '무혐의'
3년 투쟁 끝에 법원 조정으로 의료 비용 지원 받기로


이번 식중독 사태는 2016년 발생한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과 유사하다. 


4년 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은 경기도 평택 소재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 등을 먹은 A양이 약 2시간 후 복통을 호소했고 다음 날부터 구토, 혈변 등으로 아주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A양은 HUS 진단을 받고 신장 기능의 90%를 상실,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그 후로 A양은 매일 10시간씩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A양 어머니는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했고 약 6개월에 걸쳐 검찰 조사가 이뤄졌지만 사건의 원인 규명의 핵심인 햄버거 패티가 없어 원인은 미궁으로 빠졌다. 검찰 수사에서 패티 납품업체 맥키코리아의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행위와 직원들의 허위진술 등 의혹이 밝혀졌지만 맥키코리아 임직원 몇명만 처벌받는 선에서 마무리 됐고 맥도날드에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피해자들의 상해가 맥도날드 햄버거에 의한 것인지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A양 어머니의 3년 투쟁 끝에 지난해 법원 조정으로 의료 비용을 지원하기로 합의, 맥도날드는 그간의 A양의 치료 금액과 앞으로 A양의 치료와 수술을 받는데 필요한 제반 의료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이번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건 역시 햄버거병 관련된 의혹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보존식이 남아 있지 않은 이상 유치원과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존식이 폐기된 상태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며 "위증이나 증거인멸 등으로는 처벌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햄버거병은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마비되는 질환으로 O-157균에 오염된 덜 익힌 고기나 채소 등을 먹었을 때 주로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햄버거용 쇠고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 균은 10개만 있어도 오염을 일으킬 만큼 전파력 빠른 것이 특징이다.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옮겨지며 대부분 6∼8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지만 이 중 5% 가량은 적혈구가 파괴되고 오줌을 제대로 누지 못하는 용혈성 요독증(HUS)이라는 합병증으로 발전한다. O-157균은 65℃ 이상의 열을 가하면 사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