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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광고, 이제 식상하다

소주·맥주와 숙취해소음료 광고에 겹치기 출연

광고계약 12개…브랜드 인식력 저하, 소비자 피로감 누적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1위에 오르며 인기절정을 누리고 있는 가수 싸이에 대한 기업 광고의 구애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싸이의 인기에 편승한 기업들의 과도한 겹치기 광고전이 되레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인식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싸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역대 최대 조회 동영상 등극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마침내 저스틴 비버 '베이비'를 꺾고 유튜브 역사상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이 됐다

미국 빌보드닷컴과 롤링스톤지 온라인판은 현지시간 11월 24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7월 15일 유튜브에 처음 게재된 후 4개월 만에 8억375만 조회수를 획득해, 2010년 2월 발매된 후 8억373만 조회수를 기록한 저스틴 비버 '베이비'를 꺾었다고 전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핫 100차트 2위까지 랭크됐고 7주나 그 자리를 유지, 마룬 파이브 '원 모어 나이트'를 추격하기도 했다.
싸이, 국내 광고 싹쓸이
싸이는 이같은 글로벌 인지도, 젊은층이 열광하는 열정 가득한 에너지를 내세워 식품, 주류, 가전, 통신, 패션과 화장품 등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광고계를 휩쓸고 있다.

현재 싸이가 계약한 광고는 총 12개로 농심의 라면 ‘신라면블랙컵’, CJ제일제당의 음료 '헛개 컨디션’, 놀부NBG의 외식체인 ‘놀부보쌈’과 ‘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점’의 식품분야와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과 맥주 ‘드라이피니시D’의 주류, 그 외 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 ‘삼성지펠아삭’과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2', 소니코리아 이어폰 등 음향기기, LG유플러스의 LTE 서비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미니홈피 ‘싸이월드’, SK텔레콤의 교육플랫폼 ‘T스마트러닝’, LG패션의 남성캐주얼 '질스튜어트’, 소망화장품의 남성화장품 '꽃을든남자' 등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싸이 모시기’에 적극 나선 이들 기업들의 매출도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농심의 ‘신라면블랙컵’은 지난달 13일 싸이를 모델로 한 광고가 방영된 이후 9월보다 10월 매출이 무려 30% 늘어나 2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놀부도 지난 6월 싸이를 광고 모델로 잡은 이후 최근 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늘었다. 싸이가 광고에 출연하는 CJ제일제당과 하이트진로, 삼성전자, LG유플러스와 SK커뮤니케이션즈, LG패션 등의 10월 이후 주가도 각각 5%~30% 이상 크게 올랐다.

싸이는 불황을 맞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 마련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가수라는 이미지 덕분에 해외에서의 광고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싸이의 겹치기 출연, 되레 식상함 유발
하지만 싸이의 광고 출연이 많아질수록 장기적으로는 광고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품이나 브랜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에 편승한 광고는 단기간에 큰 효과를 줄 수는 있어도 차별성까지 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메시지 전달력이나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싸이라는 공통된 인물이 출연하면서 광고 방법도 대개 개별 제품이나 브랜드의 특성을 드러내기 보다 강남스타일 노래를 여과없이 반복재생 해놓은 똑같은 프레임이 대부분이다. 이 광고 저 광고에서 중복돼 사용되는 같은 음향과 싸이는 제품과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인식력을 떨어뜨리고 전혀 다른 제품들까지도 동기화 시키고 있다. 싸이 광고는 식품이나 주류와는 잘 맞지만 그 외 업종에선 싸이 광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제품의 속성과 메시지 자체의 연결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반면 당사자인 기업들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브랜드 인지도나 친밀도 면에서 현재로선 싸이만한 광고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싸이 광고를 통해 단기적인 인지도는 물론 브랜드 호감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도한 ‘겹치기 출연’은 소비자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주고 오히려 각각의 브랜드가 구축해놓은 이미지를 흩트려 놓을 수 있다. 유튜브 조회수 1위 동영상에 등극한 싸이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인기 영합주의는 소비자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술 먹는 ‘드라이피니시D’ 광고에 이어진 술 깨는 ‘헛개 컨디션’ 광고에서 싸이를 동시에 봐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