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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명인의 김치이야기(5)

전통김치도 변해야 한다

지난해 배추파동을 겪으면서  “배추가 아니면 김치를 담글 수 없는지?”또 요즘 고추 값이 크게 오르자 “꼭 고추를 넣어야 김치가 되는지?” 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김치'라고 하면 으레 배추김치를 생각하지만 배추 외에도  열무나 무  그밖에 파, 갓 등으로도 김치를 담그고 있지만 재료확보가 언제든지 쉽고 맛이 있어 배추김치를 즐겨 담가 먹고 또, 여기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배추나 고추가 가장 중요한 김치담그는 재료로 되어 있다.   

그러나 김치는  배추김치 이외에도 어떤 채소로든지 김치를 담글 수 있어 그 종류는 수 백 가지가 넘는다. 또한 그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같은 배추김치라도 초겨울에 담그는 김장김치, 봄철에 담그는 봄배추김치, 얼가리 배추로 담그는 얼가리김치, 막 썰어서 담그는 맛김치, 배추포기에 김칫속을 넣는 포기 김치, 붉은 고추를 쓰지 않고 국물을 많은 백김치, 배추잎으로 양념을 싸서 담그는 보쌈김치, 기후에 따라서 양념을 많이 하는 남도김치 ,양념을 적당히 하는 서울김치, 양념을 적게 하는 평양김치 등 그 맛과 형태가 천차만별로 다양하기 한이 없다. 

지금까지 문헌에 수록된 김치의 종류는 300종 이상이나 되는데 생채류나 장아찌등을 제외하더라도 200여종이나 되고 사용하는 재료는 배추, 무, 고추, 마늘, 생강,젓갈, 소금 등이 기본 재료이지만 파, 미나리, 갓, 새우, 쌀, 사과, 양파, 배, 청각, 낙지, 참깨 등  주 재료 36종과 여러 가지 양념 재료를 합하면 100여종에 달한다.

이 많은 재료들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다듬어 씻고 여미어서 한데 버무려 발효과정을 거쳐서 독특한 맛을 내는데 이렇게 많은 재료를 사용하고 정성을 들이는 절임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김치는 배추김치이지만 깍두기, 열무김치, 동치미  갓김치 등도 많이 먹는다. 그 밖에 계절에 따라서 봄에는 나박김치, 미나리김치, 돌나물김치 등 여름에는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부추김치 등 가을에는 고추잎김치, 박김치파김치, 갓김치 등 겨울에는 김장김치, 동치미, 고들빼기김치 등 제철에 나오는 재료들을 이용한 김치를 담그고 해안지방에서는 해물김치를 산간지방에서는 나물김치를 담그는 등 별미김치를 담가 먹는다.

즉 우리의 김치는 사용하는 재료가 다양하고 이것을 하나하나 고르고 다듬는 정성이  다른 나라의 절임류에 비해서 몇배나 많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맛과 많은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 김치여서 식품이면서 사랑의 결정체이다. 

경제 형편이 점차 좋아지면서 식생활도 윤택해져서 김치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반찬을 먹게되어 김치의 비중이 줄어들고  김치를 담그던 주부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번거로운 김치담그기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거 인구가 늘어나면서 김장독의 간수가 어려워져서 집에서 담그는 김치의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산업김치의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김치는 제조사인 산업체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사용하는 재료가 표준화되고 계절에 관계없이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어  김치의 종류는 줄어들고 김장행사를 통하여 정을 나누던 다채롭던 김치문화가 점점 메말라가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육류나 그밖의 지방이 많은 음식들의 느끼한 맛을 해소시키고 지방분해를 촉진시킨다 하여 김치의 효능이 재 인식되고 여러 가지 재료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기능성 재료를 사용한 김치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고추의 매운 맛이나 소금의 짠 맛을 줄일 수 있는 김치를 지향하고 신 맛이 다소 강한 김치, 백김치나 그 밖의 물김치류가 늘어나고, 샐러드형의 김치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김치도 전통적인 굴레를 벗고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김치가 반찬으로서 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의 소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찌개용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돼지고기나 생선요리에 김치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 되었고, 각종 소스나 식후의 디저트용으로도 김치가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채소가 재배되지 않는 겨울철을 대비한 저장식품으로 출발한 김치가 저장기술이 개발되면서 미각식품으로 바뀌고 근래에 주목을 받고 있는 웰빙식품으로 세계적으로 인식되면서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으며 이제는 각종 식품의 소재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겪고 있는 원자재의 수급의 불균형에 의한 파동은 전통 김치에 얽매인 때문인데 김치의 과감한 변신을 통하여 배추나 고추등의 파동을 완하할 수 있을 것이다.