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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 예산낭비 펑펑

국회, 사업집행 부진·800억 예산운용 등 감사

박근혜 정부의 시작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한식세계화 사업’이 감사원 대상에 올랐다. 

국회 여야는 26일 김윤옥 여사의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해서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의 집행 부진과 연도 말 사업내역 변경 집행 등 사업의 적성성 및 타당성과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 한국수산식품유통공사, 한식재단 및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원 대상으로 한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밝힌 감사요구안의 내용은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의 집행 부진 ▲예산 운용 및 사업 효과성, 연도 말 사업내역 변경 집행 등에 대한 감사 등이다. 

한식세계화사업은 2008년 말 이명박 대통령이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추진됐으며,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청와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범정부적 추진체계로 지난 4년간 769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사용했으나 그 성과가 부진해 사업 효과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야심차게 출발한 ‘한식세계화’,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허울뿐인 ‘한식세계화 추진단’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정부는 지난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한식세계화 추진단’을 출범식을 가졌다.
 
추진단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유인촌 문화부장관, 양일선 연세대 교수 등 3인 공동단장체재로 운영됐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참여했으며 이무하 식품연구원장,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서대원 광운대 석좌교수, 권오란 이화여대 교수, 권오중 여의도중앙검진센터 대표원장 등이 활동하며  이병훈 농산무역 대표, 임관빈 환진농장 대표, 박태길 경포대 영어조합법인 대표 등이 포함됐다. 

식품업계에서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 손욱 농심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고인식 음식업중앙회장, 최인식 외식산업협회장, 신중목 관광협회중앙회장 등이 포함됐고 외식업계에서는 안정현 우리가즐기는음식예술 사장,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김연임 전주 음식명인1호 등이 활동했다.

농식품부 산하 비영리재단법인으로 등록된 한식재단은 한식 명칭과 조리의 표준화 작업, 한식의 세계화를 전담하는 전문기구로 활동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한식세계화추진단은 2011년 3월 한식재단으로 공식 출범했다. 한식세계화추진단을 모태로 한식재단이 만들어진 셈인데 농식품부 산하 비영리재단법인으로 등록된 한식재단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예산만 낭비하는 전시행정 논란
정 전 이사장은 취임 당시 “2011년 미국 뉴욕에 표준화된 김치의 플래그십 식당을 개점하고 세계 대도시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농식품부는 국회에 제출한 2011년 예산안에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 사업비 50억원을 포함시켰다. 한식 세계화 전체 예산 311억원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불과 1년 만에 백지화됐다. 한식재단이 9월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20일간 한국과 미국에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민간사업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식재단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정운천 전 이사장은 불과 1년 만에 사퇴하고 양일선 연세대 교수가 이사장에 올랐다.  

 
한식 세계화 추진조직은 별도 태스크포스(TF)팀에서 관리했지만 TF팀이 해체되면서 식품산업정책팀의 일부로 편입됐다가 2009년 한식세계화팀으로 독립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실무조직도 2008년 한식세계화TF팀에서 2009년 한식세계화사업단으로 간판을 바꾸고 한식재단에 업무를 이양했다.
 
이렇게 사업 한식 세계화 사업은 본래의 취지를 흐리며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전시성 이벤트로 전락했다. 

예산 800억 결과물은 ‘한식이야기’?
2009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예산이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239억5000만원이 책정됐으며, 2011년에는 311억5000만원, 2012년에는 236억을 편성했다. 

특히, 50억이 배정됐던 ‘뉴욕 고급한식당’은 시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예산을 책정해 불용처리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한식의 세계화’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어려운 농업인들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한식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윤옥 여사가 동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윤옥 여사는 2010년 ‘김윤옥의 한식이야기(HANSIK Stories of Korean Food by Kim,Yoon-Ok)’를 펴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가국 배우자 만찬에서 이 책자를 배우자들에게 전달했다.

‘한식이야기’는 음식의 조리법과 식사 예절, 식재료 이야기 등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실었으며, 김 여사는 당시 “귀한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때를 맞아 한식 문화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더 많은 세계인들이 한식을 제대로 알면 좋겠다는 마음에 여러분들의 도움을 얻어 이렇게 책을 펴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책 발간 사업에서 저작권을 도용해 무단으로 국내 시판용 책을 찍은 일과 전체 연간 사업비 가운데 홍보예산 비중이 절반 가까이 쓴 일 등이 질타 받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단 2011년 한식재단의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비 50억원 가운데 49억60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위법·부당하게 변경한 사유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로 한식재단의 잘못된 관행과 예산집행의 문제점이 드러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